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건 “내게 병풍은 안 통해”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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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차남, 보충역 편입·질병으로 병역 면제…‘못 간’ 사유 입증 자신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월22일 고 건 전 총리를 새 정부 첫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나 2월10일쯤으로 예정되어 있는 혹독한 청문회를 통과해야 비로소 그는 총리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수서 비리 관련설’ 등 7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나, 무어니 무어니 해도 최대 의혹으로 꼽히는 것은 병역 문제이다. 본인은 물론 차남까지, 부자가 병역 의무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서울대 정치학과 3학년이던 1958년에 받은 신체 검사에서 현역인 갑종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역 의무가 종료되는 1979년까지 군대에 가지 않았다. 그는 1998년 국민회의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 이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시 한나라당 서청원 사무총장은 “현역 판정을 받은 고씨는 1962년 병역법이 개정되면서 제1 보충역에 편입되었다. 이는 입영 기피를 의미한다”라고 공격했었다. 그러나 고씨는 “당시 징집 대상자 35만명 중 17만명은 징집되지 않고 나중에 보충역에 편입되었는데, 나도 거기에 포함되었다”라고 해명했다.


고씨와 행정고시 13회 동기생인 김영진 전 의원은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이렇게 증언했다. “1962년 나는 징집 영장을 받았으나, 신검을 받고 면제되었다. 그 뒤 서울로 출장간 길에 고 건 지명자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가 ‘나는 아직 영장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적극적으로 군에 가려고 하지는 않은 듯


고시 13회 동기생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 이진설 산업대 총장은 “당시 사회 분위기는 갈 수만 있다면 군에 가자는 것이었다. 군에 안 갔다온 사람은 취업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가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군에 가려고 청탁을 해야 할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5·16 군사 정부가 사회 정화 차원에서 병역기피자·탈영자 들을 우선적으로 군에 보내는 바람에 지원자가 넘쳤다는 것이다.


병무청 관계자의 설명도 다르지 않았다. 공보담당관실 최정섭 실장은 “1936∼1942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고 건 지명자처럼 영장이 안 나온 사람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료가 없어 당시 어떤 기준에 의해 누구에게 영장을 발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62년에는 영장을 받고 군에 간 인원보다 병역기피자·탈영자가 더 많이 군에 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지명자의 고시 동기생 가운데는 한나라당 박찬종 전 의원·이해구 의원처럼 자원해 군에 간 사람도 있다. 이런 정황을 볼 때 고지명자는 적극적으로 군에 가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군 입대를 피하려고 했던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박찬종씨마저 “당시 영장이 안 나온 사람이 많았다”라고 말하고 있어 청문회에서 고씨의 병역 면제 의혹이 파괴력을 갖기는 힘들어 보인다.


고씨의 차남 고 휘씨도 병역을 면제받았다. 한나라당은 그가 병역을 면제받은 배경에 의혹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휘씨는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오른쪽 인터뷰 기사 참조). 휘씨가 처음 신체검사를 받은 것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4학년 때인 1984년 7월이다. 이때 그는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하던 1987년 5월에 받은 재검에서는 5등급을 받아 면제되었다.


휘씨는 “병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1986년 1년간 대학원을 휴학하며 서울대병원에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그는 입학한 지 3년 만인 1988년에야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병원에 문의했지만 휘씨를 치료했던 의사는 지난해 정년 퇴임한 뒤 현재 외국에 체류하고 있어서 그의 주장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186cm에 50kg인 막내 자진 입대”


그러나 휘씨의 형인 바로비전 고 진 사장은 “관련 자료가 다 있다. 동생이 병역을 면제받은 데는 명백한 사유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98년 지방 선거 때 이 문제가 불거지자 휘씨의 투병 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선후배들이 사실을 증언하려고 한 적도 있다고 공개했다.


고 건 지명자는 아들만 셋을 두었는데 휘씨를 뺀 두 아들은 군 복무를 마쳤다. 첫째인 고 진 사장은 석사 장교로 6개월을 복무했고, 막내 고 위씨는 방위로 병역을 마쳤다. 고사장은 “막내는 신검을 받을 때 키가 186cm였는데, 몸무게는 50kg이 채 안되었다. 얼마든지 면제받을 수 있었는데, 본인이 가고 싶다고 해 군에 갔다. 만약 둘째가 의도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면 막내는 왜 갔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휘씨에 대한 병역 면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려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병원 진료 기록 등 관련 자료를 고 건 지명자가 완전히 공개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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