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금알' 누가 먹을까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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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사업자 경쟁률 '4 대 1'…
전문 채널 2개는 중소기업유통센터·한국농수산방송 유리


사진설명 황금알 낳는 거위? : 홈쇼핑 채널 5개 시대가 열리면 그 중 2∼3개 업체는 낙오할 수밖에 없다.

카드는 3장. 그러나 덤벼든 선수는 12명. 지난 2월28일 방송위원회가 사업권 신청 접수를 마감한 결과 신규 홈쇼핑 사업권 경쟁률은 4 대 1로 나타났다. 올해 초 '마지막 남은 황금 시장'인 홈쇼핑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우후죽순처럼 출현한 컨소시엄은 20개.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12개로 드러났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숫자가 2천개에 이르는 만큼 업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대기업에서부터 재래 시장까지 규모가 제각각일 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에서부터 제조업·벤처 기업·정부 산하단체에 언론사까지 업종도 각양각색이었다.

신청서를 낸 12개 컨소시엄 중에서 유력하다고 꼽히는 컨소시엄은 5∼6개이다. 지난 2월 방송위원회가 전문 채널에 특별히 가중치를 두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을 유통하는 전문 채널에 사업권이 1개씩 안배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중소기업청이 대주주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이미 사업권을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나온다.


일반 채널 1개는 대기업이 딸 가능성 높아


농수산물 유통 채널은 한국농수산방송과 하나로쇼핑넷의 경쟁으로 압축된다. 한국농수산방송은 닭고기 제조업체 하림과 수협중앙회 등이 뭉친 컨소시엄이고, 하나로쇼핑넷은 삼성물산과 농협유통이 주도해 만들었다. 전문성을 따진다면 방송 시간 100%를 농수산물 판매에 쓰겠다고 발표한 한국농수산방송측이 유리하다.

전문 채널 2개를 제외하면 남은 사업권 한 장은 대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롯데의 디지털홈쇼핑, 현대의 연합홈쇼핑, 신세계의 신세계홈쇼핑 등 '유통 3강'이 만든 컨소시엄과 한솔그룹의 한솔홈쇼핑이 강력한 경쟁자. 삼성물산이 대주주인 하나로쇼핑넷은 농산물 전문 채널뿐만 아니라 대기업 몫을 노리는 유력 후보이다.

대규모 유통업체들은 홈쇼핑 채널을 따내면 기존 유통망과 텔레비전을 엮는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는 쪽은 롯데백화점. 유통 업계의 강자일 뿐 아니라 중소기업중앙회 소속 2백개 업체를 끌어들여 '중소기업 살리기'라는 대의 명분까지 확보했다. 신세계는 연극배우 손 숙씨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한솔그룹은 홈쇼핑 채널을 확보할 경우 카탈로그를 발송해 제품을 판매하는 한솔 CSN에 '날개'를 달 수 있으므로 사업권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그룹 최고위층이 사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을 직접 챙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홈쇼핑 사업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밖에도 남대문·동대문 상인들이 뭉친 재래 시장 홈쇼핑은 '재래 시장 현대화'라는 명분을 들고 나와 만만치 않은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업체 중 누가 사업자로 선정되건 간에 홈쇼핑 채널 5개(CJ39·LG홈쇼핑 포함) 중 2∼3개는 낙오할 수밖에 없다. 홈쇼핑 사업은 일부가 기대하듯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원은 2005년 홈쇼핑 시장 규모를 7조원까지 바라보고 있지만, 업체들은 대략 5조원 정도로 예상한다. 다섯 업체가 사이 좋게 나누어 먹기에는 '파이'가 너무 작은 것이다. 또한 케이블 방송을 일반인에게 송출하는 각 지역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의 전송 능력이 부족해 홈쇼핑 채널 5개를 모두 방송하기가 불가능하다. 결국 SO는 자기가 지분 투자를 한 컨소시엄 채널 또는 장사가 잘 되는 채널을 '골라서' 방송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 홈쇼핑 시장 판도는 2강+3약이나 3강+2약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방송위원회는 오는 4월2일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 날은 홈쇼핑 업계의 무한 경쟁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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