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도 인터넷 열풍 ''쌩쌩''
  • 蘇成玟 기자 ()
  • 승인 2000.01.2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업계 정보화 열풍… ‘사이버 공동체’ 지향하는 첨단 아파트 우후죽순
지난해 8월13일 충남 대전시 송천동 대림아파트 공사 현장. 거듭되는 호우 주의보에 따라 인부들이 1주일째 일손을 놓고 있었다. 비가 올지 몰라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 날도 호우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날씨는 별로 흐리지 않았다.

시공사는 인터넷에서 기상청 홈페이지를 찾아 시간대별 위성 사진을 점검해 가며 감리자와 협의해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작업은 순조롭게 끝났다. 각처에서 게릴라성 호우가 쏟아져 예상치 못한 피해가 속출하며 기상 예보가 정확성을 잃었는데, 인터넷을 이용한 자체 분석은 적중했던 것이다.

인터넷으로 아파트 관리비 내역 확인

인터넷.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이 네트워크는 이제 인류의 가장 오랜 산업 가운데 하나인 건설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축 자재를 구입해 공사를 진행하고 완성된 건물을 매매하는 데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통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6백50만 명을 돌파한 인터넷 가입자는 올해 천만 명, 내년에 2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에 50만명씩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로만 보면, 그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주택이나 사무실 등 인간이 활동하는 건물들 역시 정보화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관심을 끌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현재 정보화 속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건설 분야는 아파트이다.

지난해 4월 정통부가 ‘정보통신 서비스 아파트’ 인증 제도를 시행한 뒤부터, 건설 회사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광통신망을 비롯한 각종 정보 시설을 앞다투어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4월 삼성물산이 완공한 서울 돈암동•옥수동 사이버 아파트가 정통부로부터 ‘정보통신 서비스 아파트’ 준3등급 인증을 받았다. 이 아파트들은 대개 단지 입구까지만 설치되던 광통신망을 각 세대까지 연장했고, 각 가정에 영상 전화기를 보급해 정보화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사이버 아파트’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제9차 동시 분양 때부터는 정보화 강도를 높였다. 단순한 영상 전화기에서 PC 기능까지 부착된 ‘웹 비디오 폰’으로 수준을 높이는가 하면, 단지내 광통신망도 근거리통신망(LAN)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삼성물산은 사이버 아파트라는 느낌이 입주자들의 피부에 와 닿게 하려고 무료 컴퓨터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또 아파트 단지와 학교•상가•관공서 등 근린 시설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사이버 빌리지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경영지원실 이종섭 과장은 “궁극적으로는 삼성 단지만이 아닌 다른 아파트 단지와도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이버 빌리지를 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이버 빌리지를 향한 시도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는 건설 회사는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2월30일 인터넷 전문 기업인 드림위즈(대표 이찬진)와 손잡고 아파트에 종합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식회사 ‘아이씨티로(ICITIRO)’를 설립했다.

아이씨티로는 다양한 정보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인데, 일단 아파트에 인텔리전트 빌딩 시스템(IBS)을 적용할 예정이다. 아파트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단지들을 인터넷으로 통합하며 전력•조명 등 각종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관리비 내역이 투명해질 뿐만 아니라 고지서 없이 인터넷으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단지내 모든 경비 구역을 주민들이 직접 인터넷 TV나 컴퓨터로 감시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아파트에 지능을 불어넣는 것이다. 정보화 추세 따라 빌딩 개•보수 급증

대림산업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분양한 도곡아크로빌(아파트 4백90세대•오피스텔 100개)이 대표적인 예다. 대림산업에 따르면, 도곡아크로빌 입주자들은 각기 개인 홈페이지를 제공받아 우편이나 파일을 관리할 수 있다. 또 단지별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버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

개인•단지 수준에 머무르는 정보 서비스는 점차 지역 커뮤니티로 확장되면서 쇼핑•민원 등 일반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씨티로에 여러 대형 건설사가 공동 출자할 의향을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의 정보화 작업을 추진하는 대림정보통신의 한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이미 투자 의향을 밝혔고 동아건설•SK건설•태영도 투자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라고 밝혔다.

