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 경쟁력 ''체인지업''
  • 李哲鉉 기자 ()
  • 승인 199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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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컴퓨터 ‘프로젝트X’ 발진, 세계 5대 메이커 노려…‘무상 업그레이드’ 성공이 선결 과제
세계 5대 컴퓨터 메이커. 삼보컴퓨터가 2000년대 초에 이루려는 목표이다. 이용태 박사(삼보컴퓨터 회장)가 출자한 천만원을 자본금으로 삼아 80년 서울 청계천 골방에서 창업한 업체가, 내수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다진 뒤 이제 세계 시장을 넘보는 것이다.

하지만 삼보컴퓨터가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올해 10월부터 닥칠 난관을 이겨야 한다. 지금까지 내수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보장형 컴퓨터 체인지업 시리즈의 부품 교체 작업이 그것이다.

81년 국내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한 삼보컴퓨터는, 82년부터 트라이젬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해 해마다 2배가 넘는 성장세를 이어왔다. 97년 말 불어닥친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도 삼보컴퓨터의 성장을 막지 못했다. 컴퓨터 내수 시장이 40% 가까이 위축되는 와중에서도 삼보컴퓨터는 시장 점유율을 21.7%까지 끌어올렸다(업계 2위). 가정용 컴퓨터 시장 점유율은 24.7%에 이르렀다(도표 참조). 97년 18.5%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삼보컴퓨터의 내수 시장 점유율을 높인 1등 공신은 단연 체인지업 시리즈이다. 체인지업 시리즈는 국내 최초의 보장형 PC이다. 즉 구입한 지 2년이 지나면 컴퓨터 주요 부품인 중앙 연산 처리 장치(CPU)와 주기판(마더 보드)을 교체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체인지업 시리즈를 구입하면 2년 뒤 성능이 개선된 새 컴퓨터를 하나 더 얻게 되는 셈이다.

97년 11월 초 체인지업 시리즈가 출시되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체인지업 시리즈가 출시되기 전인 97년 10월 삼보컴퓨터의 가정용 컴퓨터 내수 판매량은 1만2천대를 넘지 못해 시장 1위인 삼성전자 판매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체인지업 시리즈가 발표된 직후 삼보컴퓨터는 97년 11∼12월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시장 1위에 올랐다. 그후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초 시장 1위 자리를 다시 삼성에게 내주었다. 하지만 체인지업 시리즈는 지난해 11월까지 12만대나 팔려 지난 1년 동안 단일 기종으로는 가장 많이 판매된 컴퓨터가 되었다.

삼보컴퓨터가 큰 성공을 거둔 것은 경기 침체기에 적합한 마케팅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컴퓨터 수명이 너무 짧아 컴퓨터 구입을 망설였다. 컴퓨터를 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이 나와 금방 산 컴퓨터를 구식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보컴퓨터 마케팅팀은 수명이 긴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주요 부품을 바꾸면 수명이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데 착안해 체인지업 시리즈를 만든 것이다.

체인지업 시리즈 부품 교체에 3백60억 들어

제품 광고도 체인지업 성공에 한몫 톡톡히 했다. 삼보컴퓨터는 체인지업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광고 모델로 LA다저스 박찬호 선수를 기용했다. 국내 모델료로는 최고 액수인 11억원을 박찬호 선수에게 지불했지만 그 덕에 3위이던 삼보컴퓨터의 소비자 인지도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체인지업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말 체인지업Ⅲ을 내놓고 내수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체인지업 시리즈는 삼보컴퓨터의 도박이었다. 내수 시장이 크게 움츠러들자 그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인데 2년 후 주요 부품을 바꾸어 주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주요 부품을 교체해 주는 사후 관리 조직을 꾸리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보컴퓨터는 지난해 업그레이드 센터를 설립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그만두었다. 하지만 올해 10월부터 몰려들 체인지업 시리즈의 주요 부품 교체 신청을 소화하려면 2/4분기 안에 업그레이드 센터를 세워 지원 체제를 시험 가동해야 한다.

