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 저린 도둑, 제 꾀에 넘어갔다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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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선 ‘천호영이 비리 다 안다’ 짐작…“홍걸씨에게 돈 줬다” 선수 쳤다 ‘쇠고랑’



'최규선 게이트’는 너무나 사소한 커피 판매기 분쟁에서 시작되었다.
천호영씨의 동생 호림씨(35)는 지난 1월 개장한 서울 강남의 씨네시티 건물 4층을 임차해 음료수와 팝콘을 파는 휴게실을 운영했다. 지난 3월17일 호림씨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따뜻한 카푸치노 커피 판매기를 하나 들여놓았다.


씨네시티 건물 1층에는 최규선씨가 커피 전문점 ‘라바짜’를 운영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천씨 형제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최씨는 “미래도시환경이 운영하는 ‘라바짜’ 커피숍만이 커피를 판매하기로 건물주와 계약했다”라며 ‘어깨’들을 몰고와서 호림씨에게 커피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호림씨와 전화로 언쟁을 벌이던 최씨는 “그래 너도 많이 (탈세) 해먹었다더라”는 호림씨의 격앙된 발언에 흥분했다. 천호영·호림 형제가 자신의 비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최씨는 이들을 단단히 단속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씨네시티 호프집으로 천씨 형제를 불러내 무지막지하게 폭행한 최규선씨는 목격자들이 신고하는 바람에 문제가 되자 천씨 형제에게 ‘합의’를 종용했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호림씨 가게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해 한숨을 돌린 최씨는 호림씨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모두 녹음한 뒤 천씨 형제를 공갈·협박범으로 몰았다. 최씨는 천씨 형제가 회사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6억원을 내놓으라고 협박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동생 호림씨가 공갈·협박 혐의를 받게 되자 더 참지 못한 천호영씨가 최씨의 비리를 인터넷을 통해 폭로해 일이 커진 것이다.



뒤이어 천호영씨가 김홍걸씨를 팔고 다닌 최씨의 말이 녹음된 테이프를 공개하자 천씨가 김홍걸씨와 관계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지레 짐작한 최씨는 다음날 스스로 기자회견을 열어 “홍걸씨에게 대가 없이 돈을 줬다”라고 말해 화를 자초했다. 능수능란한 박사급 사기꾼 최씨가 자기 꾀에 삐진 것이다. 천호영씨는 “사실 나는 최씨 비리의 일부밖에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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