현재 사이버 아파트를 짓는 데 추가로 소요되는 건축 비용은 세대당 15만∼50만 원. 그런데 그 대가로 인근 일반 아파트에 비해 5백만∼천만 원이 더 높게 거래되고 있다. 자산 가치도 높이고 홍보 효과도 거두는 일거양득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인터넷은 이처럼 주택 분야에 큰 변화를 몰고 왔지만, 앞으로 전체 건설 업계의 구도마저 뒤바꿀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인터넷 확산과 건설 수요 변화’라는 보고서를 낸 현대경제연구원 김선덕 연구위원은, 인터넷 이용이 확산되면서 미칠 직접적인 영향으로 지역 내부간 혹은 지역과 지역 간의 정보 인프라에 대한 건설 투자가 촉진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예를 들면 사이버 주택은 물론 신축 건물들이 지능화할 것이며, 기존 건물에 대한 개수•보수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보편화한 건물 성능 개선 공사는 최근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예전처럼 용도를 변경하는 데 필요한 소규모 인테리어 공사가 아니라, 첨단 정보통신•자동제어 설비, 방범 시스템 등 최신 편의 시설을 새로 갖추려는 경우가 많다. 현대건설이 개선 공사한 서울대병원과 외환은행 본점이 그같은 예다. 신산업단지•물류시설 건설도 늘어나

건물 성능 개선 공사는 건물을 신축하는 데 드는 비용의 20∼30%만 투자하면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데다, 3∼5년만 지나면 투자 원금을 회수할 정도로 자산 가치도 상승시켜 갈수록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 규모는 전체 건설 시장의 4.7%에 그치고 있지만 2010년에는 13조원 규모로 성장해 전체 건설 수요의 18%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새 천년에도 업계 선두를 지키기 위해 밀레니엄사업팀을 만들어 인터넷과 관련한 각종 건설 사업을 구상하고 있지만, 기획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김선덕 연구위원은 또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건설 분야에 미칠 간접적인 영향은 전자 상거래가 촉진되면서 활성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유통 등 산업의 모습이 바뀌면서 그에 따른 건물의 규모나 입지도 변하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김용채 사무관(초고속망기획과 인터넷 담당)에 따르면, 인터넷과 관련한 산업 규모는 1999년 국민총생산(GNP)의 0.5%에서 2002년에는 3∼5%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 거래가 확대되면 지역마다 분산되어 있던 점포 수가 축소되고 건물 규모도 작아진다. “다만 일반 소매상의 경우 미국에서는 그 수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호경기 덕인지 인터넷이 별 영향을 못 미쳐서인지 논란이 있지만, 인터넷이 양적으로 확산된 데 비해 아직 질적 뒷받침이 못 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선덕 연구위원의 말이다.

또 기업간 거래가 확대되면서 산업 입지에서도 공간•거리 개념이 축소되어 새로운 산업 단지가 개발되는가 하면, 기존 산업 단지 재개발도 촉진된다. 인천 송도 ‘미디어밸리’, 부산 수영만 ‘스마트 21 비전’ 사업 등 전국에서 새로운 산업 단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전자 상거래가 촉진되면 또 대도시 근교나 고속도로 주변에 대규모 물류 시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물류 회사인 (주)한진이 올해 전체 투자액의 절반인 2백30억원을 택배 사업에 쓰기로 하고, 구리•이천•충주 등 전국 9개 지역에 택배 전용 물류 터미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좋은 예다.

인터넷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건축 자재를 구매하거나 재고를 관리할 수 있게 되어 건설 회사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터넷이 건설업에 미칠 영향은 직접 시장보다 간접 시장에서 훨씬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도 인터넷이 바꿀 세상에서 비켜나 있는 응달이 아닌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