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록 몰고 다닌 윤도현밴드 전국 투어
  • 고재열 기자 (scoop@sisapress.com)
  • 승인 2004.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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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밴드 전국 투어, 최다 도시 공연·최대 관객 동원 신기록 세워
‘국민 밴드’ 윤도현밴드가 또 한번 멋지고 유쾌한 사고를 쳤다. ‘2003~2004 윤도현밴드 전국 투어’로 라이브 콘서트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지난해 7월 6집 앨범을 내고 투어 콘서트를 시작한 윤도현 밴드는 국내 30개 도시를 돌며 16만(티켓 판매량 기준) 관객을 모아 최다 도시 공연, 최대 관객 동원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돈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공연계의 불문율이다. 그러나 윤도현밴드는 무려 30개 도시를 투어에 포함했다. 무대도 서울의 무대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옮겨다 썼다. 총제작비 50여억원(순제작비 20억원) 규모로 스태프 1백20여명이 움직인 이번 공연은 전쟁을 치르듯이 진행되었다.

지난 2월14일 제주 한라체육관 마지막 무대에 오른 윤도현은 “오늘은 우리 밴드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우리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 16만명은 우리에게 월드컵 16강만큼이나 의미가 크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절대 공연’을 찾아 전국을 돌았던 ‘라이브 원정대’ 윤도현밴드(윤밴)의 원정 일기를 정리했다.

2003년 7월23일(서울):과감한 정공법

윤밴의 6집 앨범 이 출시되던 이 날, 윤밴은 방송국이 아니라 콘서트장으로 달려갔다. 앨범 홍보를 팬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라이브 콘서트에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앨범이 나오면 홍보를 위해 방송국에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지만 윤밴은 과감히 정공법을 택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주 5회씩 내리 3주를 공연했다.

2003년 9월6일(대전):배수의 진

첫 투어 지역은 대전. 광역시이지만 대전은 대중 음악 콘서트가 잘 안되는 곳이어서 ‘가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심지어 대전 출신인 신승훈마저도 공연을 기피하는 곳이다. 극심한 불경기로 인해 스폰서 기업들이 대부분 떨어져 나간 최악의 상황에서 그들은 투어를 시작했다.

2003년 9월20일(대구):금의환향

대전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윤밴은 추석연휴 기간 잠시 쉬고 대구 공연을 가졌다. 대구는 윤밴이 2집 앨범을 냈을 때부터 공연했던 곳으로 멤버에게 감회가 남다른 곳이다. 대구의 공연기획자 배성혁씨가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윤밴에게 가능성 하나만 보고 공연을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10명 남짓이었던 관객은 이제 수천명으로 불었다.
2003년 9월26일(원주):체육관 콘서트

원주 TG삼보 엑써스의 시합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태프가 무대 설치에 나섰다. 변변한 지방 공연장이 없는 현실에서 윤밴이 애용한 무대는 바로 실내체육관. 밤샘 작업으로 겨우 설치한 무대에서 윤밴은 공연을 열었다. 체육관에서 공연할 경우 티켓 가격의 20%를 체육진흥기금으로 내야 해서 부담도 크다. 다행히 올해부터 체육진흥기금 징수는 폐지되었지만 체육관측은 갖가지 명목으로 여전히 비싼 사용료를 받는다.

2003년 9월28일(안양):문화자립권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수도권에서, 그것도 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한 안양에서 예상 외로 티켓 판매가 부진하다. 윤밴은 이런 부진을 성남과 의정부에서도 경험한다. 기획사측은 이같은 부진이 서울 주변 위성 도시들의 문화적 자생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03년 10월3일(광주)/10월4~5일(전주):무늬만 문화 도시?

윤밴은 지방 투어를 다닐 때 늘 광주 공연보다 전주 공연을 크게 한다. 인구는 광주가 전주보다 많지만 공연장을 찾는 사람은 광주보다 전주가 더 많기 때문이다. 투어 콘서트를 연출한 다음기획 탁현민 팀장은 이를 공연장 문제로 분석했다. 그는 “문화 중심 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광주는 대중 음악 공연장이 부족하다. 공연장이 열악해 공연 문화도 활성화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2004년 1월11일(태백):문화평등권

태백 공연은 윤밴이 이번 투어에서 가장 감격적인 공연으로 기억하는 곳이다. 문화 소외 지역에서도 문화 주권을 누리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기획사는 몇몇 지역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연을 올렸고 멤버들도 차비 정도의 개런티만 받고 무대에 올랐다.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는 “수익이 나지 않는 지역에서도 공연을 강행했다. 비용 대비 효과만 따지자면 이번 전국 투어는 거의 미친 짓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국 투어를 통해 윤도현밴드의 음악적 생명은 길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4년 2월8일(거제):맞춤형 행정

태백 공연과 함께 윤밴이 가장 좋았던 곳으로 꼽는 지역이다. 거제시는 특히 공무원들이 멤버와 스태프를 감동시켰다. 대중 가수들은 지방 공연 때마다 공무원들의 고압적인 자세 때문에 애를 먹는다. 초대권을 달라고 떼를 쓰고 심지어 공연 때 시장이 무대에 오르겠다고 강짜를 부리기도 한다. 그런데 거제시 공무원들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스태프를 감동시켰다.

2004년 2월14일(제주):윤도현밴드 효과

제주 한라체육관 앞에 포장마차 수십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콘서트마다 열리는 ‘윤밴 장터’가 열린 것이다. ‘2003~2004 윤도현밴드 전국 투어’의 순제작비는 20억원 남짓이지만 부대 비용을 합하면 총제작비는 5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딸린 효과까지 따진다면 콘서트의 경제적 효과는 100억원을 넘는다.

이번 전국 투어 콘서트에 대해 투어 매니저 장상용씨는 “30개 도시를 도는 것은 이전에 어느 가수도 하지 못한 일이고, 이후에 어느 가수도 하지 못할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콘서트를 마치며 윤도현은 “앞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하겠다. 계속 지켜봐 달라”고 팬들에게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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