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려 무엇에 쓸꼬?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3.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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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사업 확장 세몰이…대형 이벤트도 잇달아 개최



1998년 통일중공업이 부도를 내자 쇠락의 길로 들어섰던 ‘세계 평화통일가정연합’(일명 통일교·총재 문선명)이 국내에서 돌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지난 2월12일 통일교유지재단 소속 회사인 (주)세계일보는 쌍용양회가 보유하고 있던 용평리조트의 지분 91.5%를 매입했다. 주식 인수 가격만 1천7백40억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1975년 개장한 용평리조트는 1999년 겨울 아시안게임을 치렀고, 2010년 겨울 올림픽 후보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용평리조트 매입 자금은 서울 용산 한강로에 자리한 (주)세계일보 부지 5천평을 롯데건설 등에 매각해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일보>가 매각한 부지에는 올해 6월부터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신축 공사가 시작된다. <세계일보>는 서울시가 한강로에 8차선 도로를 신설하면서 대체 부지로 제공한 1천7백평에 37층짜리 사옥을 신축한다.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킬 대형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통일교유지재단이 만든 ‘선문축구재단’(이사장 곽정환)은 지난 2월5일 기자회견을 갖고 “네덜란드 축구팀 PSV 아인트호벤과 이탈리아의 AS로마, 독일의 바이엘 레버쿠젠 등 세계 정상급 프로 축구 클럽 8개팀이 참가해 7월15일부터 1주일 동안 월드피스킹(World Peace King)컵 국제 축구대회를 개최한다”라고 발표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등 6개 도시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이 축구대회는 ‘축구 황제’ 펠레가 대회 조직위 고문을 맡고 있고, 우승팀 상금만 24억원이다. 축구대회 전체 행사 비용이 2백억원대에 육박하는 국제 스포츠 행사이다.


지난 2월6일 통일교는 문총재의 83회 생일과 부인 한학자씨의 회갑을 맞아 롯데호텔에서 대형 축하 행사를 열었고, 2월5일부터 사흘간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서울로 초청해 ‘세계평화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오던 문총재 부인 한학자 세계평화여성연합 대표와 ‘세계평화 초종교 초국가 연합’ 곽정환 회장 등 통일교 지도자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적극적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다.


통일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에 따르면, 통일교는 오는 3월10일 평화통일가정당이라는 전국 정당까지 창당해 문총재가 주창해온 ‘천일국’ 건설을 2004년까지 국내에서 구현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의 후계 구도가 문총재의 3남 문현진씨로 굳어지면서 문총재 영구귀국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오른쪽 상자 기사 참조).




종교계와 언론계 일각에서는 통일교측의 이같은 공격 경영 방침 발표와 교세 확장을 눈여겨보면서도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통일교유지재단의 자금난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기독교계 인사는 “통일그룹 소속 회사들은 1998년 부도를 낸 뒤 지금까지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통일교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이고, 신도들을 쥐어짜지 않는 이상 현금이 나올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일교유지재단 황선조 이사장은 “통일교는 국내에서 현금 동원 능력이 최고다. 일본과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2백여 업체의 경영 실적이 매우 좋다”라고 반박했다.


월드피스킹컵 축구대회에 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이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성남일화 팀의 한 관계자는 “행사는 치를 수 있겠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식 승인하는 대회가 될지는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도 협회와는 관계 없는 프로 축구팀들의 경기일 뿐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교세 위축 만회하려는 시도 ” 비판도


기독교계는 월드피스킹컵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 총재를 선전하려는 ‘문선명 컵’이라고 깎아내린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김 청 홍보국장은 “교세가 위축된 통일교가 국제적인 이벤트로 이목을 끌어보려는 노림수다. 용평리조트도 겨울 올림픽 유치를 겨냥한 장기적인 홍보 전략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통일교를 ‘이단’이라고 주장해온 ‘한국 기독교 통일교대책협의회’는 1천2백만 기독교인에게 피스킹컵 축구대회 저지 운동과 용평리조트 이용 자제를 호소할 참이다. 통일교대책협의회 박재철 사무총장은 “통일교의 자금줄인 합동결혼식도 생각처럼 잘 되지 않다 보니 축구대회를 포교 선전장으로 만들려는 술수다. 통일교가 큰 행사를 벌일수록 죽어나는 것은 불쌍한 신도들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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