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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도입 ‘6천억원 사기극’ 전모
프랑스제 미사일 ‘미스트랄’ 도입을 둘러싼 사기극 의혹이 확인되었다. <시사저널>이 최근 입수한 군 내부 문서를 검토한 결과다. 아울러 이 과정에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권력 실세들이 개입한 사실도 속속 드러
[764호] 2004년 06월 08일 (화) 정희상 기자 hschung@sisapress.com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방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안보관계 장관 회의에서 “군이 인력 중심 군에서 과학 기술 군으로 발전해 나아갈 구체적인 방안을 미련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협력적 자주 국방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핵심에는 군의 전력 증강이 자리 잡고 있다.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은 최근 주한미군이 재배치될 경우 발생하는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앞으로 20년간 2백9조원이라는 막대한 전력 증강 비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줄잡아 연간 10조원씩 무기를 사는 데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외국 무기를 사들여오면 저절로 군 전력이 증강되는가. 현재와 같이 허술한 무기 도입 체제를 그대로 둔 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면 새는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다. <시사저널>은 최근 이런 사실을 입증하는 군 내부 문서 세 가지를 입수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예산 약 6천억원을 들여 3천여 기를 도입해 현재 운용 중인 프랑스제 지대공 미사일 ‘미스트랄’의 문제점을 둘러싼 대외비 문서들이다.

미스트랄은 프랑스 국영 방산업체인 마트라 사 제품으로 북한의 S-16 미사일과 같이 저고도 방어를 위한 휴대용 대공 유도 미사일을 말한다.

문제는 1997년 말 김영삼 정부가 도입 결정을 내렸고, 김대중 정부 들어 들여온 3차분 미스트랄 1천4백여 기가 국제 사기극 시비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최근 <시사저널>이 입수한 군 내부 대외비 문서들에 따르면, 당시 도입된 미스트랄은 현재 유효 수명이 지난 상태로 전방 각지에 배치되어 있어 사실상 대공 방어망이 뚫려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군 내부 문건에서 드러난 미스트랄 도입 과정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3차 도입 계약에 따라 1998년 6월 한국에 도착한 미스트랄은 시험 평가 및 협상을 거쳐 계약된 바로 그 장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건에 따르면, 프랑스 마트라 사는 한국군이 요구한 신형 미스트랄을 납품할 생산 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계약을 맺은 뒤 과거에 생산해 둔 재고품 가운데 일부 부품을 바꾼 후 ‘미스트랄2’라는 이름으로 선적했다.
무기 획득 관련 부서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군 내부 문건은 ‘미스트랄 사기극’의 원인을 도입 과정의 비리 의혹에서 찾고 있다. 김영삼 정부 당시 국방장관과 안기부장을 지낸 권영해씨가 프랑스 마트라 사 대리상인 무기중개상 이영우씨(AM코퍼레이션 대표)와 결탁해 수요군의 반대를 물리치고 철 지난 무기를 고가로 도입한 배경에는 막대한 커미션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권영해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이영우씨는 1992~1997년 한국 육·해·공군에 미스트랄 납품을 성사시킨 대가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산업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이들 문건을 토대로 <시사저널>이 정밀 추적한 바에 따르면, 미스트랄 사기 도입 의혹은 국익은 물론 안보 차원에서도 진상 조사와 책임 소재 규명, 성능 시험을 통한 대책 마련 등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미스트랄 계약 실적을 보면 1991년 1차 도입분은 1천1백여 기에 9백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이어 1994년 2차 도입분은 2백60여 기에 4백억원, 마지막 3차 도입분은 1997년 1천4백여 기에 4천6백억원이 들었다.

포탄·미사일 등을 비롯해 모든 무기에는 생산 연도와 함께 제작된 순서를 알리는 일련 번호(serial number)가 새겨져 있다. 1991년에 제작되어 이듬해 한국에 들어온 미스트랄 1차분은 일련 번호 21300번부터 23700번 가운데 무작위로 1천여기를 뽑아낸 것들이다. 1994년 해군이 2차로 도입한 미스트랄의 일련번호는 22500번부터 23200번 사이가 적혀 있다. 새 제품이 아니라 1991년에 제작된 미사일이 들어왔다는 증거다.

