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궁에 빠진 ‘스티븐 호킹 블랙홀’
  • 김제완 (과학문화진흥회장·서울대 명예교수) ()
  • 승인 200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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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자신의 이론 오류 시인
살아 있는 물리학자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을 꼽으라면 스티븐 호킹 박사(62)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지명도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에 버금갈 정도이다. 그들은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냈고, 호킹 박사는 거기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관한 이론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의 응집체인 물체는 그 주위의 시간과 공간(물리학자들은 이를 같은 개념으로 묶어서 ‘시공’으로 쓴다)을 휘게 하고, 이 휘어진 공간을 따라 물체는 움직인다. 이같은 관계를 수학적 방정식으로 나타낸 것이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 물리학자 오펜하이머 박사가 이 방정식의 해답 가운데 하나로 블랙홀을 들고 나왔다. 그의 주장은 아주 무거운 물체가 있으면 그 주위의 공간이 심하게 휘어져, 그 근처에 접근한 물체는 모두 그 휘어진 공간을 따라 빨려들어간다는 이론이었다. 아주 가파른 얼음판 언덕길에서는 누구나 미끄러지는 것처럼, 가볍고 빠른 빛조차 빨려들어간다. 빛이 빨려들어가 버리는 까닭에 깜깜하고 어둡게 보일 것이고, 이런 이유로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휘러는 이를 ‘블랙홀’이라고 이름 붙였다.

호킹 박사는 블랙홀 연구의 권위자로서 ‘호킹의 방사이론’ 등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업적이 많다 보니 자주 논쟁에 말려들었고, 그 중 하나가 미국 남가주 공대 존 프레스킬 박사와의 논쟁이다. 호킹 박사는 블랙홀의 깊숙한 중심 부분의 핵은 말 그대로 크기가 없는 점으로 되어 있어서 그 무엇도 품을 공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크기가 없는 점이어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물체와 모든 정보가 저장이 안되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호킹 박사는 빛이나 물체뿐만이 아니라, 정보까지 블랙홀에 걸려들면 빨려들어가 없어진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프레스킬 박사를 포함한 여러 물리학자들은 그의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했다.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다. 양자론(Quantum Theory;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 이론으로서 빛처럼 연속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은 불연속적인 에너지 양자로 되었다는 이론. 반도체와 레이저 등 현대 산업의 기초가 되었다)에 따르면, 정보는 송두리째 사라질 수가 없다. 즉 ‘파동함수’라는 존재 정보를 지닌 그 자체는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프레스킬 박사는 그뿐만이 아니라 시공 자체도 아주 작은 양자(Quanta)가 있어서 그보다 작은 것은 무의미하므로, 호킹 박사가 주장하는 블랙홀의 중심이 크기가 없는 점이어서 정보가 없어진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내기를 좋아하는 호킹 박사는 프레스킬 박사와 내기를 했다. 자기가 지면 많은 정보를 빼낼 수 있는 백과사전(Encyclopedia)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호킹 박사가 며칠 전 자기가 몸 담고 있는 대학의 강연에서 패배를 시인하며, 그 이유를 제시했다. 그렇지만 프레스킬 박사는 그 이유가 엉성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자론·상대론 갈등 계속

이들의 논쟁에는 매우 큰 문제가 걸려 있다. 현대 물리학의 두 기둥인 ‘양자론’과 ‘상대론’은 동거할 수 없는 부부이다. 일반 상대론은 우주같이 방대한 것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거시적인 일반 상대론은 호킹과 프레스킬의 논쟁처럼 작은 대상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이 아직 없다. 이를 위해 초끈 이론(Superstoring Theory) 등 여러 가지 시도가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어찌 보면 호킹과 프레스킬의 논쟁도 이같은 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면 현대 물리의 고민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된다. 그들의 논쟁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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