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불가” 삼성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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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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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지난 3월25일 구조본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재계와 언론의 시선은 즉각 삼성으로 쏠렸다. 삼성은 즉각 구조본 필요론으로 맞섰다.
구조본 폐지 문제가 전면 등장했지만 실상 삼성이 이렇게 LG 건에 날을 세운 것은 지주 회사에 있다. 삼성은 지난해 구조본이 지주 회사로 전환을 검토한 결과 불가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삼성은 지주 회사로 갈 수 없는 이유로 돈 문제를 거론한다.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은 시가 총액이 60조원대인 삼성이 지주 회사로 가려면 산술적으로도 20조원이 필요한데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 밖의 재계 사람들은 삼성의 지배 구조가 그것을 원천 불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은 이재용 상무가 에버랜드 최대 주주이며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있다. 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중핵 기업의 최대 주주이며 삼성전자는 또 몇몇 주력사를 지배하고 있다. 결국 삼성그룹에서 지주 회사 구실을 하는 기업은 삼성생명인데, 우선 금융 계열사는 지주 회사 속에 들어갈 수 없다. 삼성가가 삼성전자를 지주 회사로 세우기도 난망하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40조원에 달하는데 지주 회사를 만들기 위한 법정 최소 요건인 30%는커녕 10%도 지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삼성가 처지에서 지주 회사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인 셈이다.



지구의 초원과 하늘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동물은 매머드·도도새·나무타기캥거루 등 수없이 많았다. 현대에 들어와서도 동물들의 수난은 멈추지 않았다. ‘우후후후’ 하고 웃던 올빼미, 시속 100km로 날던 여행비둘기, 캥거루처럼 새끼 주머니를 가졌던 주머니늑대, 입으로 새끼를 낳았던 이브검은쇠숲개구리, 너무 아름다워 슬쩍 보기만 해도 잊을 수 없었다는 분홍머리오리 들이 20세기 들어 사라졌다.

종(種)의 단절은 ‘현재형’이어서 지금도 수많은 동물이 사멸해 가고 있다. 북극곰·느림보곰·안경곰 등 곰 8종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곰이 이미 오래 전에 ‘국제적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되었다. 한반도 이남에 있는 곰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1983년에 쉰여섯 마리나 관측되었던 야생 반달가슴곰(반달곰)이 1996∼2001년에 스물한 마리밖에 관측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반달곰 복원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환경부는 1998년 12월 ‘야생동물 복원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반달곰(천연기념물 제329호)을 되살리겠다고 천명했다. 야생 동물 복원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인접국으로부터 같은 종의 개체를 받아 방사하는 방식이 있고, 인공 증식을 통해 방사하는 방식이 있다. 정부는 후자를 선택했다. 2년 전 가을, 인공 증식한 반달곰 네 마리를 지리산에 풀어놓았다.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디딘 반달곰 복원 사업은 절반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두 마리가 어렵사리 야생에 적응해 가며 종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2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보자. 2001년 4월, 과학자들은 보성·안성·당진의 곰 사육장에서 지리산 반달곰의 아종(종의 아래 단계)인 새끼 곰(생후 3개월) 여섯 마리를 선발했다. 그리고 가을까지 지리산에 마련한 방사 적응장에서 자연 적응 훈련을 했다. 안타깝게도 어린 곰들은 사람에게 잘 길드는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울타리 외부에 검은 차양을 치고, 사육자가 검은 장갑과 옷을 착용하고 먹이를 주었다. 그렇지만 곰들은 예민했다. 사육자 발자국 소리만 들리면 먹이를 요구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 와중에 두 마리가 폐사했고, 마침내 웅녀처럼 끈질긴 곰들이 최종 후보로 선발되었다. 반돌이(♂)·반순이(♀)·장군이(♂)·막내(♀)가 그들이었다. 2001년 9월8일, 전파발신기를 목에 건 곰 네 마리가 형제봉 일대에 방사되었다. 그러나 야생이 두려웠던지 곰들은 한달 간 방사 지역 5백m 주변에서만 어슬렁거렸다. 두려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50여일 뒤 곰들은 반지름 5km 안팎까지 전진했다.

첫 불상사가 난 것은 그 즈음이었다. 막내가 화엄사 근처에서 야간 산행을 하던 사람들에게 붙잡힌 것이다. 자연 적응 훈련 때 장염을 고치느라 사람 손을 오래 탄 것이 화근이었다. 더 안타까웠던 점은 발견 당시 사람들이 자극성이 강한 음식(초콜릿)을 준 것이었다. 이틀 뒤 다시 막내를 방사했으나 회복 불능이었다. 먹이를 얻기 위해 등산객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2001년 10월27일 결국 막내는 ‘부적응’ 판정을 받고 실험 사육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5월, 포유동물학 권위자 한상훈 박사를 팀장으로 한 반달가슴곰관리팀(관리팀·100쪽 상자 기사 참조)이 뜨면서 복원 사업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곰들의 생태와 이동 경로 등이 하나둘 드러났다. 한팀장에 따르면, 곰들은 주로 해발 900∼1400m, 경사 25°∼35°지역에서 활동하고, 신갈나무와 조릿대 군락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먹이로는 도토리·조릿대·개구리·가재·새알·딸기·다래·개미·꿀·곤충·취나물과 여러 나무의 잎과 새 순, 뿌리 등을 좋아한다. 하루 이동 거리는 1km 안팎,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철에는 10∼20km를 이동하기도 한다. 2003년 3월 현재 곰들의 키와 몸무게는 평균 120cm, 60kg 정도로 추정된다.

