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탈출 묘약’ 인공 강우의 모든 것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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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7개국 인공강우 기술 실용화•••한국은 가뭄 때만 연구하다 포기해 ‘만년 걸음마’
올해도 어김없이 봄철 가뭄이 들었다. 뒤늦게 간간이 내린 단비가 쩍쩍 갈라졌던 논바닥을 메워주기는 했지만, 농부들의 주름살까지 펼 수는 없었다. 가뭄으로 파종 시기를 놓친 농가는 모내기와 파종을 동시에 실시할 판국이어서 시름이 겹겹이다.

우리나라는 1년 강수량이 여름에 집중되는 기후 특성 때문에 봄철 가뭄을 면할 길이 없다. 일반적으로 극심한 가뭄은 6∼7년에 한 번꼴로 오지만, 봄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가뭄이 덜하기를 비는 것이 연례 행사이다.

게다가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6년께 리비아•모로코 등 사막 국가들처럼 물 부족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가뭄을 해소하고 물 부족을 해결할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댐을 건설하거나 지하수를 개발하고, 물을 절약하는 것은 부족한 물을 보충하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이다.

이 외에 다른 길은 없을까. 과학 기술의 힘을 빌린다면 인공 강우를 통해 강수량을 늘릴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공 강우를 이용해 부족한 물을 수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연구소 최병만 과장도 “우리나라 수자원 특성상 물 부족에 대한 대안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인공 강우는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수단은 아니어도 비상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인공 강우는 사람의 힘으로 구름에 ‘비 씨’를 뿌려 특정 지역에 비가 내리게 하는 기술이다. 구름층은 형성되어 있지만 구름 방울이 빗방울로 성장하지 못할 때 인위적으로 쓰는 강수 유도법이다.

인공 강우는 1946년 미국의 과학자 빈센트 셰이퍼가 처음 시도했다. 그는 경비행기를 이용해 구름 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렸는데, 약 5분 후에 구름이 눈송이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때부터 인공 강우 연구가 활기를 띠었다. 1960∼1970년대부터 미국뿐 아니라 호주•이스라엘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인공 강우를 실용화했다. 구름 상태를 측정할 관측 장비가 개발된 1980년대부터 인공 강우 기술은 더욱 발달했다. 인공 강우 1t 만드는 데 1.25원

인위적으로 비를 내리게 하려면 구름에 비 씨를 넣어야 하는데, 인공 강우는 비 씨를 넣는 방법에 따라 항공 실험과 지상 실험으로 나뉜다.

항공 실험은 비행기를 이용해 구름에 비 씨를 뿌리는 방법이다. 비행기에는 연소기나 연소탄 발사기와 같은 구름 입자 관측 장비를 탑재한다. 지상 실험은 땅 위에서 연소기를 이용해 요오드화은(AGI) 용액을 태워서 구름 속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로켓포를 이용해 요오드화은을 구름 속으로 쏘아 올리는 방법도 있다. 지상 실험은 항공 실험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지만 정확성이 떨어진다.

두 실험 모두 아무 때나 비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 현상은 매우 복잡해서 구름의 상태, 온도, 비 씨의 종류에 따라 강수 효과가 달라진다. 인공 강우 실험에 효과적인 구름은 층운과 적운이다. 다른 구름에는 비 씨를 뿌린다 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인공 강우를 성공시키려면 관측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온도에 따라 비 씨도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 비 씨로는 드라이아이스ㆍ요오드화은ㆍ흡습성 물질을 이용한다. 이 가운데 요오드화은은 0℃ 이하에서만 효과를 볼 수 있어 여름철에는 사용할 수 없다. 여름에는 주로 드라이아이스나, 나트륨ㆍ리튬 등으로 이루어진 흡습성 물질을 이용한다.

이러한 조건을 맞추면 평균 10~20%의 강수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실시된 지상 실험 결과에 따르면, 1년 동안 60만 달러를 투자해 약 5천만 t의 물을 얻었다. 물 1t을 얻는데 1.3 센트 정도 든 셈이다. 호주에서 실시된 항공 실험에서는 연간 64만 달러를 들여 물 2억4천만 t을 확보했다. 물 1t당 0.3 센트 정도 든 셈이므로 미국에서보다 경제성이 높다.

