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신문 ‘항복’ 받아냈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3.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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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차두리의 홈피에 띄운 네티즌의 글 가운데 비방 글을 올려 물의를 빚은 사람이 본사 사원임이 확인되어 본사는 차두리 선수를 비롯한 많은 네티즌 여러분께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합니다.’ 언론사 해먹기 힘든 시대다. 그동안 스포츠 신문들은 스타들을 ‘밥’으로 여기며 마음껏 사생활을 요리해 왔지만, 최근 젊은 운동 선수들이 오래된 관행을 깨고 ‘언론과의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 야구 선수 김병현에 이어 축구 선수 차두리(23)가 다시 <굿데이> 신문에 한 방 먹였다.

사건의 발단은 차두리 선수가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cyworld.com/cha9)에 글을 쓰면서부터다. 김병현의 <굿데이> 사진기자 폭행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1월12일.

차선수는 ‘이해할 수 없는 언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누군가가 나의 생활 범위를 침범하려고 하면 나도 분명 김병현처럼 대응했을 것이다’라며 김선수를 옹호했다. 이어 ‘사고를 일으킨 신문사는 나와 다른 여러 사람과 큰 문제를 일으킨 신문사다’라며 <굿데이>를 공격했다. 차선수는 16일에도 ‘김병현이라는 선수가 너무나 멋진 것 같다’라며 다시 김선수를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11월20일 이 게시판에 익명의 네티즌이 차선수를 향해 ‘못난 기회주의자’라는 비난과 함께, ‘○○’ ‘○○○’라는 저속한 욕설을 퍼부었다. 발끈한 차두리 팬클럽과 안티굿데이 네티즌들이 이 익명의 네티즌을 추적한 결과 어이없게도 아이피(IP) 주소가 굿데이신문사 편집국이었다. 네티즌들이 ‘<굿데이> 기자의 사이버 테러’라며 집요하게 물고늘어지자 파문은 커졌다.

사태가 악화하자 11월24일 <굿데이>는 공지문을 통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인터넷상의 욕설 문화에 잠시나마 본사 사원이 동참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라며 공식 사과했다. 한편 욕설 글을 올린 당사자도 ‘차선수는 물론이고, 그의 부모님, 그리고 차선수를 아끼는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며 사과문을 썼다. 차선수와 팬들의 KO승이다. 그러나 당사자의 이름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차두리 선수는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으며, 최근 13 경기에 연속 출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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