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의비름·갯쑥부쟁이 제주에 되살리다
  • 안은주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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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자생식물동호회장 이석창씨(44)는 아마추어 생태학자이자 자연 환경 파수꾼이다. 군에 복무하던 1970년대 후반에 독도에 해송 등 1천2백여 그루를 옮겨 심어 ‘푸른 독도’를 일군 주역이기도 하다.

1980년대 제주 여미지 식물원에 근무하면서 제주 생태계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멸종 위기에 내몰린 제주 자생 식물을 복원해 왔다. 1992년 제주자생식물 동호회를 조직하고 정기적으로 제주 생태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제주도 희귀 식물의 종자를 수집·증식한 뒤 원래 서식지에 복원하는 사업을 해마다 벌이고 있다. 한라산 1,100m 고지에는 동호회가 심은 꿩의비름과 갯쑥부쟁이 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씨가 증식한 희귀 식물 갯취 5백본을 남제주 중산간 목장지대에 심었다.

그는 한라산 동백동산과 따개비오름에 자생하는 닭의난초·섬공작고사리·파초일엽 등 분류학상 미기록 식물을 심심치 않게 찾아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습지를 조사하다가 식충 식물인 통발 군락지를 제주에서 처음 발견하는 ‘횡재’를 했다.

제주의 자연 환경을 거스르는 ‘개발’이 계획된 곳이면 어김없이 달려가 반대 투쟁을 벌이는 것도 이씨 몫이다. 최근에는 서귀포 앞바다 소낭머리 해안을 메워 관광지로 개발하고자 하는 ‘서귀포시 워터프론트 개발 계획’ 반대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자연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 제주도가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섬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자연제주’라는 상호를 내걸고 조경업을 하는 이씨는, 사업에도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는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제주 토양에 적합한 잔디·제주 수중식물·해안 염생 식물 따위를 활용해 자연 그대로의 조경을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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