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양서의 보고 ''운디네'' 개점
  • 李文宰 기자 ()
  • 승인 1997.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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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인문학 전문 서점 ‘운디네’ 개점
‘좌교보, 우 영풍’. 최근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인문학 전문 서점 ‘운디네’(02-734 -6454)는 국내 최대 서점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사이에 있다. 광화문 우체국 옆 한효빌딩 지하 아케이드 11호. 18평에 장서를 8천권 갖춘 작은 서점이지만, 고급 독자들이 이 서점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인문학의 위기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인 데다가 신간 위주의 서적 유통 구조가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운디네 주인인 번역가 이희재씨(37·얼마전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번역했다)는 당초에는 인문학 중고 서점을 열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단골이 가져온 중고 양서도 전시할 예정

우리나라 서적 유통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모든 서적이 신간 위주라는 데에 있다. 신간은 수없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신간들의 수명은 극히 짧다. 서점의 진열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을 찾아가도 불과 2~3년 전에 나온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신간의 저수지인 헌책방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신화에 나오는 물의 정령에서 그 이름을 따온 운디네는 ‘죽은 책을 되살리는 저수지’이고자 한다. 운디네 주인 이희재씨는 단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운디네가 공급하는 중고 서적에다 단골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중고 서적이 가세하면 커다란 양서의 저수지가 될 것이라는 희망이다. 중고 양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분류· 공급하기 위해 운디네는 컴퓨터 통신과 손잡을 계획이다. 아울러 북 나이프, 독서등, 책갈피 따위 책 액세서리도 갖추어 놓고 있다.

그러나 운디네는 아직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의 인문학 코너에 견주어 뚜렷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중고 양서들을 충분히 구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디네는 그 분류 체계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차별화는 성취하고 있다. 정선된 인문학 신간들은 역사·철학·고고인류학·심리학·과학철학 등으로 세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세기 말과 미래·환경·종교 및 신화·문명이론·죽음 등 주제 별로도 분류되어 있다. 앞으로 원서들도 취급할 계획이다.

운디네가 외로운 것은 아니다. 한효빌딩 지하 아케이드에는 고서점 ‘호산방’이 이웃해 있고, 길 건너 교보문고 뒤에는 전문 서점 ‘책방 정신세계’가 이미 뿌리를 내렸다. 이들 전문 서점은 교보문고--영풍문고--종로서적--을지지적으로 이어지는 서점 벨트의 풍요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출판 문화 수준은 전문 서점의 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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