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비 사막에서 바다를 보았네
  • 울란바토르·안철흥 기자 (epigon@e-sisa.co.kr)
  • 승인 2001.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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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신기루와 완벽한 평원의 나라…
벌거벗은 땅에서 문명 이전의 세계 느껴




몽골 체류 7박8일 동안 시계를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빠뜨리고 간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시간을 확인하는 수고를 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광활한 평원'이라고 하면 너무 진부한 표현이다. 한번은 10시간 동안 차를 타고 달린 적이 있었다. 한숨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창 밖을 보니 잠시 전 그대로였다. 멀리서 무리 지어 서 있는 말들도, 도로 옆을 점령한 채 드러누워 있는 양들도, 몇 시간째 정지 화면처럼 반복될 뿐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움직이는 것은 낮게 흘러가는 대지와 그 위를 가득 채운 풀이었다. 20cm쯤 되는 풀들이 바람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다.




몽골 땅에는 도무지 경계가 없다.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몽골 국토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고비 사막도 그렇다. 흔히 생각하는 모래 언덕은 고비 사막 중 3%뿐이다. 보이는 대부분은 거친 흙먼지가 날리는 맨땅과, 자갈과, 잡초다. 고비란 몽골어로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이라는 뜻이다. 그곳에도 말, 소, 염소와 낙타가 산다. 그리고 한때 세상을 지배했던 민족이 한없이 한가롭게 방목되고 있다.


고비 사막을 끝도 없이 지나다가 바다를 보았다. 일직선으로 하늘과 맞닿은 곳에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고비 사막에 바다가 있을 리 없다는 의문이 든 것은 그 다음이었다. 신기루였다.


신기루는 또 있었다. 체류 닷새째, 몽골 제국의 옛 수도인 하라코름을 찾았다. 칭기즈 칸이 세운 고도다. 그러나 현재 거기에는 아무 것도 없다. 하나 남은 거북 비석 받침만이 그곳이 8백년 전 세계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강변하고 있을 뿐이다.


몽골에서 무엇을 보았나. 사막도, 칭기즈 칸의 흔적도, 유목민들의 활달한 움직임도 아니었다. 1999년 여름에 몽골을 찾았던 시인 김형수씨는 '가장 완벽한 평원을 보았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벌거벗은 땅에서 문명 이전의 시원(始原)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몽골은 무엇을 보러 가는 곳이 아니다. 느끼러 가는 곳이다. 울란바토르행 비행기 안에서 본 몽골 안내 책자 첫머리도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몽골.' 맞다.


6∼9월 여행 적기…'몽고'라는 말 쓰지 말아야




몽골 여행을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흔한 관광 가이드북 하나 없어, 손수 여행 준비를 해야 한다. 여행지로는 수도인 울란바토르 외에 고비 사막, 대초원, 옛 수도인 하라코름, 홉스굴 호수가 볼 만하다고 하지만, 조급한 사람에게는 맞는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몽골어 발음으로 '인내'라는 말은 '먹겠다'는 뜻이다. 몽골 음식을 '인내'하기 위해서도 인내(忍耐)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몽골의 날씨는 전형적인 대륙성 기후로, 1년 중 평균 2백80일 이상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볼 수 있다. 여름에는 35℃를 넘나들 정도로 덥고 겨울에는 영하 30℃가 보통이다. 그러나 습도가 낮아, 여름에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여행하기에는 6∼9월이 적당하다.


몽골행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매주 여섯 차례(몽골항공 4회, 대한항공 2회) 뜬다. 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화폐 단위는 '투그릭(tg)'으로 2001년 8월 현재 환율은 1달러에 1,094투그릭이다. 몽골어를 쓰며,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국민 90% 이상이 라마교를 믿고 있다.


몽골에서는 '몽고'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 몽골 사람들은 몽고가 중국 사람들이 몽골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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