1997년 기상청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충주댐 상공에서 실시할 경우 t당 1.25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업용수 가격이 t당 1백70원 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건설 중인 황성댐 개발 비용이 1t당 101.3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인공 강우가 댐 건설보다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댐 하나를 건설하는 데 최소한 15년이나 걸리는 것까지 계산하면 인공 강우 기술의 경제성은 매우 높다. 게다가 인공 강우 기술은 항공기 이착륙을 방해하는 공항의 안개를 소산하거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우박을 감소시키는 데도 응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재 인공 강우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ㆍ호주ㆍ중국을 비롯해 27개국에 이른다.

인공 강우를 가장 활발히 시행하는 미국은 국가가 지원하고 각 주가 기상 조절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구름의 수증기 함량과 수액량 측정, 씨 뿌리기에 적합한 구름 판단, 인공 강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평가 등에 대한 노하우와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미국에는 AIㆍWMIㆍNAWC 등과 같은 인공 강우 전문 용역회사도 있다. 이들은 전용 항공기와 구름 측정 장비, 기상 레이더를 구비하고 개인이나 특정 단체의 주문을 받아 농장에 비를 내려준다. 다른 나라에서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는 원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연 강수량이 300㎜ 이하인 호주는 1955년부터 인공 강우 연구를 시작해 1964년부터 매년 비 씨 뿌리기를 한다. 타스마니아의 중부 평원 지역과 뉴사우스웨일스 북서 지역에서 가장 요긴하게 활용한다.

중국은 1958년 정부가 주도해 인공 강우에 대한 기초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12개 지역에서 인공 강우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강수량이 부족한 허베이성에서는 항공기를 이용한 인공 강우로 물을 보충하고, 과수원이 많은 지린성에서는 뇌우에 인공 강우 포탄을 쏘아 터뜨림으로써 강수 증가와 우박 억제 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다.

이밖에 코스타리카ㆍ이스라엘ㆍ러시아ㆍ태국ㆍ말레이시아도 매년 인공 강우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 강우 기술을 활용해 부족한 물을 보충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중위도 편서풍대에 위치하고 있어 1주일에 한 번은 기압골이 통과한다. 이 때 비교적 구름이 많아 다른 나라에 비해 인공 강우를 실험하기가 유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공 강우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다. 기초 기술 연구부터 기반 시설까지 전무하다시피 하다. 실험 결과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것은 물론 인공 강우 실험을 위한 지상 관측소와 장비도 갖추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양인기 박사가 최초로 인공 강우를 실험했다. 이승만 교수(연세대ㆍ대기과학)는 “양인기 박사가 실험한 이래 인공 강우를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가뭄에 콩 나듯 연구하다 뒤집히기 일쑤였다”라고 말한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가뭄 때만 되면 인공 강우 기술을 연구하자고 성화를 부리다 가뭄이 사라지면 연구를 덮어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30년이 넘도록 기술 축적도, 전문 인력 양성도 이루지 못했다.

1995∼1997년 기상연구소가 진행한 연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1994년과 1995년은 1943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 든 해였다. 남부지방 주요 댐의 평균 저수율이 30% 이하로 내려가 식수와 공업용수가 현저하게 부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 강우 기술을 활용해 부족한 물을 보충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중위도 편서풍대에 위치하고 있어 1주일에 한 번은 기압골이 통과한다. 이 때 비교적 구름이 많아 다른 나라에 비해 인공 강우를 실험하기가 유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공 강우 기술은 걸음마 수준이다. 기초 기술 연구부터 기반 시설까지 전무하다시피 하다. 실험 결과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것은 물론 인공 강우 실험을 위한 지상 관측소와 장비도 갖추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양인기 박사가 최초로 인공 강우를 실험했다. 이승만 교수(연세대?대기과학)는 “양인기 박사가 실험한 이래 인공 강우를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가뭄에 콩 나듯 연구하다 뒤집히기 일쑤였다”라고 말한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가뭄 때만 되면 인공 강우 기술을 연구하자고 성화를 부리다 가뭄이 사라지면 연구를 덮어버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30년이 넘도록 기술 축적도, 전문 인력 양성도 이루지 못했다.

