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 원장 혜진 스님/파계승인가 희생자인가
  • 김은남 기자 (ken@e-sisa.co.kr)
  • 승인 2001.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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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한 파계승인가 복수극 희생자인가

파렴치한 파계승인가, 개인적 복수극의 희생양인가. '나눔의집'(경기도 광주) 원장 혜진 스님(36)을 둘러싼 공방이 한창이다. 잘 알려진 대로 혜진 스님은 1992년 일본군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거처인 '나눔의집'을 설립하는 데 앞장선 이래 9년 넘게 할머니들의 곁을 지켜 온, 종군위안부 돕기 운동의 산 증인이다. 그런 그가 여직원을 비롯한 여성 2명과의 성추문 사건에 휘말려 지난 2월17일 이른바 '양심 고백' 기자 회견과 함께 원장 직을 사임하자, 그에 대한 비판론과 동정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비판론의 선두에는 여성단체가 있다. 2월20일 '나눔의집 사건 진상조사위원회'를 결성하려다가 사흘 앞서 '선제 공격'을 당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혜진 스님의 양심 고백은 성폭력 사실을 왜곡하고 문제를 축소하려는 자기방어적 기만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나눔의집 직원과 자원봉사자 일부는, 피해 여성이라는 ㅇ씨의 개인적 복수극에 여성단체가 들러리를 선 꼴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ㅇ씨가 5년 넘게 나눔의집에 기거한 핵심 실무자였으면서도 그간 문제를 제기하지 않다가, 나눔의집 총무를 맡고 있던 자신의 동거남이 지난해 11월 회계 장부 부실 처리를 이유로 해고되자 뒤늦게 여성단체에 사건을 진정하고 다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주변의 옹호 및 피해자 비난은 성 폭력 사건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현상이라고, 여성단체는 일축하고 있다. 더욱이 피해 여성은 여성단체를 찾기에 앞서 정신대 관련 단체 등 내부 관계자에게 도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자연인 배영철'로 돌아가기에는, 혜진 스님이 풀어야 할 업보가 아직 첩첩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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