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가무극<유랑의 노래> 연출가 김명곤
  • 魯順同 기자 ()
  • 승인 199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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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 가무극 <유랑의 노래> 연출가 김명곤/“민요·풍물·놀이판 재현”
남사당의 삶을 소재로 한 서사 가무극 <유랑의 노래>(서울 문예회관 대극장, 9월27일∼10월4일, 연출 김명곤)가 서울국제연극제 무대에 오른다. 연극쟁이 김명곤씨(46·극단 아리랑 대표)가 직접 짓고 출연하는 작품이다. 그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색·도박·아편·도둑질…. 반사회적이고 무질서한 남사당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무엇일까. 좌절과 환멸을 견디게 하는 힘의 원천을 밝히고 싶다.’

이 작품에는 남사당패에 대한 김씨의 개인적인 경험이 깔려 있다. 대학 시절 남사당과 한방에서 자게 되었을 때 일이다. 육순에 접어든 남사당이 밤새 성적인 요구를 하며 보채다가 새벽이 되자 등을 긁어 달라며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들려 주더라는 것. 김명곤은 그의 얘기를 들으며 ‘길에서 나고 길에서 죽는’ 남사당의 외로운 삶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잡지사 기자 시절 만난 남사당보존회회장 박계순 씨에 대한 기억도 보태졌다.

김씨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민요와 풍물·줄타기·접시 돌리기 등 남사당패 놀이판을 제대로 재현하겠다는 생각에서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민속 연구가 심우성, 쇠잽이 이광수, 줄타기 명인 김대길 씨 등이 그의 무대를 돕는다.

“남사당 얘기 스크린에도 담을 계획”

<유랑의 무대>는 개인적인 감회뿐 아니라 연극계 전체로도 별난 의미가 있다. 작품이 올려지는 서울연극제가 7년 전 김씨의 작품 <격정 만리>에 대해 참가 취소 처분을 내렸던 바로 그 무대이기 때문이다. 일제 시대 지하 예술가들의 삶을 다루었던 <격정 만리>는 이적 표현 혐의가 있고, 연극사를 왜곡했다는 이유로 기성 연극인들로부터 외면을 받았었다.

<유랑의 노래>는 연극·마당극·창극을 아우르는 서사 가무극 형태로 꾸며진다. <격정 만리>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방은진, 영화 <코르셋>의 이혜은을 불러들였다. 그는 내친 김에 이 작품을 스크린에도 담을 생각이다. 외국에 오페라 영화와 뮤지컬 영화가 있듯이 우리에게도 우리 전통 연희 양식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하나쯤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영화 <바보 선언> <서편제> 등에 출연했던 경험을 자산 삼아 직접 메가폰을 잡을 계획이다. 판소리에서 연극으로 무대에서 스크린으로, 광대의 유랑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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