1995∼1997년 기상연구소가 진행한 연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1994년과 1995년은 1943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 든 해였다. 남부지방 주요 댐의 평균 저수율이 30% 이하로 내려가 식수와 공업용수가 현저하게 부족했다. 1997년 홍수 나자 지원 끊겨

그러자 정부는 기상청 기상연구소에 인공 강우 실험연구팀을 부랴부랴 구성했다. 연간 1억8천만원 예산을 지원하고는 인공 강우를 실용화할 수 있게 하라고 다그쳤다. 물론 연구팀에 인공 강우 기술을 꾸준히 연구해온 전문 인력은 하나도 없었다. 기상청 기존 연구원들로 급조했을 뿐이다.

연구팀은 기초 기술을 연구할 엄두도 못 내고 미국?호주 등 선진국 인공강우 연구센터를 찾아다니며 기술을 자문했다. 그리고 곧바로 어깨 너머로 배운 지식을 갖고 비 씨와 지상 연소기 등 인공 강우에 필요한 기초 장비를 제작했다. 1995년 5월 경북 문경읍에서 처음 지상 실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새벽에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졌을 뿐이었다. 같은 해 10월 경상남도 창녕 지역에서 처음 실시한 항공 실험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인공 강우 실험 전용 항공기를 마련할 돈이 없어 공군 부대 지원을 받아 실험했기 때문에 결과가 뻔했다. 기상 상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인공 강우 실험은 기상 조건이 적합할 때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달 전 예약한 날에 비행기를 띄우고, 그나마 전용기가 아니어서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비 씨를 정확하게 뿌리지 못했다. 허술한 설비로 무리하게 시행했기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당시 연구팀을 이끌었던 엄원근씨의 주장이다. 이후 충북 영동, 광주 서쪽 해안 등에서 지상 실험과 항공 실험을 여덟 번씩 했지만, 결과는 지지부진했다.

연구 결과가 미진하게 나온 데다 1997년 홍수가 일어나자 정부의 관심은 ‘가뭄’ 대신 ‘홍수’로 옮겨갔다. 그리고 인공 강우 연구팀에 대한 예산 지원은 뚝 끊겼다. ‘홍수 대책이 더 급해 인공 강우 연구에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연구팀은 기상청 각 부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팀장을 맡았던 엄원근씨도 위성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엄원근씨는 “꾸준히 연구하면 인공 강우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데도, 예산 때문에 계속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과학 기술 분야는 1∼2년 연구하다 말면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승만 교수도 과학 기술 연구는 하루아침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적어도 5년 넘게 집중해서 꾸준히 연구해야 객관적 자료를 제시할 수 있을 정도란다. 그런데도 인공 강우 연구는 실적 위주 과학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기초 연구는 물론 전문 인력조차 축적하지 못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1999년 가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차 한?러 기상협력 공동 실무회의에서 러시아로부터 인공 강우 기술을 이전받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1932년 세계 최초로 인공비 연구소(IAR)를 설립하는 등 기상 조절 분야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상청 권원태 수문기상연구실장은 “올해 국회의 승인을 받아 예산을 편성하려면 2001년 이후에나 기술 이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분석하는 과정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인공 강우를 상용화하려면 3~4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라고 말한다. 또 러시아로부터 인공 강우 기술을 이전받는 것보다는 우리 스스로 기초 기술과 인력 확보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권실장의 주장이다.

김경익 교수(경북대?천문대기과학)도 “기초 기술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기술을 이전받을 수 없다. 기술을 받아서 이를 우리 실정에 맞게 응용하려면 자체 기술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비나 기반 시설?레이더 관측 기술?전문 인력 양성 준비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공 강우가 환경에 미칠 영향이나 피해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 연구 또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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