곰에 대한 생태 추적은 주로 전파발신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맥박 소리 같은 발신음을 24시간 추적해 곰의 위치를 확인하고, 움직임을 통해 신변 이상을 파악했다(곰이 빨리 이동하면 전파발신기는 분당 최고 60회 이상 소리를 내고, 앉아 있으면 40회 정도 소리를 낸다). 물론 고생이 없지 않았다. 평지에서 3km를 날아가는 발신음이 아름드리 나무와 바위에 부딪혀 300∼400m밖에 전달이 안되어, 대원들은 나뭇가지에 긁히고 바위를 타넘으며 악전고투해야 했다.

이처럼 비교적 첨단화한 장비를 이용해 추적했는데도 또 다른 불상사를 막을 수는 없었다. 2002년 6월, 반순이의 전파발신기가 바위 사이 굴에서 발견되었던 것이다(사체는 한 달 뒤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됨). 관리팀은 반순이의 사망 시기를 한겨울로 추정했다. 그러나 사인은 오리무중이었다. 전파발신기가 분리된 것으로 보아 밀렵꾼의 소행으로 보였지만 사체가 남아 있는 것이 의문이었다. 동사했다면 전파발신기가 분리될 리 없었다. 또 올무에 걸려 사망했다면 목에 올무가 남아 있어야 했는데, 시체에는 그런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관리팀은 아직 반순이의 사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반순이가 의문사함으로써 반달곰 복원 사업에는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장관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의 지시로 최근까지 24시간 감시 체제가 가동되었다. 그 바람에 한겨울에도 곰 곁을 지키는 고된 행군이 이어졌다. 박선홍 대원(30)은 “평생 맞을 눈을 지난 겨울에 다 맞은 것 같다”라고 돌이켰다. 3월26일 오전에도 관리팀 2개 조(각 4명)가 신속히 움직이고 있었다. 차 2대에 나누어 타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구례군 문수리의 한 골짜기. 대원들은 안테나를 들고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장군이의 전파 발신음을 추적했다.

한팀장은 해마다 이맘때면 곰을 포획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전파발신기를 교체하는데, 요즘이 그 시기라고 했다. 차수민 대원(27)은 신호를 잡는 일은 쉽지만 “그 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가늠하기가 무엇보다 어렵다”라고 말했다. 관리팀은 조만간 곰들의 이동 경로에 드럼통 서너 개를 이어 붙인 덫을 놓고, 꿀 같은 미끼를 이용해 곰들을 포획할 예정이다. 관리팀은 현재 반돌이가 90% 이상 야생화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아직 ‘사람 있는 곳에 먹이가 있다’는 기억을 갖고 있는 장군이는 절반 정도만 야생화했으리라 판단했다.

한팀장은 사람의 손을 덜 탄 동물일수록 야생화가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즉 반돌이는 두 달간 사람 손을 타고 장군이는 넉 달 간 사람 손을 탔는데, 그것이 야생화 속도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팀장은 곰들의 야생화를 낙관했다. 그는 한 30년 뒤를 내다보고 이 일을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곰의 숫자를 늘려야 한다. 외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야생동물 한 개체를 복원하려면 적어도 6,7년간 40마리를 방사해야 한다. 국내의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리산의 곰 수용 능력을 50마리로 볼 때, 4∼6년 동안 최소 20마리를 방사해야 100년 동안 곰이 멸종할 위험이 없다. 좋은 예가 있다. 미국 불곰의 경우 10·20·50마리일 경우 멸종 기간은 19년, 44년, 1백14년으로 각기 다르다. 이는 개체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멸종 시기가 늦추어지는 것을 뜻한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환경부는 지난해 ‘10년 안에 1백50억원을 투자해 반달곰 50마리를 방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 뒤 어떤 후속 조처도 나오지 않자 일부 전문가들은 ‘반순이 사망 이후 반달곰에 대한 국민 관심이 늘어나자, 여론을 의식해 내놓았던 졸속 계획’이라고 폄하했다.

한팀장이나 관리팀 식구들은 어떨까. 그들은 환경부의 ‘약속’을 믿는 눈치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대로 가면 야생 반달곰이 멸종하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환경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이 사슬의 윗 부분에 있는 반달곰 복원이 다른 멸종된 종의 복원으로 이어져, 한반도의 숲이 더 풍성해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지리산·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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