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 독도 상륙 기도
  • 도쿄·채명석 편집위원 ()
  • 승인 199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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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황민당 등 ‘행동 우익’ 올 초부터 꾸준히 시도…분쟁 확대가 목적
지난 7월12일 오후 2시5분께 도쿄 미나미 아자부에 있는 주일 한국대사관을 습격한 일본의 우익 단체들이 독도 상륙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경찰의 조사에 의하면, 대사관 습격 범인 소가메 신이치(十龜伸一)는 에히메 현 도요 시에 본부를 두고 있는 우익 단체 ‘황실 헌정당’ 단원으로서 도쿄지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우익 단체는 서일본 지역 우익 단체 모임인 ‘서일본 사자회’의 하부 조직으로서, 지난 3월10일 열린 총회에서 ‘독도 탈환’ 문제가 96년도 운동 방침의 하나로 결정됨에 따라 이번에 한국대사관을 습격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서일본 사자회는 이때 일본 국내에 독도 영유권에 관한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독도에 직접 상륙을 감행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 결정에 따라 실제로 이들은 지난 3월17일에 열린 시마네 현 오키노시마 어민 총회에 참석해, 독도에 상륙할 어민 선단을 구성하고 독도 토지에 대한 임대차 신청을 대장성에 제출해 달라고 지역 어민들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역 어민들이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독도 상륙 계획은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도는 일본에서는 ‘다케시마’로 불리고 있다. 오키노시마 북서쪽 1백60㎞ 지점에 있어 일본 국내에서는 행정 관할권 및 어업권이 현재 오키노시마에 속해 있다. 그러나 시마네 현과 일본 해상 보안청이 한국과의 영토 분쟁을 이유로 선박의 접근을 막고 있어 54년 5월 이후 일본 어선의 독도 접근은 사실상 봉쇄되어 왔다.

시마네 현과 해상보안청은 54년 5월2일 어업권을 행사한 실적을 쌓는다는 명분으로 오키노시마 어민 10명에게 독도 주변 어업을 지시해, 이들이 야음을 타고 약 4시간 동안 독도 주변에서 미역을 채취한 적이 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한국은 독도 수비대를 상주시키는 조처를 취하게 되었다.

일본 우익들의 주일 한국대사관 습격과 독도 상륙 계획은 40여 년에 걸친 이러한 독도 접근 봉쇄를 돌파하고, 유엔 해양법 조약 비준을 계기로 일본 국내에 독도 영유권 의식을 고양시킨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황실 헌정당이나 서일본 사자회 같은 이른바 ‘행동 우익’들이 이런 운동의 주체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독도 문제로 파문을 일으켜 자기 단체의 이름을 팔아 보겠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 경비대 자극해 총격 사건 유도 획책

예를 들어 서일본 사자회의 독도 상륙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 황민당’이라는 우익 단체는 10여 년 전 이른바 ‘호메 고로시 사건’으로 유명해진 단체이다. 호메 고로시란 남을 칭찬하는 척하며 실제로는 비방한다는 뜻인데, 황민당은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축재에 능한 다케시다 노보루를 자민당 총재로 추대하자’는 가두 선전을 펼쳐 다케시다측으로부터 수십억엔을 뜯어냈다는 소문이 무성히 나돈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일본 황민당이 실은 서일본 사자회 결의에 앞서 단독으로 독도 상륙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 시기는 지난 2월 하순으로 오키노시마에서 어선을 빌려 독도 접근을 시도했으나 어민들이 용선을 거부하여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후 황실 헌정당의 본거지 도요 시에서 조그만 배를 사서 5개 우익 단체 11명이 오키노시마에 들어갔으나 이 정보를 입수한 해상보안청이 제지해 더 이상의 행동은 불가능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편 똑같은 행동 우익으로 분류되고 있는 나고야의 ‘사정 회의’라는 단체도 2월 하순께 10인승 어선을 빌려 8명이 승선을 준비했으나 독도 주변의 파고가 높다는 이유로 선장이 출항을 거부하여 이 계획 역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우익들은 이러한 실패를 거울 삼아 독도 주변의 파고가 잠잠해지는 계절을 택해 재차 독도 상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 경비정이나 독도 경비대를 자극해 총격 사건을 일으켜 다시 독도 문제를 확대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보를 종합해 보면, 주일 한국대사관을 습격해 파문을 일으킨 일본 우익들의 다음 목표는 독도 상륙이란 것이 분명해진다. 관계 당국은 독도 주변에서 그들의 도전을 분쇄할 만전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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