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두뇌형 재테크, 先物을 겨냥하라
  • 朴靜林 (조흥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
  • 승인 1996.05.2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가지수 先物 시장 개장… 투자 손익 폭 커 ‘투기 붐’ 우려
한증권사 선물팀 대리가 미국 시카고로 연수하러 가려고 여행사로 갔다. 그는 여행사 직원이 대신 작성한 미국 비자신청서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사 직원이 영어로 적어 넣은 이 대리의 소속 부서는 Gift Team. 先物(Futures)팀이 아니라 膳物팀으로 되어 있었던 것이다.

先物이라는 말은 아직도 일반인에게 낯설다. 페쇄적인 금융 환경에서 미국의 머리 좋은 금융 공학자들(Rocket Scientist)이 만든 이 복잡한 금융 상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물은 우리 주변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 무 농사꾼이 수확기에 무값이 폭락할까 봐 파종한 후 무 1개당 5백원에 팔기로 미리 계약하고, 수확기에 실제로 무를 건네고 수금하는 입도선매(立稻先賣)가 대표적인 예다.
선물 계좌 개설하려면 3천만원 예탁해야

선물 거래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현물 거래와 비교해 보는 일일 것이다. 선물 거래는 현물 거래와 달리 상품 인도와 대금 결제가 계약 후 미래의 일정 시점에 이루어지는 거래다.

지난 5월3일 주가지수 선물 시장이 개장됨으로써, 시카고나 런던이나 싱가포르의 감각 빠른 젊은이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지던 주가지수 선물 거래를 우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주가지수를 선물 거래하는 목적은 주가 변동에 따른 주식 투자 위험을 효과적으로 줄이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하락할 것 같기는 하지만 보유한 주식을 팔고 싶지는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주가지수 선물 시장에서 선물지수를 팔아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 또 3개월이나 6개월 후에는 투자할 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그때는 이미 주가가 올라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에도 주가지수 선물을 미리 사둠으로써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위험 회피(Hedge)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치장된 주가지수 선물 시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다소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실제로 주식 투자 위험에 대처한다는 경제적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가지수 선물 거래는 미국 선물 거래소 가운데 순위가 떨어지는 캔자스시티 선물 거래소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수수료 수입을 챙기려는 목적이었다.

무형 상품인 주가지수를 사고 판다는 점 또한 주가지수 선물 거래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농산물·석유·통화 채권 같은 유형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선물 거래와는 다르다. 주가지수 선물 거래에서는 무형의 주가지수를 인도할 수 없기 때문에 주가지수에 일정 금액을 곱하여 항상 현금으로 인도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가지수 선물은 주요 상장 주식 2백개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여 산출하는 종합주가지수(KOSPI) 200이다.

개인은 투자신탁의 주가지수 선물 펀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만, 직접 주가지수 선물을 사거나 팔기 위해서는 우선 증권회사에 주가지수 선물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이 때 최소예탁금 제도가 있어 최소한 3천만원을 가져가야만 신규 계좌를 개설해 준다. 주식 계좌를 이미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따로 선물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계좌를 개설하면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는데, 거래되는 상품에는 KOSPI 200 3월물, 6월물, 9월물, 12월물 네 종목이 있다. 3월물은 3월에 결산한다는 뜻으로, 3월 둘째 주 목요일에 결제되고 그 다음날부터는 1년짜리 새로운 3월물(내년 3월에 결제) 상품이 거래된다.

KOSPI 200은 1포인트당 50만원씩에 거래된다. 개인 투자가인 김대리의 예를 들어 보자. 김대리는 앞으로 주가가 상승하리라고 낙관하고, KOSPI 200 6월물을 1백20 포인트에 사겠다는 1 계약 주문을 냈다(만일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면 매도하게 된다). 이때 주문 금액은 6천만원(120포인트×5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주가지수 선물 거래의 경우 주식 거래와 달리 매매 3일 후에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6월물은 6월 둘째 주 목요일에 결제되는 만큼 계약할 때 전액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문 금액의 15%에 해당하는 위탁증거금 9백만원만 내면 된다. 증거금은 계약 이행을 보증하기 위해 거래소에 유치하는 금액이다. 위탁증거금은 팔 때에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1백20 포인트에 팔고자 할 때도 9백만원이 필요하다.
횡재 가능성만큼 파산 위험도 높다

이처럼 위탁증거금 9백만원을 내고 1백20 포인트에 1계약을 산 경우라면, 최종 결제일에 주가지수가 10 포인트 오르면 이익을 5백만원(10 포인트×50만원) 얻을 수 있다. 만기일 전에 1백30 포인트가 되면 팔아서 미리 이익을 챙길 수도 있는데, 이런 반대 매매가 전체 선물 거래의 95%를 차지할 정도다. 물론 투자자의 예측과 달리 주가지수가 1백10 포인트로 하락하면 5백만원을 손해 보게 된다. 특징이라면 선물 주가지수인 KOSPI 200이 8.3%(10포인트) 상승하거나 하락했는데도 투자수익(손실)률은 55.6%(5백만원÷9백만원)나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주가지수 선물 거래는 주식 거래와 달리 거래 대금의 15%에 해당하는 낮은 증거금만으로도 거래가 가능한 반면 손익 폭이 엄청나게 커서 투기 성격이 강하다(이를 레버리지 효과라고 하는데, 이쯤 되면 94년 베어링사 싱가포르 지사의 닉 리슨이라는 중개인이 도쿄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하다 실패해 베어링사를 파산시킨 이유를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가지수 선물을 매입 또는 매도하고 나면 중개 기관인 증권회사는 매일 투자별 선물 시가를 평가해 그 손익을 증거금에서 가감하게 되는데, 이를 일일 정산이라고 한다. 즉, 김대리가 오늘 KOSPI 200 6월물을 1백20 포인트에서 샀는데, 다음날 1백15 포인트로 하락하면 2백50만원(5포인트×50만원)이 위탁증거금에서 빠져 증거금은 6백50만원만 남게 된다.

이렇게 일일 정산을 하고 난 후 증거금이 당초 약정 금액의 10%인 유지증거금(6백만원)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다음날 오전까지 추가 납부하도록 독촉하게 된다(Margin Call). 그때까지 돈을 못내면 거래소는 즉시 반대 매매를 해 거래를 청산해 버린다. 이런 위험을 고려해 개인의 경우는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20계약으로 정해 놓았다. 또한 주식과 마찬가지로 주가지수 선물 거래에도 비정상적인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가격 변동 폭을 전일 종가 기준 5% 이하로 정해 놓았다.

레버리지 효과라는 주가지수 선물 거래의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주가지수 선물 시장에는 자금력이 든든한 기관 투자가들이 주로 참여한다. 주식 투자와 달리 선물 투자는 냉혹한 제로섬 게임일 뿐만 아니라 투기성이 강하기 때문에, 소액의 개인 투자가라면 큰 돈을 벌려는 허황된 꿈을 품고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하다가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