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달구는 '장외 올림픽' 열기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6.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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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네트에 등장한 올림픽 도우미들…후원 업체·자원봉사자 등 눈부신 활약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세계 표준시는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아니라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경기장이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 2인 35억명 가량이 경기가 중계될 때마다 현지 시간에 맞추어 텔레비전 앞에 모여들기 때문이다.

각 종목에 참가한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기 위에 땀흘리며 전력 질주하는 동안, 텔레비전 화면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뜨거운 ‘장외 올림픽’이 펼쳐진다. 안팎에서 35억 시청자(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시청자 연인원은 3백50억명으로 추산된다)들의 시선을 붙잡으려는 올림픽 공식 후원 업체를 비롯해, 방송 보도 요원, 경호 요원, 자원봉사자 들이 빈틈없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같은 장외 올림픽이 없다면, 장내 올림픽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역도 성립한다. 이 대목에 이르면 누가 ‘재주 부리는 곰’인지 모호해진다. 올림픽이 상업주의에 물들었다는 비판도 여기에 근거한다.

근대 올림픽 100주년에다, 지상·사상 최대의 쇼라는 애틀랜타올림픽. 1백97개국에서 참가한 선수단이 1만5천여 명, 올림픽 기간에 애틀랜타를 찾는 관람객이 2백50여만 명에 이른다. 원활한 경기 운영과 기록, 선수와 관람객의 편의와 안전, 매끄러운 중계 방송과 신속한 보도 등은 공식 후원 업체의 지원과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인터네트에 올라 있는 방대한 올림픽 정보 가운데 ‘대표적인 장외 올림픽 선수들’을 살펴본다.

애틀랜타올림픽은 ‘코카콜라 올림픽’

전체 예산 1조3천6백40억원.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애틀랜타올림픽은 예산에서도 사상 최대다. 애틀랜타올림픽위원회는 중계권료로 4천3백65억원을 벌어들였고, 입장료(예매권)로 3천4백10억원, 그밖의 수입으로 1천5백억원을 마련했다. 그러면 부족한 4천3백65억원을 어디서 충당했을까. 코카콜라를 비롯한 올림픽 공식 후원 업체들이 선뜻 부족분을 메워 주었다. 단순히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올림픽 진행과 관련된 자사 제품과 시설 등을 구축해 주고 그 운영까지 도맡고 나섰다.

세계적 대기업들인 후원 업체들의 자원 봉사가 흥에 겨운 자선사업은 결코 아니다. 전세계 3백50억명의 시선이 17일 동안 주시하는 행사인 만큼, 올림픽 행사를 후원해 얻는 홍보 효과가 막대할 것이라는 계산에서 하는 일이다. 이들은 지원 규모에 맞게 올림픽 공식 후원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오륜마크와 대회 엠블렘과 마스코트를 자사 상품 판촉 활동에 이용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획득한다.

올림픽 후원 업체는 세계적인 대기업들로 구성된 TOP(The Olympic Partner) 스폰서, 개최국 기업들로 조직된 대회조직위 공식 후원사, 올림픽게임 스폰서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주로 후원금을 얼마나 내느냐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TOP 그룹에는 아무리 후원금을 많이 내겠다고 하더라도 새 명함을 내밀기가 어렵다. 기왕의 후원사들이 같은 업종의 ‘신입 선수’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경기장 안팎에서 한국 대기업들의 광고가 눈에 잘 띄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후원 업체가 누리는 권한도 후원금 규모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TOP 스폰서가 국제올림픽위원회에 가입한 1백87개국에서 올림픽 관련 판촉 활동을 할 수 있는 데 비해 대회조직위 공식 후원사는 미국 내에서만 판촉 활동이 가능하다. TOP 스폰서는 코카콜라를 비롯하여 코닥(필름), IBM, 마쓰시타(파나소닉 전자제품), 비자카드, <타임>, 제록스, 바슈앤롬(렌즈), 존 한콕(생명보험), 유피에스(항공화물) 10개 업체이다.

경기 별로 후원하는 대회조직위 공식 후원사에는 네이션스 뱅크(은행), 홈 테포(가구), 사라 리(의류 상품 ‘챔피언’ 제작), 안호이저부시(버드와이저 맥주), 스와치(시계) 맥도널드, AT&T(통신), 델타항공이 있다. 이들은 해당 부문 별로 올림픽 경기와 미국 올림픽 대표팀에 대한 독점적인 마케팅 권한을 가진다.

이번 올림픽 최대 후원사는 역시 애틀랜타에 본사가 있는 코카콜라이다. 코카콜라는 84년 LA올림픽에서 처음으로 TOP 스폰서가 된 이후 모든 올림픽에서 TOP 후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후원사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3백20억원)을 낸 코카콜라는 본전을 톡톡히 뽑고 있다.

코카콜라는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성화봉송자가 참여하는 성화 봉송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데다가, 근대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애틀랜타 중심가 올림픽 100주년 기념관 옆에 1만4천7백평 규모로 ‘코카콜라 올림픽 시티’를 건설했다. 이곳에는 최첨단 시뮬레이션 기능과 쌍방향 기술을 이용한 컴퓨터 오락기를 설치해 올림픽 열기를 더하고 있다.

코카콜라 못지 않게 올림픽과 깊은 인연을 가진 기업이 IBM이다. IBM은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대회 진행을 위한 정보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IBM은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주요 올림픽 기구를 연결하는 통신망을 가설하는가 하면, 통신시설, 소프트웨어, 시스템 통합 설비 등을 지원한다. 경기 결과를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무선 정보 체제와 올림픽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대용량 컴퓨터를 운영하면서, 보안·안전·의료와 관련된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장비와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만일 IBM 중앙 컴퓨터에 이상이 발생하면, 그 순간 애틀랜타는 무방비 도시로 돌변하고 말 것이다.

