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의 떠오르는 별 카빌라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05.01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이르 국민, 반군 지도자 절대 지지… 모부투 32년 독재 종말 눈앞에
자이르를 이끌 지도자는 현 대통령 모부투 세세 세코(67)인가, 반군 지도자 로랑 카빌라(56)인가. 답은 자이르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들은 모부투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카빌라를 기다리고 있다.

카빌라가 이끄는 반군은 정부군을 파상적으로 공격해 자이르 국토의 반을 장악했다. 사기가 극도로 떨어진 정부군은 반군에게 거의 저항하지 않고 항복하는 형편이다. 카빌라의 반군은 4월10일 자이르 제2의 도시인 루붐바 시를 완전히 점령하고 모부투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서방 국가도 모부투에게 등을 돌렸다. 미국은 ‘모부투 정부는 이미 끝났다’라며 반군 세력을 정권 대체 세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자이르의 이웃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부룬디와 르완다는 카빌라의 투치족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자이르 동쪽 국경에 접해 있는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카빌라와 정글에서 게릴라 투쟁을 같이 한 절친한 친구이다. 그는 적어도 매주 두 번 위성 전화를 통해 카빌라에게 ‘정치적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카빌라=모부투’ 평가도

지난해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카빌라는 자이르 국민에게 그렇게 유명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정부를 귀찮게 하는 지방의 일개 게릴라 지도자였다. 그러나 지금 카빌라는 자이르 국민의 구세주가 되었다. 그의 얼굴은 거의 매일 자이르 신문 1면에 실리고 있다. 카빌라의 입성을 기다리는 자이르 국민의 모습은 종교 지도자를 기다리는 것 같다. 심지어 일부 국민은 ‘카빌라는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와 같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카빌라가 자이르 사태를 해결하는 열쇠를 쥐게 된 것은, 그 자신의 역량도 있지만 모부투 대통령의 실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호텔 하녀의 아들로 태어난 모부투는 60년 자이르가 벨기에로부터 독립할 때 자이르 군대의 실력자가 되었다. 그로부터 5년 뒤인 65년 그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되었다. 이때부터 32년 철권 통치가 시작되었다. 대통령이 된 뒤에 모부투는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그는 자이르의 모든 산업을 손에 넣고 중앙 은행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했다. 그는 이렇게 긁어모은 재산을 스위스와 벨기에 은행에 은닉했다.

모부투 대통령의 집권 기간에 자이르 경제는 계속해서 뒷걸음쳤다. 94년 자이르 1인당 국민 소득은 1백25달러이다. 이 수치는 벨기에 식민 치하였던 58년보다 70%나 떨어진 수치이다. 연간 평균 물가 상승률은 23.7%에 이른다. 더구나 인구의 80%가 실업자이다. 모부투에 염증을 느낀 자이르 국민은 그를 대신할 인물로 카빌라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카빌라는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다. 단편적인 소문만 있을 뿐 그의 전력에 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래서 카빌라도 모부투와 다름없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남미의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일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카빌라는 65년 체 게바라와 함께 정부군에 맞서 투쟁을 벌인 경력이 있다. 이때 체 게바라는 그의 일기에 카빌라를 순수한 혁명가라기보다는 호화 생활을 즐기는 기회주의자라고 적었다.

카빌라의 반군은 입으로는 ‘참여 민주주의’와 ‘깨끗한 정부’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언행을 보면 무자비한 구식 혁명의 특징도 보인다. 자신들의‘콩고-자이르 해방을 위한 민주세력동맹(AFDL)’이외의 모든 정당 활동을 금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래도 자이르 국민은 카빌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