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모터쇼 현장 관람기
  • 스위스 제네바·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
  • 승인 2004.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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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제네바 모터쇼/새 모델 대량 출품…경유차가 주류 형성
제네바 모터쇼가 3월2일 화려하게 개막했다. 제네바 모터쇼는 디트로이트·도쿄·프랑크푸르트·파리 모터쇼와 함께 세계 5대 모터쇼로 분류된다. 올해로 74회를 맞는 제네바 쇼에는 30여 개국 2백70여 업체가 참가해, 자동차 9백여 대를 전시하고 있다.

올해 제네바 쇼는 다양한 뉴 모델을 출시해 수요 부진을 극복하려는 움직임과 경유 엔진 탑재차 급증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안간힘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자동차 회사들의 위기 의식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뉴 모델을 먹고 산다. 주기적으로 새 차를 출시해 고객들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다른 어떤 산업보다 규모의 경제를 중시하는 자동차산업에서 뉴 모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가장 공격적으로 뉴 모델을 내놓고 있는 브랜드는 독일의 BMW다. BMW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는 자동차산업 종사자들이 놀랄 정도로 새 차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BMW는 기존 라인업의 모델 바꾸기는 물론이고 지금껏 없었던 차종을 새로 개발하는 등 라인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MW는 지난해 9월에 5시리즈 세단 풀 체인지 버전을, 10월에는 페이스 리프트 버전인 X5를 출시했으며, 올 들어서는 1월에 소형 SUV X3을 내고 3월에는 6시리즈를 출시한다. BMW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6개월 동안 새로운 모델을 4개 더 출시할 계획이다. BMW 역사상 가장 많은 뉴 모델을 내놓는 것이다. 이번 제네바 쇼에도 소형 SUV X3을 비롯해 6시리즈 쿠페에 이은 컨버터블과 미니 컨버터블을 내놓았다.

예년과 달리 메르세데스 벤츠도 이번 제네바 쇼에 많은 모델을 내놓았다. 새로운 차종인 4도어 쿠페 CLS의 시판 모델을 공식 발표하는 것을 필두로 차세대 SLK로드스터를 비롯해 고성능 튜닝 세단 C55AMG, 소형 C클래스 부분 변경 모델을 출품했다. 스포츠 스타일을 추구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한 모델들이다.

아우디가 내놓은 차세대 A6도 눈길을 끈다. 최근 들어 스포츠 세단 부문에서 괄목할 발전을 보이고 있는 아우디가 이제는 BMW·벤츠와 함께 세계 럭셔리 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독일세 못지 않게 프랑스를 대표하는 PSA푸조 시트로엥 그룹의 푸조도 중형 세단인 407을 선보이며 힘을 과시하고 있다. 중·소형차 위주의 모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푸조는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판매 대수가 5년 동안 2배나 증가한 브랜드다.

새로운 모델의 홍수 속에서 볼보는 ‘여성을 위해 여성이 만든 차’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YCC라는 컨셉트카가 바로 그것. YCC 개발팀 1백40명 중 100명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여성이 원하는 형태의 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들이 엔진 후드를 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보닛을 여는 것을 엔지니어들만이 할 수 있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뉴 모델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의 빅3도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GM 산하 오첼과 복스홀은 티그라 컨버터블 모델을 내놓아 쿠페 컨버터블 모델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 온 포드는 피에스타를 새롭게 손질해 유럽인 취향에 한 걸음 다가갔다. 크라이슬러는 아예 고성능 모델인 크로스파이어 SRT6 쿠페와 로드스터를 미국이 아닌 제네바 쇼를 통해 공식 데뷔시켰다.

일본 메이커들의 공략도 만만치 않다. 렉서스는 스포츠 스타일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만들었다는 렉서스GS의 차세대 모델을 전시했다. 마쓰다와 미쓰비시는 전형적인 유럽 지향 모델 마쓰다3과 콜트를 각각 내놓았다. 닛산은 유럽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크로스오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카스카이라고 하는 네 바퀴 굴림 방식 모델을 출품했다.

국내 업체들도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컨셉트카로 E3을 출품했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유럽 시장을 노린 중·소형급 세단이다. GM대우차는 국내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던 누비라 왜건 버전을 유럽 시장 공략용으로 내놓았다. 이에 질세라 기아자동차도 쎄라토 왜건 버전을 출품하고 있는데, 이 모델들이 국내 시장에도 다시 출시될지 궁금하다.

올해 제네바 쇼의 또 다른 특징은 경유차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시장은 다른 지역과 달리 경유 엔진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경유 엔진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전체 승용차 판매 대수 중 50% 가량이 경유 엔진을 탑재하고 있을 정도다. 메이커들은 이런 흐름을 놓치지 않고 모든 차종에 경유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매연이나 질소화합물 등 다양한 유해 배기가스 저감 기술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배기가스 후처리 기술에서 가장 앞선 프랑스의 푸조와 르노가 선보인 매연 필터 시스템이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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