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집] 경기장/축구장에 '콘도'가 있다
  • 이문재 기자 (moon@e-sisa.co.kr)
  • 승인 200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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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이후' 고려한 복합 문화공간…서귀포 경기장엔 아이맥스 영화관 설치

사진설명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으로 꼽히는 서귀포 경기장.

축구는 있었지만 축구경기장은 없었다. 월드컵 조직위는 2002년 월드컵이 경기장 개념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경기장은 축구 경기만 벌어지는 공간이 아니고, 지역 문화의 새로운 중심으로거듭난다는것이다. 축구장과 영화관, 축구와 콘도미니엄등은 얼핏 연관이 되지 않지만, 2002년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장은 전혀 새로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는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설계한 건축가 류춘수씨(종합건축사사무소 이공 대표)의 안내를 받아 경기장을 미리찾아가 보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멤버쉽룸(private box). 콘도미니엄처럼 분양받을 수있다. 상암 경기장에는 호텔 수준의멤버쉽 룸100개가 들어서는데, 실내에서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고, 발코니로 나가면 7∼8개의 전용 좌석이 있다. 축구 선진국에서는 멤버쉽 룸을 고급스러운비즈니스 공간으로 활용한다.


"축구장 하나가 골프장 20개 보다 낫다"

류춘수씨는 "월드컵경기가 열리는기간은 불과 한 달이다. 월드컵 경기를 만족스럽게 소화하는 동시에 월드컵이후 시민들이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는데, 건축가인 나 못지 않게서울시가 적극적으로나섰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경기 이후의 상암 경기장은 테마 파크 혹은 대형 백화점처럼24시간 시민들이 북적대는 장소를 지향한다. 멤버쉽 룸 이외에도 10개의 극장, 대형 할인 매장,스포츠 센터, 식당가 등이 들어서고 경기장 주위는 생태 공원이 에워싼다.

멤버쉽 룸은 국제축구연맹(FIFA) 권장 사항이다. 프로 축구가 발달한 유럽 지역의 경기장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프로 축구 열기가 뜨거운 중국 상하이의 한 경기장은 아예 호텔과 연결되어 있다. 호텔 객실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있다. 2002년월드컵조직위정몽준 위원장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가 시작되기 한시간 전에 그 지역의 정치인·재계 인사·예술가·학자 등이 모여 담소를 나눈다. 프로 축구가 연고지의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장'역할을 해낸다는 것이다.

서울 상암경기장만 그런것은 아니다. 올해 안에 완공되는 10개경기장 대부분이월드컵 이후 지역 문화의 센터이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수익 모델'로 자리잡는다. 건축가 황일인씨(일건종합건축사무소)가 설계한 서귀포 경기장이 좋은 예이다.서귀포 경기장은 레나르트 요한슨 FIFA 부회장이'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디움'이라고극찬한 바있거니와, 경기장에서 한라산과 제주바다를 한눈에볼
수 있다.

제주도의 빼어난 자연 환경과 각종관광 시설을 '응원군'으로 두고 있는서귀포 경기장은 10개 경기장 가운데 처음으로 사후활용을 위한 구체적인 성과를올렸다. 서귀포시는 미국 지텍스 사의 자본을끌어들여 경기장서남쪽 인접 부지에 대형아이맥스 영화관을건설한다. 지텍스 사는월드컵 대회가끝나는 대로 아이맥스 영화관 이외에 수족관과 다국적 전문 식당가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서귀포시는 지텍스 사에해당 부지를50년 간 임대해주는 대가로 2001∼2002년에는50만 달러, 2003년부터는 매년 150만 달러에 달하는 사용료를 받는다. 정몽준 위원장은 "서귀포 경기장은 골프장 20개를 건설하는 것과같은 관광 수입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대회를 치르기위해 건설되는10개 경기장은 '공설운동장' 수준이었던 경기장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프로축구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보인다. 정몽준 위원장은 "곧 완공되는울산 경기장은4만8천 석인데, 앞으로 가득 차게 될것이다"라고 말했다. 텅빈 경기장은 한국 축구 발전을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가운데 하나였다.새로 지어지는 10개 경기장이 가득 찬다면 한국축구는 그야말로 새로운 차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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