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
  • 장영희 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2.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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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발언은 배신 행위인가
요즘 관가에서는 ‘엄낙용론’이 한창이다. 한나라당 4천억원 대북지원설 폭로에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의 국감 증언이 불쏘시개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10월4일 두 번째 그의 증언은 마침내 권력 핵심부로까지 불똥이 튀게 만들었다.




경제 관료들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우선 상당수 경제 관료들은, 정쟁 색깔이 짙은 야당의 폭로에 굳이 동참해 정권을 곤궁에 빠뜨릴 필요가 있느냐며 성토한다. 반면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동정론을 펼친다. 원칙주의자이며 소신파인 엄씨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4천억원 대출의 부당성을 개진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행정고시 8회인 엄씨는 옛 재무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 1970년 관세청(묵호세관)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관직의 중반까지 주로 세제 업무를 맡아 왔다. 세제통인 그가 국제통이라는 이력을 추가한 것은 1989년 주 제네바 대표부 재무관 자리였다. 그의 영어 실력은 수준급이었다고 한다. 1996년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재경원 제2 차관보가 되었고 이때 그는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건을 지휘했다. 1999년 관세청장이던 그를 재경부 차관으로 발탁한 것은 강봉균 장관(현 민주당 의원).


그와 오랫동안 일해온 공무원들에 따르면, 사무관과 과장 시절 그는 매우 공격적이고 성깔 있는 인물이었다. 불 같은 성정이던 그를 부드럽고 조용한 성품으로 완전히 딴 사람이 되게 만든 계기는 미국 유학(하버드 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이었다. 1983년 그는 독실한 크리스찬이 되어 돌아왔다.
재경부의 한 관료는 요즘 그에 대한 관가의 정서를 이렇게 귀띔했다. “한마디로 괜찮은 관료였던 그의 폭탄 발언은 공무원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되묻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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