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팔아 ‘중독 인생’ 수렁에서 건진다
  • 정희상 기자 (hschung@sisapress.com)
  • 승인 2004.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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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를 고추장에 빠뜨리며 마약 중독자를 수렁에서 건져내는 이가 있다. 그 자신 예전에 마약왕이나 다름없었던 신용원 목사(48·사진 가운데)가 주인공이다. 그는 인천 연수구 청학동에서 ‘고추장에 빠진 순대집’이라는 이색 음식점을 운영한다. 이 집이 이색인 것은 일반 순대국집과 달리 신목사가 직접 개발한 야채 순대, 버섯 순대, 해물 순대 등을 별미 고추장에 찍어 먹는 새로운 메뉴로 손님을 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식점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곳이 남다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여섯 사람이 모두 최근까지 중증 마약 중독자였다는 점이다.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5년 이상 본드·대마초·누바인·히로뽕 등 온갖 마약류 남용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새 삶을 찾은 여섯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하고 건강해 보이는 친절 봉사자로 변신했다. 신목사는 가족에게마저 버림받아 오갈 데 없어진 이들을 모아 성공적인 ‘자활 공동체’를 시현해 보였다.

식당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인천시 구월동에서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마약 중독자 재활 개척 교회를 운영하는 신용원 목사는 고교 때 본드에 손을 댄 이래 17년간 안 해본 마약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중독 인생’을 살았다. 감옥에 두 차례 다녀왔고, 걸핏하면 환각 상태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그랬던 그가 교도소를 찾아온 한 목사의 안내로 출소 후 신학 대학에 발을 디디면서 인생 항로가 급변했다. 요즘도 그는 전국 각지의 교도소와 소년원을 돌며 마약 중독자들을 교육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목사의 꿈은 ‘고추장에 빠진 순대’ 마을이 전국 각지에 생겨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적인 체인 사업에도 도전한다. 그는 “구속과 상담만으로는 마약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유지나 국유지를 빌려 마약 중독자들이 땀 흘려 일하면서 마약을 끊을 수 있는 농장형 생활공동체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말한다. 중독자 재활공동체를 법무부가 인정하는 재활치료 위탁기관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신목사는, 마약 중독자와 그 가족이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011-9054-7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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