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대체 복무 길 터달라”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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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대체복무 요구…병무청은 “계획 없다”
진보 성향 잡지 <아웃사이더 designtimesp=19045>의 발행인 임성환씨(29)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그는 얼마 전까지 한 벤처 기업의 임원이었다. 병역특례지정 기업들은 군복무 대체를 내걸고 임씨를 스카우트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는 특례 지원을 거절했다. 임씨는 “병역특례 요원도 4주 군사 훈련을 받고 국방부 동원 대상으로 일하는 것이다. 평화에 관한 나의 소신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를 불구속 기소해 현재 재판중이다.

지난 5월21일 서울남부지법이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피고 3명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파장은 거세다. 여론은 대체로 무죄 판결을 비난하는 분위기다. 평소 진보적 의견을 내세웠던 네티즌들조차도 병역 문제만큼은 ‘형평성에 어긋난 법원의 판결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yestoda***@hanmail.net)며 무죄 판결에 반대하고 있다. 다음(daum)에 따르면, 네티즌의 58.8%(다음)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에 반대했다.

지난 5월24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카페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 10여 명이 모여 대체복무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와 달리 종교인이 아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만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한결같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일반인의 오해가 많다”라고 말한다. 무죄라고 해서 병역이 면제되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아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집단처럼 매도된다는 것이다.

“평화적 활동이라면 5~10년 복무도 가능”

임성환씨는 “산업체 특례제도는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월급까지 받지만 아무 논란이 없었다. 반면 대체복무는 합숙 생활을 하고, 월급도 없으며, 복무기간이 더 길지만 수용하겠다는데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중 잣대다”라고 말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체복무는 사회복지시설·병원·중환자보조·장애인보조·이동사회봉사·교육·환경보호·재난구호 등이다. 임씨는 “개인적으로는 지뢰 제거를 시켜도 수용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모임이 공식적으로 주장하는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 사병의 1.5배를 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역 24개월보다 12개월 긴 36개월에 해당한다. 하지만 병역거부자 개개인에게 물어보면 꼭 1.5배를 고집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2002년 병역거부로 기소되어 구속까지 되었던 나동혁씨(28)는 “운동 차원에서 1.5배를 주장하고 있지만 나 개인을 놓고 보면 5년이라고 해도 대체복무를 선택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라크 평화운동을 하고 있는 염창근씨(44~48쪽 참조)는 “만약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비슷하게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같은 분쟁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라고 한다면 대체복무를 10년이라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태양씨(29)도 “1.5배라는 숫자는 대체복무가 또 하나의 징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에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복무 기간이나 복무 내용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사회적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병무청은 서울지법 판결과는 무관하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고발 조처를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병무청 공보과 관계자는 “1심 판결이 났을 뿐이고 위헌 심판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병무청 입장에 변화는 없다. 국민 대다수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고 있다. 여론이 이러한 만큼 현상황에서 어떤 대체복무 제도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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