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더스 회원들의 '정명석 체고' 전말
  • 신호철 (eco@sisapress.com)
  • 승인 2003.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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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갔다는 곳이면 어디든 추적했다
홍콩의 클리어워터베이는 관광 명소로 꼽힐 정도로 멋진 경치를 자랑하는 부유촌이다. 2003년 7월9일 홍콩 이민국 경찰은 엑소더스 회원들의 제보로 이곳 가슈로(路)의 한 대저택을 수색했다. 엑소더스 회원 김영수씨는 혹시 용의자가 뒷문으로 도망칠까 봐 저택 뒤로 돌아갔다. 김씨는 뒷 숲에 둘러친 모기장 텐트 안에서 여성 2명과 함께 누워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가 바로 JMS 정명석 교주였다. 한국 검찰과 인터폴의 수배 속에서도 유유히 불법 체류 생활을 계속해 온 정명석 교주는 이렇게 엑소더스 회원들의 끈질긴 추적에 의해 체포되었다.

7월9일 체포 작전은 마치 007 영화를 방불케 했다. 한국에 있는 정명석 교주의 측근들이 홍콩으로 간다는 정보를 입수한 엑소더스 회원들은 공항에서부터 첩보전을 벌였다. ‘인천공항팀’과 ‘홍콩공항팀’으로 나뉜 회원들은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 로밍 핸드폰을 갖추고 출국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고 있었다. 공항이 커서 출구마다 회원들을 분산 배치했다.

정명석 교주 측근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회원들은 그들의 옷차림과 모양새를 사진으로 찍어 홍콩으로 전송했다. ‘홍콩팀’은 이를 바탕으로 홍콩공항을 빠져나오는 측근들을 포착해 택시로 미행했다. 미행 와중에 몇 차례 발각될 고비를 넘긴 끝에 클리어워터베이에 있는 정명석씨의 저택을 찾아냈다. 김영수씨는 정씨의 얼굴을 확인하고 홍콩 주재 한국영사관에 신고했다


엑소더스 회원들이 추적 작전을 벌인 것은 이 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김영수씨는 “2001년에도 정씨가 독일 별장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독일 남부 별장 지역을 250km나 누비며 12일 동안 노숙 생활을 했다. 정작 그 별장을 발견했을 때는 정명석 교주가 사흘 전 다른 곳으로 옮긴 후였다”라고 말했다. 2002년에도 엑소더스는 뉴질랜드에 회원을 급파했는데, 역시 며칠 차이로 놓쳤다고 한다. 이번 홍콩 추적 때도 세 번이나 회원을 보냈고, 4개월 동안 체류하며 정씨의 행적을 좇기도 했다.

엑소더스의 이런 활동은 JMS측 신도들의 미움을 살 만했다. 특히 김영수씨는 주목 대상이다. 7월9일 홍콩에서 김영수씨와 정명석 교주가 조우하는 장면이 캠코더로 촬영되었다. 방송과 인터넷에서 그 동영상을 본 신도들은 “김영수씨가 정명석 총재님을 함부로 대했다”라며 분노하고 있다. 8월20일 습격 때 신도들이 유독 김영수씨를 집중 폭행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정명석씨는 1945년 충남 금산 출신으로 1960년대 후반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으며 이후 통일교에 몸을 담았다. 통일교의 한 간부는 “정명석씨가 1년 이상 통일교 신도로 생활했다. JMS 교리와 통일교 교리는 99% 똑같다”라고 말했다. JMS 홍보국장 김대덕씨는 “통일교에서 3개월 강연을 했을 뿐이라고 알고 있으며 통일교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정명석씨는 통일교를 탈퇴하고 1980년 ‘애천선교회’를 조직했는데 이것이 JMS 활동의 시작이다. 처음 신도는 5명뿐이었으나 1980년대를 거치면서 세가 불어나 1990년대 중반에는 20만명에 이르렀고, 특히 유명 대학에는 JMS동아리가 꼭 있을 정도로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정씨가 여성 신도들과 자주 성관계를 가진다는 소문은 예전부터 나돌았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언론이 정명석씨의 성추문을 추적해 보도하면서 사회 문제가 되자 정씨는 1999년 1월 홍콩으로 출국한 뒤 세계 각국을 전전했다. JMS측은 “외국으로 나간 것은 저서 집필과 국제 선교 활동을 위한 것이며, 그 사이 국내에 세 번 입국했다”라고 밝혔다.

정명석씨에게 성폭행·성착취를 당했다며 신고한 여성은 40여명에 이르며, 이 중 법정에서 증언한 여성은 10여 명에 달한다. 7월24일 서울지법은 피해자 7명이 낸 성폭행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씨의 혐의를 인정해 ‘1인당 1천만∼1억 원씩 모두 3억8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는 원고들이 자신을 메시아로 믿게 한 뒤 종교적 최면으로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은 원고들을 간음 내지 추행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JMS측은 바로 항소했다.

2003년 3월 서울지검은 정씨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여대생 자매의 고소를 받아들여 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놓았다. 또 인터폴은 지난 6월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정씨를 수배자로 분류해 추적해 왔다. 정씨는 2003년 7월9일 홍콩 이민국에 체포되었으나 유엔 난민 고등판무관실에 난민 신청을 내고 홍콩 정부에 소송을 거는 바람에 추방 시기가 늦추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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