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죽만 울리고 떠난 ‘싱거운 메신저’
  • 박성준 (snype00@sisapress.com)
  • 승인 2002.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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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와티 대통령 ‘북한 보따리’, 기대에 못 미쳐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한 관계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한껏 기대를 모았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사진 왼쪽)의 남북한 연쇄 방문은, 당초 기대와 달리 변죽만 울린 채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4월1일 메가와티 대통령은 2박3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다음 방문국인 인도로 떠났다. 메가와티 대통령은 서울에 도착하기 전, 즉 지난 2월28일부터 3월30일까지 평양에 머무르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했고, 그 이전에는 4박5일간 중국을 방문했다.


메가와티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그녀는 당초 김대중 대통령과 워싱턴 당국으로부터 김위원장에게 보낼 ‘친서’를 받아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메가와티 대통령이 방문국의 국가 원수들과 ‘보통 사이’가 아닌 점도 뭔가 터질 수 있다는 기대 심리를 부추겼다. 그녀는 1965년 인도네시아 비동맹회의 때 국가 원수의 딸로서, 역시 북한의 국가 원수였던 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따라 인도네시아를 찾은 김위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메가와티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사이도 각별하다. 두 사람은 모두 자국의 민주화운동을 이끈 경험이 있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서로를 알고 지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상하이 에이팩 정상회담 때 메가와티 대통령을 만나 대북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메가와티 대통령이 이번 서울 방문 때 끌러 놓은 ‘평양 방문 보따리’는 겉보기에는 크게 신통한 것이 없다. 메가와티 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전한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 중 그나마 유일하게 의미 있는 말은 ‘계속 뵙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회담의 구체적인 형식이나 방법·시기가 언급되지 않아 궁금증만 부풀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메가와티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특이 사항’이 없자 ‘향수 어린 방문에 불과했다’고 꼬집고 나섰다. 하지만 일부 관측통은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메가와티 대통령은 지난 3월29일 배석자 없이 김정일 위원장과 1시간 가까이 ‘밀담’을 주고받았는데, 그 내용이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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