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놀랄 가짜 '귀신 비디오'
  • 신호철 (eco@sisapress.com)
  • 승인 2003.09.1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귀신도 울고 갈 ‘완벽 사기극’
인터넷 ‘귀신 비디오’ 소동 전말/영화 제작사가 돈벌이 위해 제작·유포

'몰카에 찍힌 남자의 형상은 20년 전 죽은 최병선씨의 장남 최경호군이었습니다.’ 최근 고등학생 이명준군(18)은 괴상한 소문이 나도는 한 인터넷 홈페이지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이런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연극인 조 아무개씨의 서명이 박힌 이 문장 아래 귀신이 찍혔다는 몰래 카메라 동영상이 보였다. 이군은 동영상을 몇 번이고 보았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사람 얼굴 비슷한 형상이 보였다. 그것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최경호군의 영혼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흔히 나도는 일반 귀신 비디오였다면 이군이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것은 달랐다. 홈페이지에는 이 영혼의 주인을 찾아냈다는 추적기가 생생하게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군은 “학교에 가니 친구들이 쉬는 시간마다 이 귀신 비디오 이야기를 했다. 지금 네티즌들 사이에서 난리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기에? 홈페이지가 밝힌 사연은 이렇다. ‘2002년 한 대학교 커플이 여관에서 몰래 카메라를 찍었다. 그 몰카는 2003년 4월 한 몰래 카메라 전문가에게 흘러갔는데 그 전문가는 비디오 화면에서 귀신을 발견했다. 그는 비디오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고, 2003년 5월 연극인 조씨가 우연히 귀신을 발견했다. 조씨는 비디오의 사연을 밝히기 위해 끈질긴 추적에 들어갔다. 몇달 간에 걸친 심층 취재 끝에 그 귀신은 1982년 일가족 살인 사건 때 억울하게 희생된 최경호군으로 밝혀졌다.

조연호씨는 여관 관리인·동네 부동산업자·죽은 장남의 후배·죽은 딸의 초등학교 동창·무속인·아동심리학자 등 주변 사람을 인터뷰해 기록을 남겼다. 한국언론재단의 도움을 받아 1982년도 신문 마이크로필름을 검색했다며 그럴듯한 증거 자료도 제시했다. 죽은 은미양이 초등학교 때 그린 그림을 놓고 아동심리학자와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면 결론은? 100% 거짓말이다. 귀신 비디오란 애초부터 없었다. 죽은 최경호군도 없었고, 신문 보도도 조작이다. 이 홈페이지는 티엠오이 엔터테인먼트라는 한 제작사가 만든 것으로, 인터넷 영화를 홍보하는 사이트였다. 티엠오이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은 없다”라고 시인했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이 동영상은 다음·네이버 등 국내 포털 사이트 9개에 유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가격은 2천원. ‘억울한 최경호의 한을 풀어주세요’라는 홍보 메일을 받은 네티즌도 많다.
제작사 사장은 “이 영화는 포털 사이트 영화코너에서 서비스했다. 가상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달랐다. promis525(네이버)라는 네티즌은 “2천원 주고 받아봤다. 다 거짓이었다. 이거 만든 ×× 죽여버리고 싶다”라며 흥분했다. 어디에도 이것이 실제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은 없었다.
서울시 사이버범죄수사대 정관호 반장은 “이 비디오의 소문은 익히 들었다. 이런 류의 사건은 처음이어서 법적으로 어떤 규제가 가능할지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