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조세형·이인제·임사빈·박종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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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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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순 세몰이’ 압력에 조세형 부총재 “두고 보자”

민주당 조세형 부총재가 굳은 결심을 한 것 같다. 동교동계와 이기택 총재 쪽에서 대의원들을 상대로 ‘조 순 세몰이’ 작업을 계속한다면,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내비쳤다. 민주당내 경기고 출신 의원 모임에서 동문인 조 순씨를 지지하기 위해 역시 동문인 이 철 의원에게 사퇴를 강요하는 듯한 얘기가 흘러나오자, 조부총재가 정작 당사자인 이의원보다 더 강경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즉각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편들기식 환영행사, 지지서명 강요, 집단적 외압 등이 연출될 경우 대의원들에게 직접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조부총재의 경고는 김대중 이사장과 이기택 총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어떤 계파라 할지라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서울시 대의원들의 자존심과 자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그래도 수도 서울의 대의원들인데 외압에 의한 투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공정하고 멋진’ 경선을 명분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역시 조 순씨가 당의 후보로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쪽이다. 애초에 당내 후보 경선 때에는 이 철 의원을 지지하기로 했던 비주류의 김상현 고문도 현재는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교동계와 이기택 총재 진영에서도 조 순씨를 당선시키기 위해 대의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세몰이 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그러나 조부총재를 비롯해서 이 철·홍사덕 의원의 반발이 예상 외로 거세다. 이총재나 동교동이 공개적으로 움직일 때를 대비해 이 세 사람은 여러 가지 형식으로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민자 경기도 지사 후보 경선 교장이 말려도 5학년은 나간다?

“옛날옛적에 한 국민학교 교장 선생님이 학생회장 선거를 전교생에게 명하셨대요. 그러면서 한 2학년 학생을 후보로 지명하셨대요. 그러자 한 5학년 학생이 출마했더래요. 2학년 학생은 ‘어어, 나는 교장 선생님이 하라고 했어’라면서 뽐냈더래요. 5학년 학생은 ‘우리는 컴퓨터도 할 줄 알고 영어도 배우고, 학교도 더 오래 다녔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더래요.”

민자당 경기도 지부 주변에서 떠돌고 있는 우스갯소리다. 민자당의 단체장 후보 경선 방침이 이런저런 정황에 부딪혀 사실상 백지화되는 가운데, 유독 경기도 지사 후보들은 끝까지 ‘경선’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도지부 지구당위원장들도 대부분 경선에 찬성하고 있어서, 경기도가 ‘유일한 경선 지역’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선을 강행하든 철회하든 후유증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 역시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경선 후보는 세 사람이지만, 갈등의 주요 축은 이인제 의원과 임사빈 의원이다. 이의원은 문민 정부 첫 노동부장관을 지낸 개혁 이미지에다 김대통령이 아끼는 측근이라는 점, 당의 ‘도상 연습’에서 민자당내 어떤 후보보다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임의원은 경기도 지사를 지내면서, 지역에 탄탄한 기반을 형성한 데다, ‘대통령의 측근 낙점’에 은근히 반발하는 민정계의 지지를 업고 있다.

경기도 지사 후보전의 특징은 단일 후보로 낙점해 주기를 바라는 다른 지역 후보들과 달리 두 사람 다 경선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 지도부에서는 본선 경쟁력이 단연 우세한 이의원이지만 예선에서 ‘뜻밖의 결과’를 만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본선은 물론 예선에도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교장 선생님…’ 우화가 ‘선거를 했는데 그 결과는 이렇더래요’로 끝날지, ‘결국 선거는 없었더래요’로 끝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상도동 가신 박종웅 의원 예사롭지 않은 ‘민청 키우기’

상도동 가신 3세대인 민자당 박종웅 의원(부산 사하)은 당내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가장 ‘개별 접촉’이 잦은 사람이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사는 그는 새벽이면 청와대 상무대 체육관으로 달려가 운동을 한다. 자연히 대통령과 자주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는 당내에서 청와대 기류에 대해 가장 정통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런 그가 요즘 부쩍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민주자유청년봉사단(민청)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선거 때 청중을 모으거나 후보를 경호하는 역할을 해 그 성격이 매우 ‘불량’했던 민청은 그가 단장을 맡으면서 위상이 확 달라졌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민청을 “세계화와 차세대를 위한 조직으로 바꿔놓겠다”며 새 바람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국회에서 ‘새로운 정치 문화 창출을 위한 한국 청년의 역할과 과제’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으며, 매주 정치 아카데미를 열어 유능한 정치 지망생들을 영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조직을 전국으로 확대해 지방 선거 때 단단히 한몫을 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김대통령의 주문을 받아 민청을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계에서는 그의 움직임을 예사롭게 보지 않는다. 세대 교체 등 앞으로 김대통령의 정국 운영 방안과 맥이 닿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도 민청에 각별히 배려하는 모습이다. 민자당 지도부는 최근 대폭적인 예산 증액이 불가피한 민청 조직 활성화 방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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