더 큰 문제는 김영삼 정부가 임기 말에 결정하고, 김대중 정부에서 대량 도입한 3차분 미스트랄의 일련 번호이다. 육군 최전방용으로 1천4백여 기를 4천6백억원이나 주고 들여온 3차분 미스트랄의 일련 번호는 놀랍게도 1,2차 도입분보다 한참 앞선 16008~16443번에 걸쳐 있었던 것이다. 계약서에는 1997년에 제작한 미스트랄을 보내기로 명시되어 있었지만 일련 번호를 보면 1990년 초반에 제작한 것들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스트랄 미사일의 수명은 10~12년. 일련 번호로만 보면 막대한 예산을 써서 들여온 3차분 미스트랄은 도입 직후 수명을 다하게 된 고철이었던 셈이다.

<시사저널>은 추적 끝에 1998년 6월30일 처음 도착한 3차분 미스트랄 5백기 가운데 샘플로 뽑은 24기에 적힌 제조 일자와 일련 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1997년 10월15일로 제조 일자가 박힌 12기의 일련 번호는 각각 16008, 16009, 16012 … 16139에 걸쳐 있었다. 역시 제작 연도가 1997년 11월17일자로 표기된 6기의 일련 번호는 16294부터 16299까지였다. 1997년 12월15일에 제작했다는 6기는 16438번부터 표기되어 있다. 일련 번호로 보면 모두 수명이 다되어 가는 1990년산 미스트랄인 셈이다.
그러면 생산 연도는 왜 1997년으로 박아 넣었을까. 이에 대해 프랑스는 1998년 6월 하순 한국 국방부에 팩스를 보내, 선적해 보낸 미사일이 ‘미스트랄 1’이 아니고 성능이 개량되어 매우 우수한 ‘미스트랄 2’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확보한 군 내부 문건은 마트라 사가 1997년에 미스트랄 1이나 미스트랄 2를 생산한 근거가 없으며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근거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마트라 사의 연간 미스트랄 생산 능력은 2천기 미만인데 1997년에는 신규로 생산한 실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제 무기 관련 전문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1997년 마트라 사가 미스트랄을 생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미국 NSA에서 한국측에 비공식 귀띔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NSA는 미국과 나토 가맹국에서 생산한 항공기, 지대공·공대공 미사일의 피아 식별 부착 장비(IFF) 생산과 사용, 재고 상황을 전문으로 파악하는 정부 기구이다. NSA는 한·미 연합작전 수행에 필요한 코드 넘버를 통보하기 위해 조사한 결과, 마트라 사의 1997년 미스트랄 생산 실적이 없었는데도 한국 정부가 속아서 신형 미스트랄인 것으로 알고 구입했다는 점을 통보했다고 한다. 프랑스는 단지 1990년에 만든 재고탄에 시커와 노즐을 교체하고는 이를 성능이 향상된 ‘미스트랄 2’라고 자랑했다는 것이다.

결국 군 내부 문건의 내용대로라면 6천억원을 들여 현재 각 군에 배치한 미스트랄 3천여 기는 언제 들여온 것이든 수명과 성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군 정보 계통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내부 문건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미스트랄의 유도탄 추진체 수명은 12년으로서, 2004년부터 군에 납품된 미스트랄 추진체의 성능 개량을 해야 할 것으로 군에서 검토 단계임. 성능 개량시 1기당 2천만~3천만 원이 소요되나 이미 ADD에서 개발하여 LG CNC에서 개발 성공한 ‘신궁’으로 국산화 배치하자는 의견도 있어서 지금 검토하고 있음.’

이로 미루어볼 때 미스트랄 3차분의 성능에 대해 지금이라도 정밀 조사와 시험 평가가 실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대로라면 2010년까지는 성능이 멀쩡해야 하지만 이미 수명이 다한 미사일이 배치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상, 안보 차원에서도 진상 규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스트랄 도입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진상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미스트랄 도입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임기 말에 서둘러 계약을 체결한 김영삼 정부에 있지만, 도입 시기로 볼 때 김대중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 핵심에는 김영삼-권영해-김동진, 김대중-천용택-문일섭이 자리 잡고 있다. 양 정권과 친분을 맺은 무기상은 AM 코퍼레이션 이영우씨였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0월13일 국방부는 미스트랄을 최종 도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와의 계약은 대통령 선거 직전인 12월3일에 맺었다. 김영삼 대통령의 최종 결재는 김대중 당선자 시절이자 외환 위기가 극에 달했던 그 해 12월29일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이때 약 3천억원에 달하는 무기 도입을 결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환차손만 1천억원이었다.

