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의술 `체절신경 조율요법` 의 실체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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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의학의 경락과 현대 의학의 신경생리학 이론을 병합한 손인순 원장(왼쪽)의 체절신경 조절요법이 학계에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체절신경연구원 손인순 원장(66)이 의서(醫書)를 펴내겠다고 했을 때, 몇몇 사람이 말렸다. 특히 미국 국립보건원(NIH) 대체의학연구소장 차정주 박사는 의사·한의사 들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손씨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체절신경 조절요법>(야스미디어)이라는 두툼한 책을 펴냈다. 책이 나온 뒤 손씨는 맨 먼저 미국 국립보건원에 보냈다. 차박사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그로부터 며칠 뒤. 차박사는 책을 잘 보았다고 운을 뗀 뒤, 손씨가 잊지 못할 말을 건넸다. “(의사나 한의사 들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도대체 체절신경 조절요법이 무엇이기에 세계적인 대체의학연구소 책임자가 그런 말을 했을까. 손씨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체절신경 조절요법이 “거의 모든 질병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의술이다”라고 말했다. 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말은 복음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의사와 한의사 대부분에게는 ‘허풍’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공인 기관에서 아무런 검증도 못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씨의 주장에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체절신경…>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일간지에 손씨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난 뒤 닷새 동안 한의사·침구사·의사·환자 100여 명이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들은 대부분 ‘놀랍다, 비법을 배우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분당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김 아무개 원장은 “책을 보면서 조금씩 따라 하고 있는데, 정말 놀랍다. 경락과 침술 이론은 난해하면서 두루뭉수리하고, 효과도 불확실했다. 그런데 체절신경 조절요법은 다르다. 상당히 과학적이면서 효과도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체절신경 조절요법의 핵심을 알려면 25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1979년, 손인순씨는 자고 나면 손가락 마디마디가 붓고, 뼈마디가 잘 구부러지지 않는 전신 류머티즘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자신에게 희망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려서 이미 남동생을 관절염으로 잃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병 앓을지 미리 알 수 있다”

손씨는 살아 남기 위해 홀로 자신의 병증을 연구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병인(病因)이 자기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현대 의학으로는 자기 병을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자연스레 그녀의 눈과 몸은 동양의학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동양의학은 난해한 데다 논리성이 떨어져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침술서와 해부심리학과 신경생리학에 덤벼들었다. <영추(靈樞; 針經이라고도 불림)>와 <중추신경의 생리>를 누더기가 되도록 들추어 보았다. 특히 <중추신경의 생리>는 얼마나 어려운지 열 권을 복사해서 열 권 다 너덜거릴 때까지 읽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녀는 중요한 사실을 파악했다. 즉 인체의 감각과 운동, 정신 활동을 지배하는 (좌우) 대뇌에서 보낸 전기적 신호가 척수에 있는 30쌍의 좌우 체절을 통해 각 신체 부위로 전달된다는 사실이었다(위 그림 참조). 마치 판교 톨게이트를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선 자동차들이 각 지방 톨게이트를 통해 지방 도시로 들어서듯이, 인체의 모든 감각과 운동이 각기 그들을 지배하는 신경에 의해서 작동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모든 질병이 신경계를 통해 전달되는 ‘흥분성 신호’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도 파악했다. 그에 따르면, 흥분성 신호는 모든 사람이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그리고 그 신호는 미주신경계를 통해 각 부위로 전달된다. 문제는 이때 발생한다. 흥분성 신호를 전달받은 부위가 위축되거나 긴장하는 것이다. 혈관이 오그라들면 결과는 어둡다. 혈행 장애가 일어나 영양 물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몸 안의 ‘경찰’이라고 할 수 있는 면역세포(T세포)의 얼이 빠져서, 바이러스나 나쁜 균이 무방비로 침입한다.

손씨는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미주신경이 몸의 어느 쪽으로 통하는가를 기초로 해서 사람을 LV/RS, LV/RP, RV/LS, RV/LP 네 체질로 나누기도 했다(V는 미주신경계를 뜻한다). LV란 왼쪽 몸이 미주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고, RV란 오른쪽 몸이 미주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사람이다. S는 교감신경계를 의미하며, P는 부교감 신경계를 뜻한다. 그러니까 LV/RS 체질인 사람은 왼쪽은 미주신경계의 지배를 받고, 오른쪽은 교감신경계의 지배를 받는다(체질 진단은 복부를 이용해서 하는데, 손씨는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기를 꺼렸다).

