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파괴 전사로 명 받았으나…"
  • 김성호 의원 (민주당·서울 강서 을) ()
  • 승인 200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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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의원/'왕따' 감수할 소신과 용기 더 필요

사진설명 김성호 의원 : "젊은 의원들의 개혁 활동은 국민의 기대 수준에 훨씬 못미쳤다."

16대 국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여야의 386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한해 정치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도 컸다. 386 정치 신인들은 2000년 한 해를 어떻게 정리하고 반성하는지 민주당 김성호 의원으로부터 들어 보았다.

'성역 파괴의 전사'. 이는 국민들이 이른바 386세대를 선택한 이유이고, 우리 초선 의원들이 해야 할 역사적 소명의 다른 이름이다. 16대 국회는 새 천년의 첫해에 시작하는 '밀레니엄 국회'라는 시대적 의미와 정치권 변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도 정치 개혁 요구가 높았다. 특히 386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초선 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한마디로 '정치적 반란을 거행하라'는 것이었다. 기존 정치에 순응하는 또 다른 구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이단자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정당 내부의 비민주적 관행, 계보 정치의 폐해, 국회 본연의 기능 상실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정치권을 개혁하는 것이 초선 의원의 가장 긴요한 과제였다. 광주민주화항쟁과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 정치로 상징되는, 1980년대 초 대학을 다녔던 나 역시 이런 시대적 요청을 가슴에 품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들어갔다.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의정 활동을 돌이켜 보면, 한마디로 '최선은 다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초선 의원들의 국회의장 경선 요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를 내정해 국회의장 후보로 내세우려 했지만, 젊은 초선 의원들이 경선론을 주창함에 따라 여당 사상 최초로 국회의장 후보 경선이 도입되었다. 이는 과거 의원총회가 당론을 사후 추인하는 고무 도장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당 지도부의 사전 결정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 도입' 성과

그러나 막상 경선을 위한 후보 추천 과정에서 독자적인 후보를 추천하지 못했기에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만 높였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럼에도 16대 국회는 과거와 달리 변화가 많았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여야 초선 의원들 간의 공조 체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뜻을 함께하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당 거수기 역할 거부, 국회의장 경선, 국회 정상화 촉구,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한일의원연맹회장 취임 반대, 박정희기념관 건립 반대,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주장해 왔다. 또한 민주당의 몇몇 개혁적 초선 의원은 당내 '계보 정치 타파'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개혁적인 젊은 의원들의 이러한 활동들에도 불구하고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16대 국회도 15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정치 논쟁에 휘말려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회라는 장이 국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곳이 아니라 2년이나 남은 대통령 선거의 전초 기지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 초선 의원들도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현실 정치라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앙당의 거수기'와 '성역 파괴의 전사'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현실 정치의 벽이 높다 하더라도 기존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다. 우리를 선택한 국민들을 더 실망시켜서는 안된다.

역사의 발전은 때때로 코페르니쿠스적 이단을 필요로 한다. 개혁적 초선 의원들의 '정치적 이단'으로 인해 주위로부터 왕따 의원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현실 정치의 벽은 정치적 왕따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초선 의원들은 정치 현실의 높은 벽에 다소 위축되어 있다. 초선 의원들이 지나치게 위축되고 좌고우면하면 자신도 모르게 기존 정치권에 길든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초선 의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역 파괴의 전사'로 남을 수 있는 소신과 용기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과 채찍도 초선 의원들이 초심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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