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근대 문인들의 '100살 잔칫상'
  • 이문재 편집위원 (moon@e-sisa.co.kr)
  • 승인 200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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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등 1901년 출생 시인·소설가 조명하는 문학제 열려
한국 근대 문학 100년을 돌아보는 문학 행사가 열린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학인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근대 문학 여명기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이를 토대로 문학사적 갱신을 모색하는 것이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가 오는 9월20∼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문학제-근대 문학, 갈림길에 선 작가들'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갖는다.




처음으로 한자리에 초대된 문인들은 〈국경의 밤〉을 지은 시인 김동환(1950년 납북), 카프 조직을 주도한 시인이자 평론가 박영희(1950년 납북),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낸 소설가 박종화(1981년 작고), 〈상록수〉 작가 심 훈(1936년 작고), 〈나의 침실로〉을 지은 시인 이상화(1943년 작고), 〈탈출기〉 작가 최서해(1932년 작고)이다.


일제 식민 치하에서 초기 근대 문학의 중심에 서 있던 1901년 출생 문인들은, 신경향파 문학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솟아나 각기 다른 길로 접어들었다. 그간 이들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가 없지 않았지만, 문학사를 바라보는 차이에 따라 선택 혹은 배제되면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공론의 장은 마련되지 않았었다. 이번 행사는 전후에 태어난 한글 세대가 중심이 되어 근대 문학 초창기를 조명한다는 데 또 다른 의의가 있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과리 연세대 교수가 총론 격인 '근대 문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발제를 맡았다. 이어 '시―김동환·이상화'는 최동호 고려대 교수가, '소설―박종화·심 훈·최서해'는 문학 평론가 박상준씨가, '평론―박영희·이상화'는 임규찬 성공회대 교수가 각각의 작품 세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한다. 김재용 원광대 교수와 황종연 동국대 교수는 이들 6인의 문학적 행보와 시대 상황과의 관련성을 분석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일반에게 공개되는데, 행사장에서 주제 논문집과 여섯 문인에 대한 정확한 서지집을 배포한다.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은 아주 악질적인 장사치이다. 자식 사랑과 한국인의 교육열을 상징하는 북청 물장수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공공의 자산인 물에 값을 매김으로써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물을 돈 가진 사람만이 마실 수 있는 ‘선택적 재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대 기업과 세계화 반대론자로 악명 높은 모드 발로와 토니 클라크가 공저한 <블루 골드>(이창신 옮김, 개마고원 펴냄) 의 주장을 따르면 그렇다.




저자들에 따르면 ‘블루 골드’란 가격이 매겨진 물이요, 사유화(私有化)된 물이다. 아무나 마실 수 없는, 일정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상품’이다. 이같은 물 상품화는 2000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차 세계 물 포럼에서 공식으로 천명되었다. 당시 각국 정부 대표들은 지구가 직면한 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물 문제를 시장 논리에 맡기자고 합의했다. 자본주의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의 합리성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는 순진한 기대가 그같은 물 상품화를 지지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저자들은 ‘약탈’과 ‘유린’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물이 장사가 되면서 수도 요금이 인상되어 빈곤층이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돈 되는’ 물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대형 댐과 저수지 들이 무분별하게 건설되면서 정상적인 물 순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게 되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수도 요금 인상률이 지난 10년간 100% 이상을 기록했는가 하면, 인도에서는 가계 수입의 25%를 물에 지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알렉산드리아의 마을들에서는 수도 요금을 지불하지 못해 단수 조처가 취해지는 바람에 주민들이 콜레라와 설사에 시달려야 했다. 이 모두가, 공적 책임이 실종된 물 상품화가 초래한 비극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목마른(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물의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류에게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물 부족을 초래한 절망적 상황들을 꼼꼼하게 리뷰하면서도 그같은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는 실마리를 지역사회의 저항 운동에서 찾아낸다. 선진국이나 제3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물 싸움’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물이 ‘상품’이 아니라 ‘인권’이며, 따라서 물 싸움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싸움이라는 사실을 일러 준다.

물 상품화를 막고 물 통제권을 되찾아오자는 저자들의 주장은, 환경보호론자들의 순진한 외침을 넘어선다. ‘지구의 물을 현명하고 공평하게 사용하기 위한’ 개혁과 투쟁의 대열에 동참하라는 저자들의 선동은, 그래서 유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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