이같은 문제점은 김대중 당선자의 인수위원회에도 그대로 보고되었다. 당시 인수위 국방분과 대표는 민주당 임복진 의원이었다. 인수위에는 미스트랄과 동부지역 전자전 장비 등 프랑스제 무기 도입 결정 과정에 사기가 개입되고 엄청난 비리 의혹이 있다는 제보가 밀려들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인수위 국방분과는 김대중 당선자에게 사업 중지를 건의하는 보고서를 올렸다. 이에 대해 임복진 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영삼 정부 말기에 무더기로 졸속 선정한 무기를 점검하고 선별할 수 있는 국방 개혁의 기회를 김대중 정부 초기에 놓쳤다. 나는 이미 인수위 때 미스트랄의 각종 문제점과 비리 의혹을 파악해 이를 김대중 당선자께 보고했다. 당시 국방부는 대금 결제를 위해 미화 3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 정도면 환란으로 쓰러져 가는 나라를 응급 구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미스트랄 등을 계약 취소하고 달러 지급을 유보하자고 건의했다. 김당선자는 어쩐 일인지 ‘경제 전문가와 상의해 보라’는 말만 하고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는 미스트랄 도입의 문제점을 보고받고서도 해결하지 않은 셈이다. 이후 천용택 국방부장관은 문일섭씨를 국방부 획득실장에 임명해 김영삼 정부가 졸속으로 처리한 각종 무기 도입사업을 그대로 계승해 처리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군 일각에서는 김영삼-권영해 라인의 무기 도입 비리 커넥션이 김대중- 천용택 라인으로 그대로 옮겨갔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정보 관계자는 “1998년 초 천용택 국방부장관이 김동진 전임 국방부장관과 이원형 국방부 획득 실무자를 강남의 한 요정에서 함께 만난 사실을 파악하고 첩보 보고를 올렸다”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신·구 정권의 국방부장관들이 남의 눈을 피해 비밀 요정에서 만났다는 점도 그렇지만, 그 자리에 역대 정권의 무기 도입 내막을 꿰고 있는 이원형씨가 합석했다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당시 이 사실을 알게 된 군 주변에서는 구속되어 있던 권영해 안기부장의 대리인 격이던 김동진 국방부장관이 천용택 신임 국방부장관을 통해 무기 도입 문제를 막후 처리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했다.
그래서인지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는 무기 도입 비리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착수하지 않았다. 정권 초기인 1998년 봄 권영해씨가 무기상으로부터 받은 비자금 20억원의 정체를 파헤쳤던 한 군 법무관은 “은닉 자금 20억원이 무기상으로부터 받은 돈 중 일부라는 점을 집중 조사해 천용택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 뒤 장관이 김대통령에게 보고를 올려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대중 정부는 오히려 5년 동안 새로운 군수 비리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32조원에 달하는 각종 무기 도입 사업을 추진했다. 조풍언씨를 둘러싼 무기 도입 잡음이나 차세대전투기(FX) 사업 비리 의혹이 그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군 내부정보를 잘 아는 국내외 일각에서는 김영삼·김대중 양 정부 아래서 일어난 굵직한 무기 도입 비리는 권력 실세들이 해외 은행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리라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천용택 전 국방부장관이 재임 중 오리콘 대공포 성능개량 사업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무기상으로부터 뇌물 5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국방품질관리소장을 지낸 이원형씨 역시 이 사업을 둘러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다. 미스트랄 도입 중개상인 이영우 AM코퍼레이션 대표는 다른 무기 도입 비리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그러나 양김 정부에 걸친 비리 의혹의 원천인 미스트랄 및 동부지역 전자전 장비 등 수조원대 부실 고가 무기 도입 비리에 대한 수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덮어둔 채 새로운 전력 증강 사업에 국민 세금을 쏟아붓는다면 전력 증강은커녕 이를 빌미로 한 비리와 전력 누수의 악순환 구조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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