업그레이드 센터가 올해 10월까지 세워져 제 기능을 발휘한다고 해도 그 비용이 엄청나다. 체인지업 시리즈에 장착된 펜티엄Ⅱ의 중앙 연산 처리 장치는 가격이 아무리 많이 떨어져도 개당 2백 달러는 된다. 또 주기판도 8만∼10만 원이나 된다. 따라서 체인지업 시리즈 한 대의 주요 부품을 바꾸는 데 3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셈이다.

지금까지 팔려나간 체인지업 시리즈는 12만대가 넘는다. 부품 교체를 원하는 체인지업 시리즈 소비자들은 올해 10월부터 제품을 들고 삼보컴퓨터 업그레이드 센터를 찾을 것이다. 따라서 올해 10월부터 부품 교체 비용으로 3백60억원 이상 들어간다. 이는 지난해 삼보컴퓨터가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5천만 달러의 1차 지원분인 3천5백만 달러와 맞먹는 액수이다.
하지만 삼보컴퓨터 국내영업담당 김두수 부사장은, 지금까지 판매한 체인지업 시리즈의 부품을 모두 바꾸어 주어도 회사가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교체 과정에서 회수한 중앙 연산 처리 장치와 주기판을 후진국에 저가로 수출하면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 보급되는 컴퓨터 사양이 국내보다 1∼2년 뒤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 셈법은 설득력이 있다.

삼보컴퓨터가 중국 진출을 서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보컴퓨터는 중국 동북 지역 중공업 도시인 선양 시와 ‘삼보컴퓨터의 대규모 컴퓨터 산업 단지에 대한 한·중 선양 합작 투자 의향서’를 교환하고 합작 투자에 합의했다. 삼보컴퓨터와 선양 시는 올해 상반기 안에 삼보컴퓨터종합단지를 조성해 컴퓨터 생산과 부품 제조업체를 입주시키기로 합의했다.

삼보컴퓨터는 기업의 사활을 중국·미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 개척에 두고 있다. 위축된 내수 시장만을 바라보고 생산해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경제 국경이 없어지는 컴퓨터 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세계 유명 컴퓨터 제조업체와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하지 않고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삼보컴퓨터가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마련한 비책은 ‘프로젝트X’이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프로젝트X는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과 기술력이 탄탄한 컴퓨터 부품 전문 중소업체들과 손잡고 컴퓨터를 대량 생산·수출하는 체제를 갖추자는 것이다. 국내 컴퓨터산업이 가진 기술력을 합쳐 상승 효과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 연간 생산량 백만대를 넘지 못하는 업체는 생존하기 어렵다. 삼보컴퓨터는 국내 생산 라인을 극대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지만, 경쟁 회사와 부품 업체가 얼마만큼 호응할지는 알 수 없다.

초저가 멀티 미디어 PC ‘e타워’로 승부

삼보컴퓨터가 프로젝트X를 추진하면서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는 것은 e타워이다. e타워는 소비자 가격이 최하 4백99 달러에 불과한 초저가 멀티 미디어 PC이다. 삼보컴퓨터는 모니터 전문 업체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와 함께 미국에 세운 현지 판매 법인 e머신즈를 통해 지난해 10월 e타워 20만대 수출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97년 1만3천대에 그쳤던 수출 물량이 지난해 22만대로 늘었다. e머신즈는 미국 저소득층(1천7백만 가구)과 컴퓨터 재구매자 7백만명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아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일본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 유통업체인 티존·소텍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예약 판매를 하고 있다. 3만대를 예약 판매하고 있는 소텍에는 올해 20만∼30만 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또 소텍과 손잡고 두께 2㎝ 이하인 초경량 노트북 컴퓨터를 개발해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프로젝트X가 성공하면 삼보컴퓨터는 올해 매출 1조5천억원, 2000년에는 2조원을 기록하는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로 성장한다. 삼보컴퓨터 경영진이 그리는 청사진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은 역시 체인지업 시리즈이다. 체인지업 시리즈의 부품 교환을 성공적으로 해내야 장밋빛 청사진의 색상이 선명하게 드러날 듯하다. 따라서 삼보컴퓨터가 꿈꾸는 제2 도약이 가능할지 여부는 올해 말에 가서야 점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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