세계적인 미국 통신업체인 AT&T가 참여하지 않았다면 각국 선수단과 임원들은 언어 장애 때문에 크게 애를 먹을 것이다. AT&T는 전세계 언어를 동시 통역하는 통화 장비를 마련하여 선수단의 편의를 돕는다. 경기 진행 요원과 경호원 들이 휴대하고 있는 호출기와 핸드폰은 모두 모토롤라가 제공한 것이다.

전세계에서 몰려든 사진기자들은 코닥이 마련한 메인프레스센터(MPC) ‘코닥이미징센터’를 자주 들락거린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현상소인 이 센터는 올림픽 기간에 필름 25만 통을 현상하고 사진 수천 장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전세계 언론사로 전송한다. 만일 코닥이미징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인쇄 매체들은 지나간 자료 사진을 쓸 수밖에 없다.

애틀랜타올림픽 단거리 경기장에는 ‘심판’이 없다. 로봇이 출발 신호를 하기 때문이다. 1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되는 단거리 경주 기록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스캔 오 비전’이라는 신기술을 이번 올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인 스와치사는 출발 지점의 심판도 없앴다. 로봇이 출발 지점을 관리하는 이 신기술은 단거리 경주자들로 하여금 동시에 출발할 수 있게 해 정확한 기록 측정에 기여한다.

올림픽 지원 모금 행사를 벌여 현금 40억원을 국제올림픽위원회 계좌로 이체시킨 비자카드 인터내셔널, 전세계 30개국 3백개 도시로 가는 항공편 4천9백회를 마련하여 전세계 사람들을 애틀랜타 하트필드 국제 공항으로 나르고 있는 델타항공, 파나소닉 텔레비전을 경기장과 선수촌 곳곳에 설치한 마쓰시타 등 후원사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중계되지 않는 혈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혈전을 벌이는 목적이 자사 홍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98년 나가노 겨울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공식 후원 업체로 재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를 비롯한 일부 업체는 이미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다음 올림픽 후원 계약을 마쳤다.

올림픽 지키는 ‘수호 천사’들

테러의 시대.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사건,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발 사건, 오클라호마 연방빌딩 폭탄 테러. 2백50여만 명이 몰리는 애틀랜타올림픽은 테러리스트에게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올림픽위원회는 물론 클린턴 행정부까지 나서서 테러 없는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올림픽 안전을 위해 1천8백16억원을 들여 화학가스 공격에서부터 비행기 납치에 이르기까지 모든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미연방수사국(FBI)을 투입하고 군대까지 동원했다. 연방수사국 인원과 지방 경찰이 합동 수사기구를 설치하는가 하면, 사설 경호단체들이 대거 동원된다. FBI 직원 2천5백명, 군인 8천5백명, 사설 경호원 1만3천여 명 등 모두 3만여 명이 선수와 시설물 경호에 나선다. 빌 래스번 애틀랜타올림픽 보안책임자는 “애틀랜타에 온 선수와 관람객 들은 지천으로 깔려있는 경찰들을 보게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테러 없는 올림픽을 위해 3만여 ‘보디가드’들은 최첨단 장비로 무장했다. 수백억원 상당의 첨단 전자 감시장치와 통신 시설이 경기장과 관람객들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최첨단 감시 장치를 공급하는 회사는 올림픽 후원사인 센서매택사. 이 회사는 폐쇄회로 감시 시스템을 곳곳에 설치하고 하루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올림픽위원회나 선수촌·훈련장같이 안전이 특히 요구되는 장소는 출입을 통제하는 ‘센서 아이디(Sensor I.D.)’라는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신분증과 IBM 중앙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검색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선수와 경기 관계자에게는 지문과 인적 사항을 담은 마이크로 칩이 내장된 신분증을 지급한다. 신분증을 카드리더기에 꽂고 지문 검색기에 손을 대면 지문 검색기가 읽은 지문과 마이크로 칩에 저장된 지문, IBM 중앙컴퓨터에 있는 지문이 일치해야 출입할 수 있다. 여기에 감시 비디오에 잡힌 인물의 동화상과 목소리를 전화선을 통해 보안 통제실로 전달하는 ‘센서 링크’라는 동화상 압축 전송 시스템도 동원된다.

올림픽 보안책임자 래스번씨는 “물샐 틈 없는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테러와 같은 위험 조짐은 없다”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올림픽 개최 직전 경비를 서던 헌병 이 저격 당한 사건이 발생해 테러 없는 올림픽이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애틀랜타는 미국에서 범죄 발생률이 두번째로 많은 도시이다.

“올림픽은 정말로 참가에 의의”

애틀랜타올림픽위원회는 지난해 1월부터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지난 1월부터 4만여 명을 교육했다. 자원봉사자들은 6월27일부터 투입되어 선수촌·경기장 등에서 안내, 운전, 귀빈 접대 등을 담당한다. 이들은 애틀랜타올림픽위원회로부터 급료(일의 성격과 시간에 따라 다르다)를 받고 교통 수단과 경기장내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근무 시간 중에는 식사도 무료다.

자원봉사자들은 벌써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유니폼을 나누어주는 자원봉사자는 5월부터 14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신원 확인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3월부터 14교대로 약 20만명의 사진과 지문을 일일이 입력해 왔다. 올림픽이 끝나면 자원봉사자들은 기념 핀과 인증서를 받고 감사 파티에 초대된다. 자원봉사단장인 찰스 런던은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와는 다른 분야지만 분명히 우리도 올림픽에 참가하여 뛰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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