체질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알면 그 사람이 어떤 병을 어떻게 앓을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심장은 왼쪽에 치우쳐 있고, 간은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그리고 폐와 신장은 좌우에 걸쳐 있다. 그러니까 왼쪽이 미주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사람(LV 체질)은 태어날 때부터 심장 기능 장애, 즉 심혈관 계통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오른쪽이 미주신경계의 지배를 받는 사람(RV 체질)은 간 계통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수 있다. 이 체질은 일단 간에 이상이 생기면 간염이나 간경화, 간암 등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LV체질은 간에 이상이 있더라도 중증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체질만 구분하면 그 사람이 현재 앓고 있는 질병의 원인과, 어떤 장부에서 어떤 병이 생길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병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일까. 원리는 간단하다. 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부위나, 병이 이미 진행된 부위로 가는 미주·교감·부교감 신경계가 톨게이트처럼 이용하는 체절을 금속으로 자극하면 된다. 체절을 자극하면 혈관이 뚫려 혈행(血行)이 자유로워지면서 면역세포가 되살아나고 그 부위가 활성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추신경계는 ‘사고’ 위험 때문에 금속으로 자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손씨는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척수를 대신할 만한 부위로 손을 선택했다. 크기는 사람 몸의 몇 십분의 1에 불과한데, 신경 세포 밀도가 다른 부위를 압도했던 것이다. 그는 손 가운데서도 중지 부위가 사람의 중추와 가장 비슷하다고 보고 집중 연구했다. MRI와 엑스레이까지 찍어가며 조사한 결과, 마침내 척수에 있는 30개 체절과 같은 부위(반사점)를 찾아냈다.

이후 그녀는 알음알음 찾아오는 환자들을 통해 자기 이론을 하나하나 확인해 나갔다. 그리고 손등의 어떤 부위를 자극하면 어떤 병이 호전되는지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C3(그림 참조)을 자극해 머리(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질병을 예방했고, 이미 걸린 병을 호전시킬 수 있었다. 간에서 일어나거나 진행 중인 질환은 T5~T9를 자극해서 예방·치료 효과를 보았다(LV 체질은 왼손을, RV 체질은 오른손을 자극한다).

체절신경 조절요법이 동양 의학의 경락과 현대 의학의 신경생리학 이론을 병합한 획기적인 이론이지만, 모든 사람이 수긍한 것은 아니다. 일부 의사는 손등에서 반사점 30개를 찾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비웃었다. 어떤 한의사는 수지침과 다를 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손씨의 이론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세계적인 과학자로 알려진 김호길 전 포항공대 학장이었다. 그는 손씨를 총장 공관으로 불러 체절신경 조절요법에 관해 이야기를 들은 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이제 공인이다. 포항공대로 와라. 내가 당신의 연구를 돕겠다.”

그러나 김학장이 6개월 뒤에 사고사(事故死)하는 바람에 손씨의 연구는 난관에 봉착했다. 그래도 그녀는 좌절하지 않았다. 1998년 미국국립보건원 차정주 박사 주선으로 미국 생의학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며 다시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5천여 명의 여러 질환자를 치료하며 이론을 정립해 나갔다.

물론 모든 질병을 완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고혈압·당뇨병·암을 빼고는 지금 먹는 약을 ‘올 스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경 전달 조직이 완전히 끊긴 상태에서는 상황을 호전시키기가 어렵다(혈액 투석을 하는 신부전증 환자 등). 또 신경세포가 70~80% 죽으면 회복 기간은 2배 이상 더디다.

손씨는 “현대 의학의 한계는 분명하다. 위암이나 폐암에 걸리면 그 부위만 수술한다. 병리의 요인인 뇌와 신경계의 문제를 그냥 두면 전이되거나 재발할 수밖에 없다. 암의 전이와 재발을 막으려면 뇌의 신호를 바꾸어 전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의사·한의사 들은 그녀의 이론에 상당한 호감을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평가를 유보했다. 전세일 원장(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은 “잠재력과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윤호 교수(경희대 한방병원·침구학)는 “반사점을 손에서 찾은 것은 새롭다. 그러나 임상 실험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재 손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컨트롤러(집게 모양의 기구인데, 안쪽의 작은 침으로 손의 반사점을 자극해 체절을 열어준다)를 의료 보조기구로 허가 신청해놓은 상태이다. 7월22~24일에는 서울 이화여대에서 전국 간호대학 교수들에게 강의할 예정이며, 8월부터는 경기대 대체의학대학원에서 강의할 계획이다. 그리고 미국 대체의학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조장희 교수(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가 귀국하면 통증 치료에 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손씨는 “오늘도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전문가들이 (체절신경 조절요법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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