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챙긴 사람 또 있다?
  • 차형석 기자 (papapipi@sisapress.com)
  • 승인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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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 비서 출신 인사, ‘파크뷰 인근 땅’ 3천10평 공동 매입



지난해 3월9일 오전 9시. 경기도 분당 파크뷰 모델하우스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3일 전부터 ‘떴다방’과 아르바이트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분양을 받으려고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은 10만명이 넘었다. 건장한 ‘어깨’들이 앞에서 ‘인원 정리’를 했지만 밀려드는 인파는 끝이 없었다. 분양권이 일부 샜다는 소문이 돌기는 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선착순 분양(저층부)과 공개 추첨 분양(고층부)말고 ‘새치기 분양’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그러나 1년2개월이 지난 지금 사상 최대의 분양 인파가 몰린 ‘파크뷰 추첨’은 사기극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주상 복합 아파트 ‘분당 파크뷰’ 1백30여 가구가 정·관계 고위 인사들에게 특혜 분양되었다는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주장은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9일 67명에게 사전 분양을 한 파크뷰 분양대행사 엠디엠의 문주현 사장을 업무방해죄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특혜 분양은 깃털, 용도 변경이 몸통”


파크뷰 새치기 분양은 67가구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정식 분양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해 3월8일에 이미 사전 분양된 아파트가 총 4백46가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첫날 마감되었다는 분양 대행사의 설명과 달리 33·48평형 41가구가 나중에 별도 분양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누가 사전 분양을 받았는지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 ㅂ 전 의원, 민주당 ㅂ의원, ㅎ검사, 토지공사 전·현직 간부, 성남시 관계자, 중앙지·지역지 기자 등 30여 명이 특혜 분양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김옥두 의원과 김홍일 의원의 처남 윤흥렬씨 그리고 <동아일보> 이현락 편집인은 각각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분양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특수부는 “김옥두 민주당 의원의 아들(27)과 부인 윤영자씨(57), 윤흥렬 전 스포츠서울21 사장 등 5명이 해약자로 드러났으며, 이들은 모두 계약금을 돌려받았다”라고 말했다. 해약할 경우 위약금을 무는 통례와는 사뭇 달라 계약자와 이중 계약을 맺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백궁·정자 지구 용도 변경에 관해 줄곧 문제 제기를 해온 성남시민모임 이재명 변호사는 “특혜 분양은 깃털이다. 용도 변경 문제가 몸통이다”라고 말했다. 애초 파크뷰 아파트 특혜 분양 의혹의 발단은 백궁·정자 지구 용도 변경이었다. 파크뷰가 들어설 정자동 6번지(3만9천평)는 포스코개발이 1995년 7월 매입했다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1999년 12월 2백81억원을 손해 보면서까지 토지공사와 맺은 부지 매입 계약을 취소한 땅이었다.


오피스텔 분양 완료…엠디엠이 분양 대행


그런데 계약 파기 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2000년 5월 이 부지에 주상 복합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용도가 변경되었다(<시사저널> 제627호 참조). 용도 변경에 따르는 막대한 이득을 시행사인 에이치원개발이 얻을 수 있어 그동안 시행사와 여권 실세의 유착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시사저널>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비서 출신인 조 아무개씨가 백궁·정자 지구 용도 변경 직전인 1999년 6월30일 백궁·정자 지구에 있는 부지(정자동 168-1,2,3) 3천10평을 1백71억원에 공동 매입한 계약서를 확인했다. 조씨와 공동 매입한 사람들은 분당구 도시설계 변경 용역(1998년 6월)을 맡았던 ㄱ건축사무소의 정 아무개 당시 전무와, 김 아무개씨이다. 조씨는 지난해 12월까지 파크뷰 분양 신탁을 담당했던 생보부동산신탁에서 이사로 근무했다. 현재 정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ㄱ건축사무소와 생보부동산신탁은 협력사로 등록되어 있다.


정씨는 성남시가 도시설계 변경을 확정하기 6개월 전에 유럽 여행을 하던 김병량 성남시장과 독일에서 만난 사실이 드러나 시민단체로부터 의혹을 사왔다. 당시 김시장은 “정씨를 우연히 만났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부지(정자동 168-1,2,3)의 등기부등본에는 어디에도 이들의 이름이 없다. 이 부지는 2002년 3월21일부로 ○○건설 소유로 되어 있다. 이 부지에는 2004년 7월 지하 4층, 지상 10층짜리 오피스텔(1천35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선착순 분양은 이미 끝났고, 평당 분양가는 4백30만∼5백30만 원이다. 공교롭게도 이 오피스텔의 분양 대행과 자금 관리를 엠디엠과 생보부동산신탁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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