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러시아 손잡고 '무기 강국' 발돋움
  • 주성민 (자유 기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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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이27 전투기 등 최신 장비 구입…전자전에도 주력


북한과 러시아가 10여년 만에 군사 협력을 재개했다. 최근 러시아는 북한에 무기 판매를 결정했다. 판매 계획에는 미그29와 수호이27 전투기, 무인 정찰기 프첼라1, 소형 순찰 함정, 신형 레이더, 단거리 방공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 북한 인민무력부장 김일철이 러시아 무기판매 담당인 일리야 클레바노프 부총리와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을 만나 체결한 군사협정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지난 4월27일 이들은 러시아 국방부에서 '방위산업 및 군사장비 분야 협력 협정'과 '2001년 군사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 현대화에 적극 나서 7천억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의 전차와 무기공장 현대화를 위해 러시아 기술자들을 파견하기로 합의해, 앞으로 두 나라 간의 군사 교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러시아에 신형 무기를 판매해 달라고 요구해 왔으나 러시아는 소극적이었다. 북한의 지불 능력이 의심스러운 데다, 상대적으로 큰 시장인 한국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러시아가 태도를 바꾸어 북한 챙기기에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은 러시아에서 킬로급 잠수함 3척(1조8백억원 규모)을 도입하려던 사업을 백지화했다. 또 성능에 비해 값이 싼 것이 자랑인 러시아제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게다가 지난 1월 한국 정부가 러시아제 무기와 원자재를 구매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규모가 7억 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으며, 구입 예정액의 50%는 차관으로 제하는 조건이다.

 


수호이27, 한국 공군 F16보다 근접전에서 앞서

 




학수고대하던 시장에서 기대한 만큼 팔지 못한 러시아는 소홀했던 동맹국 북한으로 눈을 돌렸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러시아의 클레바노프 부총리는 어떤 무기를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팔 것인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정보를 입수한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판매 계획에 수호이와 미그 전투기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미그29는 수호이27과 함께 러시아를 대표하는 3.5세대 신형 전투기다. 독일이 통일된 후, 미그29를 수중에 넣은 미국은 자신들의 주력인 F15와 가상 공중전을 벌이도록 한 적이 있는데 그 결과는 감추고 싶을 정도였다. 따라서 미그29보다 성능이 월등한 수호이27은 한국 공군이 주력으로 운용하는 F16보다 근접전에서 성능이 앞서며, 미군의 F15에 필적할 성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그29는 1988년 파리 에어쇼에서 탁월한 기동성을 보여주어 서방측을 상당히 긴장시켰다. 그 후 러시아는 엔진과 기체 구조, 조종 계통, 사격통제장치, 무장 탑재를 집중적으로 개량한 다목적 전투기 미그29 M형을 개발해 1995년 파리 에어쇼에서 공개했다. 이밖에 해군의 항공모함 탑재용 D형, 수출용 SM형 등이 있다.


공대공 능력에 비중을 둔 최고 속도 마하 2.3의 제공 전투기 미그29는 1983년부터 실전 배치되면서 북한에는 1988년 초기형 30대 정도가 인도되었다. 이 때문에 위협을 느낀 한국 공군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규모를 늘려 1백20대를 도입하기로 계획했던 것이다.


수호이27은 러시아 최강의 장거리 요격 전투기이며 1984년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해 러시아 공군이 5백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최고 속도 마하 2.35인 수호이27은 미그29보다 강력한 레이더를 탑재해 탐지거리 240km에 추적거리는 185km에 이른다. 무장 탑재량도 강화되어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을 최대 10발까지 장착할 수 있고 항속거리도 길다. 수호이27은 연료를 9.4t 실어 공중 급유 없이도 4000km를 비행할 수 있다. 또 최대 이륙 중량 30t에 기체 길이가 22m에 가까운 대형이지만, 고속으로 비행하다가 90° 각도로 급상승하는 코브라 기동이 가능할 만큼 날렵한 비행 능력을 가지고 있어 전세계 공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항공역학 기술에서 미국을 앞서는 러시아가 미그29와 수호이27을 등장시키자, 미국은 스텔스 기술로 무장한 차세대 전투기 F22 랩터를 서둘러 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F22가 실전에 배치되면, 스텔스 기능이 없는 미그29와 수호이27은 실제 전투에서 역부족이다.


북한이 도입하게 될 무인 정찰기 프첼라1은 신형 기종으로 알려졌다. 이 기종은 기존 것들과는 성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구형이 거의 전투기 크기인 데 비해 길이 2m 이내의 소형인 신형 프첼라1은 아직 제원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게 될 무기는 이 외에도 고속 기동력을 가진 신형 순찰함과 레이더, 단거리 방공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어 그들의 전력은 증강될 것이고 한국군에는 그만큼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 북한 해커 교육 지원

 




북한은 1998년 스커드 연대와 노동 대대를 통합해 미사일 사단을 신설한 후 인민무력부 직속부대로 편성했고, 현재 신형 스커드 미사일 6백기를 보유해 남한의 주요 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9년 7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미그21 40대를 도입해 양강도 기지에 배치했다. 휴전선 부근과 평양 이남 지역에는 1개 전차군단과 기갑부대가 포함된 2개 기계화군단이 배치되어 있고, 동부지역의 2개 기계화여단이 전방에 전진 배치되어 기습 공격 능력이 강화되었다.


또한 비무장지대 주변에 배치된 2개 포병군단은 170mm와 240mm 장거리포를 지난 2년간 25% 증가시켰고, 이 포들은 14분이면 준비를 완료하고, 발사 2분 후에는 포탄을 서울에 떨어뜨릴 수 있다. 장거리 자주포와 방사포는 시간당 50만발을 발사할 수 있는 대구경 포탄으로 수도권의 하늘을 뒤덮을 수 있는데, 상당수가 서울을 겨냥하고 있다.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현대전의 핵심인 전자전과 컴퓨터 해킹에도 주력하고 있다. 인민무력부 소속 '자동화 대학'에서는 정보전·암호 해독·전자전 전문가를 매년 100여명씩 배출하고 있다. 북한군 최고 두뇌의 집합체인 자동화 대학 출신 장교들은 각군 자동화부 참모로 배속되어 전자전 지휘 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대대급까지 배치된 이들은 상당한 장비를 갖추고 레이더망 교란, 통신 감청, 전파 방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 컴퓨터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아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자동화 대학 출신 해커들은 미국과 한국의 주요 컴퓨터망을 해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에 도입될 러시아의 주력 전투기도 위협적이지만, 컴퓨터망 해킹과, 적의 지휘통신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전 역시 현대전에서 치명적인 위협으로 등장한 지 오래다. 전자전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군이 북한의 전자전 위협에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일도 상당히 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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