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회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 이문재 기자 (moon@sisapress.com)
  • 승인 2004.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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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지저분하다, 사무실이 지저분하다, 공장 내부가 예전에 비해 불결하다, 직원들이 불친절하다, 깨진 유리가 그대로 있다, 회의가 잦고 회의 시간이 길다, 조직 상하 간에 위계 질서가 없다…. 최근 두 시중 은행이 잇달아 내놓은 ‘망하는 기업 판별법’ 가운데 일부입니다.

신한·조흥 두 은행의 내부 배포용 자료(부도 및 도산의 예견, 조치 사항)에 따르면, 경영인의 행태에서도 회사의 위기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사장이 정치나 도박에 관심이 많거나, 역술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 또 주민등록을 자주 옮기거나, 아내나 친척을 대표자로 내세우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고급 승용차를 타거나 호화 사치 생활을 하거나, 자리를 자주 비우는 사장도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4~5년 전, 한창 벤처 열풍이 불 때, 몇몇 유망한 회사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테헤란로 일대에 새로 사무실을 차린 벤처 회사들은 ‘비까번쩍’ 했습니다. 인테리어부터 달랐고, 무엇보다 사장실이 넓은 회사가 많았습니다. 조사를 안해 보아서 자신할 수는 없지만, 사장실 크기가 큰 순서대로 벤처 회사가 쓰러졌을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 회사에는 개인 신용불량자를 판별하는 구체적인 노하우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는 신용불량자는 언행에서부터 사고방식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특징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구별기준은 꿈, 즉 목표입니다. 나이와 직업을 불문하고 자기 삶에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면, 그 삶은 이미 부도 및 도산에 한 발을 들여놓았다는 증거입니다.

가야 할 곳이 분명한 사람의 발길과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의 걸음걸이는 단박에 차이가 납니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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