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주년] '시사저널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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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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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 때부터 맺은 인연 결혼·출산도 함께 하는 벗

6년 정기독자 주용승씨/“나와 닮은 꼼꼼함이 매력”

우리나라에서 주용승씨(32·삼성전자 데이타통신사업부 개발1그룹 선임연구원)만큼 휴대폰을 많이 사용해 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주씨는 최근 모토로라 휴대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앞질러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애니 콜’을 개발한 연구원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입사 9년째인 그는 텁수룩한 인상에 호인처럼 보였다. “남의 일은 잘 챙겨주면서 내 일에는 실속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전자통신과에 다니던 시절에는 친구들로부터 ‘잡초’라는 별명을 얻으리만큼 궂은 일을 도맡았다. 입사해서 생긴 별명은 ‘주박사’. 매사에 꼼꼼하고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기숙사와 연구실을 오가던 총각 시절에는 <시사저널>만 읽었다. 휴대폰 연구 초창기에는 퇴근 시간이 오전 1시여서 다른 매체는 읽을 시간조차 없었다. “창간호를 보았을 때 이건 ‘경제적인 독립 신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씨는 말했다. 그가 보기에, 제대로 된 시사 주간지는 경제적·문화적으로 힘이 있는 나라에서 나오는 것이다. 해외 동포들도 반가워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시사저널>이 배달되면 ‘사람과 사람’ 난을 제일 먼저 본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에서 인간미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받아보는 정기독자용 별책 부록도 실용적이고 전문적이어서 만족한다. 그가 정기 구독 덕을 톡톡히 본 것은 ‘영화평’이었다. 영화평에 소개된 영화를 골라 애인과 함께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가을 결혼했는데, 그의 아내(김미량씨)도 <시사저널>을 정기 구독하고 있었다. 그는 이 달 하순에 아버지가 되는데, 첫 아이 생일이 <시사저널> 창간 기념과 겹치게 될 것 같다. 그는 “이래저래 <시사저널>과의 인연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연구팀 10여 명이 전력 투구해 개발한 휴대폰의 광고를 <시사저널> 지면에서 처음 보았다는 그는, 자기 회사의 휴대폰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동남아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어 큰 보람을 느낀다. 일류 기업에서 주력 상품을 연구 개발한 주씨의 꼼꼼함과 집중력, 성취욕은 ‘언론의 자유보다는 책임’에, ‘정상 도전보다는 정상 유지’에 가치를 두는 <시사저널>과 많이 닮아 있었다.
“세상 알려주는 참고서 논술 시험에도 도움”

고등학생 애독자 다수…“광고면 많아 아쉽다 ”

서울 문일고 2년생인 정대진·이계룡·추원식·윤대용·류세운 군(사진 왼쪽부터)은 논술시험 준비를 위해 <시사저널>을 정기 구독하는 학생들이다.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 안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시사저널>은 1주일 동안의 시사 정보를 틈틈이 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참고서’가 되고 있다. 논술 시험 준비를 위해 10명이 한 팀이 되어 학원에서 정기적으로 토론하고 있다는 이들은 <시사저널>을 구독하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정보가 다양하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다른 잡지·신문에 비해 <시사저널>은 문체와 기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세련된 것 같다.”

이들 가운데 정대진군은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정기 구독을 해온 <시사저널> 창간 독자이다. 어릴 적부터 정치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책상 유리 밑에 케네디와 클린턴,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총재의 사진 수십 장을 끼워놓으리만큼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인다. 그가 <시사저널>에서 가장 주의 깊게 읽는 지면도 물론 정치면이다. “정치면에서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점이 뛰어난 것 같다”고 정군은 말했다.

언젠가 <시사저널>의 엔고 관련 기사가 수학능력시험의 지문으로 나온 것을 본 뒤부터 이들은 논술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시사저널> 이용 방법을 나름대로 구체화하고 있다. “논술에서 제일 난감한 것이 논제를 받고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라는 정대진군은, <시사저널> 기사를 볼 때 제목 다음의 첫 문장을 어떻게 전개했나를 유심히 본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정기 구독을 했다는 이계룡군은 문화면 가운데서도 특히 서평에 관심이 많다. 서평이나 신간 안내에 실린 것 가운데 살 만한 책을 사서 읽은 뒤 서평을 써서 비교해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사저널>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군은 지면이 늘어나 기대를 많이 했는데, 늘어난 지면이 광고로 채워져 실망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서 일고 있는 <시사저널> 읽기는 문일고만의 ‘특수 상황’이 아니다. 지난 여름 <시사저널> 편집국에는 이화여고 학부모 세 사람이 찾아와 “논술 시험을 앞둔 강남의 고3 학생들 사이에 <시사저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정기 구독 신청을 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국어 교사는 “논술의 모범이 될 만한 것을 골라 교실 게시판에 붙여 놓는다”고 말했다. 대입을 앞둔 한 작가의 아들은 “여러 시사주간지를 직접 일일이 비교한 뒤 <시사저널>을 정기 구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간지는 논술고사 지면을 따로 제작하고 있지만 <시사저널>은 기사 그 자체가 논술의 한 모델이 되고 있다. 일간지가 뉴스를 독자에게 빨리 전달하는 속보성에 비중을 두는 반면 <시사저널>은 정보를 담아 전달하는 표현 방식에도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것이 <시사저널> 문체’라고 자신있게 내세울 수는 없지만, <시사저널> 기자들이 그 어떤 매체의 기자 못지 않게 ‘글쓰기’ 자체에 신경을 써왔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타임>이 미국식 영어의 한 모범으로 손꼽히는 것처럼 <시사저널>은 한국어 문장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딸깍발이 정신 6년”

김창희 대우증권 사장이 본 <시사저널>

창간호를 받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사저널>이 여섯 돌을 맞았다. 세월의 빠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지난 6년간 <시사저널>은 독자들에게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깊은 통찰력과 예리한 비판자적 시각을 보여 주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일상 생활에서 판단을 내리거나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진실의 등불을 밝히고 이해와 화합의 광장을 넓히겠다’는 편집 슬로건을 고집스럽게 지키면서, 자칫 영합하기 쉬운 옐로 저널리즘을 배격한 의연한 모습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시사저널>은 지식인들이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우리 사회의 치부와 그늘진 곳을 들춰내려는 용기를 굽히지 않았다. 이는 눈과 발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겠다는 듯이 취재 현장을 누비는 끈질긴 취재 태도와 처신이 올곧은 기자들의 ‘딸깍발이 정신’을 지면 곳곳에 침투시키려는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바야흐로 무한 경쟁 시대를 맞고 있다. 기업도 기업이지만 언론의 경쟁 또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자들이 특종 의식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나머지 본의 아니게 부정확한 기사를 쓰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긴다. <시사저널>은 지금까지 밟아온 지난 6년보다 앞으로 더 철저히 사실을 확인하는 취재 태도를 가져 주리라고 믿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경제 분야에 대한 심층적이고 분석적인 기사를 더 많이 취급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증권시장에 대한 관심의 폭이 커졌으면 한다.

술과 친구는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친밀해지는 <시사저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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