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를 죽일 순 없다”
  • 장영희 전문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12.2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컨버전스 커뮤니티로 부활 날개 편 손주원 코리아닷컴 사장
코리아닷컴 커뮤니케이션즈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손주원 사장(43)이 내세우는 회생의 강력한 신병기는 최근 포털 업계의 눈길을 모은 이룸(e-room) 서비스. 서비스라기보다 플랫폼(구조)인 이룸은 1인 블로그 ‘원룸’에서 한번의 클릭으로 친구·연인·가족과 함께 쓰는 ‘멤버룸’으로 변환시킬 수 있고, 다시 이것을 동호회 형태인 ‘카페룸’으로 바꿀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간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로 통합한 이른바 컨버전스(복·융합화) 커뮤니티다. 손사장은 궁극적으로 이룸 하나로 모든 포털 서비스가 가능한 사이버 원스톱 서비스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손사장 표현에 따르면, 코리아닷컴은 중딩은 몰라도 고딩은 아는 포털 사이트다. 고등학생 이상의 네티즌에게 다만 잊혀져 있을 뿐이다. 2000년 대한민국 대표 포털을 표방하며 파죽지세로 성장했던 코리아닷컴이 이런 처지에 내몰린 것은 모기업(지분 57%)인 두루넷(초고속 인터넷 업체)의 경영 위기에서 비롯했다. 두루넷은 결국 지난해 3월 법정관리에 처해졌다.

손사장이 코리아닷컴과 연을 맺은 것은 2002년 8월. 코리아닷컴이 이미 위험하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상황에서 그는 왜 안정된 알리바바코리아(기업간 전자상거래 업체) 대표 자리를 박차고 나왔을까. “코리아닷컴은 5백만 달러를 주고 (재미동포에게) 사들인 도메인이다. 도메인이 너무 좋지 않은가. 죽기살기로 하면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않을까 생각했다.”

모기업 법정관리 역경 뚫고 ‘이룸’ 서비스 개발

단단히 각오했지만 어려움의 강도는 그의 예상을 훌쩍 넘어섰다. 직원의 절반을 잘라내는 것도 고통스러웠지만, 그를 집요하게 괴롭힌 것은 ‘남은 자 증후군’이었다. 회사에 대한 남은 직원들의 애정과 신뢰가 갈수록 떨어졌다. 외부 환경 역시 점입가경이었다. 1~2년 사이에 NHN(네이버)·다음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졌고, 직접 경쟁자인 KTH(파란)·하나로텔레콤(하나포스)·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의 물량 공세가 코리아닷컴을 옥죄었다.

손사장이 회사 회생을 위해 구사한 유일한 전략은 ‘호소’와 ‘결기’였다. 법정관리되는 처지에서 돈도 없고 쓸 수도 없었지만, 코리아닷컴의 최대 적은 직원들의 패배감·자신감 부족·난파선 심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도메인을 살려내자’고 호소하자 결국 직원들이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며 의기투합했다. 포털 업체 가운데 현재 유일하게 내놓은 컨버전스 커뮤니티 이룸은 그와 60여 명의 직원이 1년 동안 사즉생의 결기로 만들어낸 결실이다. 손사장은 “이룸과 같은 작은 성공 신화를 많이 만들어내 조직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이 흑자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코리아닷컴의 강점이자 회생 원천은 이렇다. “우리에게는 비록 작지만, 70만명이라는 충성스런 회원이 있다. 그들은 어려울 때도 코리아닷컴을 버리지 않았다. 도메인의 우수성과 메일 서비스의 질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모기업 두루넷의 우선 협상자로 하나로텔레콤이 결정되면서 코리아닷컴의 운명도 이 협상에 연동될 수밖에 없지만 손사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두루넷의 소유자가 누가 되든 코리아닷컴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포털 업체로서의 경쟁력이라는 주장이었다. 서울 서초동 코리아닷컴 사무실 벽에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