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을 확보하라” 숨막힌 줄다리기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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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 ‘테이프 쟁탈전’ 내막



'최규선 육성 테이프’를 단독 입수한 곳은 <중앙일보> 자회사인 한국판 <뉴스위크>였다. 임도경 기자는 지난 1월부터 알고 지내던 대필 작가 허철웅씨를 통해 최씨의 ‘진술’을 담은 테이프 3개를 포함해 녹음 테이프 원본 9개와 사진 자료를 확보했다.


임도경 기자는 “작가를 설득해 최초 보도 1주일 전에 테이프를 단독 입수했다. 3일간 따로 방을 잡아놓고 녹취록을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뉴스위크>는 지난 5월7일 최규선씨의 허락 없이 녹음 내용을 전재했고, <중앙일보>도 자매지의 특종 기사를 그대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 최규선 테이프 기사를 올렸다. 그러나 최씨의 이종사촌형인 이창현씨가 가지고 있던 편집본(최씨측이 김홍걸씨에게 불리한 내용을 빼고 원본 테이프 3개를 50분짜리로 축약한 것) 1개만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는 이 테이프를 발 빠르게 방송사들에 제공해 특종 경쟁에서 뒤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면서, 물밑에서는 원본 녹음 테이프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대필 작가 허씨 측근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뉴스위크>가 복사한 뒤 허씨에게 돌려준 녹음 테이프 원본 9개를 입수하기 위해 5월8일 허씨 자택에 진을 친 뒤 거액을 주고서라도 테이프를 입수할 뜻을 비쳤다고 한다.


그러나 ‘안티 조선’ 성향으로 알려진 허씨가 이 제안을 거절해 협상은 무산되었고, ‘녹음 테이프 지키기’에 나선 한국판 <뉴스위크>가 진통 끝에 다시 원본 테이프를 확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임도경 기자는 “<조선일보>가 너무 속 보이는 행동을 했다”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허씨 집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조선일보> 사회부 정 아무개 기자는 “<조선일보>는 돈을 주고 거래하려 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 부인했다.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최규선 육성 테이프는 얼마만큼 진실을 담고 있을까? 천호영씨는 “평소 하던 말대로 자기 변명과 과시만 하고 있다. 태반이 거짓말이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천씨에 따르면 최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인 신경안정제 아티반을 하루에 몇 차례씩 복용해야만 하는 환자였다. 최씨는 테이프에서 “저는 피해망상증에 걸렸습니다. 아, 이 정권은 나를 죽이려고 한다 … 나 지금 이성을 잃었습니다”라고 부르짖었다.
진실성이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테이프의 내용이 워낙 흥미로워 테이프의 행방을 좇는 기자들의 발길은 바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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