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많이 피우면 고개 숙인 남자 된다
  • 전상일(환경보건학 박사) (www.enh21.org)
  • 승인 2005.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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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만병의 근원’…실명·유방암까지 부를 수도
흡연자 중에 담배 끊을 결심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매년 새해에 금연 계획을 세워보지만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에게 폐암·심장병 같은 흡연 관련 질병을 나열하며 금연을 유도하는 것은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강심장 애연가들에게는 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할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흡연과 질병의 밀접한 연관성을 증명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그동안 크게 주목되지 못한 흡연 관련 연구 결과를 정리해본다.

■ 알츠하이머병: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인지 능력을 비롯한 뇌 기능이 빠르게 저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 연구진이 65세 이상 남녀 9천2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뇌기능 저하 속도가 5배나 빨랐다.

흡연은 혈관 손상 위험을 높이는데, 혈관이 손상되면 혈전(피떡)이 생기기 쉬워지고, 이는 대뇌로 가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 이같은 메커니즘은 뇌졸중(중풍) 발생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 영아급성사망증후군:흡연은 생후 1년 미만의 아기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영아급성사망증후군(SIDS;일명 ‘요람사’)이 나타날 위험을 높인다. 유럽 연구자들이 SIDS 사례 7백45건을 건강한 아기 2천4백명과 비교해본 결과, 사망한 아기의 50% 정도가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서 잠을 잔 경우였다. 그리고 약 16% 정도는 침대를 공동으로 사용한 탓이었다.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엄마가 흡연자이면서 아기와 함께 침대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훨씬 더 위험했다. 엄마가 흡연하면 SIDS 위험을 두 배로 높이며, 흡연하는 엄마와 침대까지 함께 쓰는 아기의 경우에는 SIDS 위험이 무려 17배나 커졌다.

■ 콜릭(배앓이):담배 연기는 아기에게 콜릭을 일으킬 수 있다. 콜릭은 대개 생후 몇 주 기간에 일어나며 5~8주에 가장 심하다. 콜릭에 걸리면 아기는 과민해지고, 소리를 지르고, 심하게 울거나 얼굴이 붉어진다. 또 주먹을 꼭 쥐거나 다리를 위로 뻗치는 행동을 한다. 그러나 보통 생후 넉 달 정도가 지나면 증세가 사라진다. 담배 연기는 장과 혈액 속에 있는 모틸린이라는 위장관 호르몬의 양을 높일 수 있다. 모틸린은 위·장 수축을 일으켜서 장 속 음식물의 이동을 촉진하는데, 정상보다 모틸린 수준이 높으면 아기들이 콜릭에 걸릴 위험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학회지에 발표되었다.

■ 발기부전:흡연은 발기부전과 관련이 깊다. 중국인 남성 약 5천 명을 조사한 결과, 하루에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 비해 발기부전 발생률이 6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미국심장협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또는 현재 흡연자의 15%가 발기부전을 경험한 반면, 담배를 전혀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은 그 비율이 12%였다.

■ 실명:흡연자는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에 비해 노화와 관련한 황반변성으로 실명할 가능성이 4배나 높다. 황반이란 눈 뒤쪽에 위치한,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이라고 하는 신경 조직의 중심 부위를 말한다. 전문가들은 노화와 함께 흡연을 이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영국 볼턴 병원의 안과 의사 사이먼 켈리는 환자 1만2천4백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 연구의 결론을 바탕으로, 실명 또는 시력 손상 상태의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현재 또는 과거의 흡연에서 발병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 류머티스 관절염:유전적으로 류머티스 관절염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그 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진다. 스웨덴 연구진에 따르면, 유전적으로 류머티스 관절염에 걸리기 쉬운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류머티스 관절염에 대한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은 비흡연자에 비해 그 병에 걸릴 위험이 16배 정도 더 높아진다.

■ 코골이:직접 흡연뿐만 아니라 간접 흡연도 코골이를 유발할 수 있다. 남녀 1만5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습관성 코골이(1주일에 3일 이상 남에게 방해가 될 정도로 코를 고는 상태)를 하는 비율은 흡연자가 24%, 한때 담배를 피운 사람이 20%, 전혀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이 14%였다. 또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더 자주 코를 고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가정에서 전혀 담배 연기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코를 고는 사람은 13%였지만, 간접 흡연자는 20%가 코를 골았다.

■ 위산 역류(가슴 쓰림):2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위산 역류로 고생할 위험이 70%나 높다. 대략 흡연자 5명 중 1명은 위식도 역류 질환을 갖고 있다.

■ 유방암:
흡연은 예상보다 훨씬 많이 유방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 미국국립암연구소 연구진은 여성 11만6천여명을 관찰한 결과 1996~ 2000년에 이들 중 2천명이 유방암에 걸렸다. 현재 담배를 피우는 여성 가운데 유방암에 걸린 사람의 비율은,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에 비해 30%나 높았다. 특히 20세 이전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고, 첫 만기 출산 전에 적어도 5년 이상 담배를 피웠고, 오랫동안 하루에 2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운 여성의 유방암 발병 위험이 가장 높았다.


2004년에 한국인은 사상 최대의 흡연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생활고로 인한 스트레스를 담배 연기에 실어서 날려 보냈겠지만, 그와 함께 건강도 날려 보냈을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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