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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아직도 절절한 이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아직도 절절한 이유

2018년 국군의 날은 한반도의 정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하루였다. 국군의 날 트레이드마크인 화려한 열병식과 퍼레이드는 없었다. 대신 단출한 기념식과 군인들을 위한 흥겨운 무대 행사가 있었다. 내전의 비극을 겪은 까닭에 오로지 강군(軍) 육성만이 국가의 안위를 지킬 수 있다는 오랜 패러다임이 상징적으로 해체되는 순간이다. 병역이 대한민국 젊은 남성의 의무인 한 그것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는 거의 천형(天刑·하늘이 내리는 큰 벌)과 같은 것이다. 군대에 간다는 것, 어른들은 철이 드는 통과 제의(祭儀)라고 불러왔지만

2018.10.20 토 강헌 음악 평론가

한반도를 둘러싼  세 개의 《애국가》

한반도를 둘러싼 세 개의 《애국가》

추석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대한민국 정부 수반으로서는 최초로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민족의 평화와 공존을 역설하는 역사적인 연설을 가졌다. 적대의 역사를 청산하고 항구적인 평화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인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공은 다시 미국의 백악관으로 돌려졌다.한반도의 운명을 둘러싼 남북 정상 간의 뜨거운 행보를 보고 있노라니 이 분단 체제를 상징하는 두 노래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바로 《애국가》다. 한반도에는 세 개의 《애국가

2018.09.24 월 강헌 음악 평론가

한류,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 논란

한류,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병역 특례 논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아이콘과 슈퍼주니어, 두 K팝 스타들의 축하공연이었다.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운집한 6만 명의 관중들과 경기장 안의 아시아 선수들은 음악으로 아시아와 세계를 강타한 K팝 그룹들의 음악을 즐기며 열전의 16일간을 마무리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폐막식은 현재 아시아의 주류 대중문화가 다름 아닌 우리의 K팝임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증명한 무대였다.      자카르타발(發) K팝 소식이 무색하게 현재 가장 핫한 K팝 그룹인 방탄소년단의 신작 앨범 ‘Love Yo

2018.09.11 화 강헌 음악 평론가

이산가족의 영원한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산가족의 영원한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광복절에서 닷새 지난 8월20일부터 이틀간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됐다. 1949년 서울로 단신 월남한 평안북도 정주군 출신의 청년 윤흥규씨는 이제 92살의 노인이 됐고, 북에 하나 남은 여동생을 70년 만에 만났다. 어디 윤씨뿐이겠는가. 남북 이산가족 찾기가 시작된 이래 헤어진 가족을 한 번이라도 만난 운 좋은 이들이나, 아직도 기회가 오지 못해 모진 시간과의 싸움을 오늘도 거듭하고 있는 20만 명에 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불행한 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이다. ‘이산가족 상봉

2018.08.27 월 강헌 음악 평론가

해방과 독립 사이에서 사라진 노래들

해방과 독립 사이에서 사라진 노래들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을 목전에 두고 당시 노태우 정부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사십 년간 금지되었던 납북 혹은 월북 작가들의 문학작품 해금을 허용한다. 그리고 올림픽이 끝난 가을에는 음악과 미술의 해금 조치를 단행했다. 대립 일변도로 치달으면서 동질성보다는 이질성만 강조해 왔던 남북한 간의 문화적 반목을 좁힐 첫 번째 조치였다.  그러나 그 뒤로 다시 삼십 년, 2018년인 지금까지도 1988년 해금 조치 이후의 후속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북·미 간 평화협정 분위기 속에 남북한 예술단이 서울과

2018.08.11 토 강헌 음악 평론가

[이문세] 세월이 흘러가도 스러지지 않는 ‘발라드 황제’

[이문세] 세월이 흘러가도 스러지지 않는 ‘발라드 황제’

95년 이 시점에서 이문세의 존재는 각별하다. 이 감흥은 단순히 새해 벽두에 그가 발표한 아홉 번째 앨범의 진득한 완성도와 꾸준히 유지되는 시장의 호응도에 한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 음악가 이문세가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성숙해 간다는 것, 그리고 그 성숙이 80년대 중반에 환호로 물결쳤던 10대 소녀들과 그보다 훨씬 영악해진 90년대 후예들에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 여기에다 30대 이상의 수용자들도 그의 음악이 분만하는 동심원 속으로 자연스럽게 포섭된다는 사실은 ‘조용한 경악’ 이라 할 수 있다. 

1995.03.23 목 강헌(음악 평론가)

누구도 흉내 못낼 선율로 돌아온 김창완

누구도 흉내 못낼 선율로 돌아온 김창완

전자 기타를 메고 김창완이 돌아온다. 91년 <Adagio>라는 제목을 붙인 ‘산울림’의 열두 번째 정규 앨범 이후로 4년 만의 해후이며, 77년 산울림이라는 밴드로 나타난 지 18년이 되는 시점이다. 그가 한국의 대중 음악사에 남긴 공적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대중음악에 대한 유신 정권의 탄압이 겨울 바람의 끝처럼 매서울 때 천편일률적인 음향의 늪에 한없이 침몰하던 한국 대중 음악을 구원해낸 것은 세 형제로 이루어진 산울림이었고, 그는 이 범선의 선장이었다. 그는 산울림을 통해 신중현

1995.02.16 목 강헌(음악 평론가)

큰 음악 펼치는 세 얼굴의 사나이

큰 음악 펼치는 세 얼굴의 사나이

왜 우리에게는 가정과 직장의 스트레스로 점점 초라해져 가는 30~40대의 음악적 초상이 제공되지 않는가. 갖은 모임과 접대로 찌들대로 찌든 몸을 질척이며 집으로 돌아오는 겨울 밤거리의 처연한 서정은 음악이 되기에는 너무나 사소한 것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들에게 자신들의 정서를 운반하는 음반 한 장을 살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일까.  여기에 모노크롬 재킷 디자인이 인상적인 한사내의 노래집이 우리에게 배달된다. 그 발신자는 막 불혹의 고개에 다다른 김수철. 서신의 제목은 <우울한 남자들(Men In Blu

1995.01.05 목 강헌 (음악 평론가)

대중 음악 물줄기 지킨 ‘작은 거인’

대중 음악 물줄기 지킨 ‘작은 거인’

연말이 되면 대중 음악계는 아쉬움과 설레임으로 흥청거린다. 각종 시상식에서 그 해의 기린아로 우뚝 서고픈 욕망의 더듬이들이 꿈틀대는가 하면, 송년 음악회를 통해 자신의 ‘인기’에 쐐기를 박으려는 이들과 다음해를 기대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반전을 기도하는 이들의 열창이 화려하게 울려 퍼진다. 이와 같은 12월의 부산함 속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14, 15일 한국종합전시관(KOEX)에서 열리는 조용필의 콘서트이다. 한국 대중 음악의 정점을 이루고 있는 단 1명의 베테랑이 세밑의 틈바귀에서 그저 그런 인사치레가 아니라 냉엄

1994.12.15 목 강헌(음악 평론가)

역사와 존재 보듬은 성숙한 목소리

역사와 존재 보듬은 성숙한 목소리

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전반기에 이르는 파란과 굴곡의 시기에, 불타는 젊음의 연대기를 상아탑에 아로새긴 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은 무엇일까. 어느덧 슬퍼할 겨를도 없는 꿀벌이 되어 버린 이 세대는, 문화적 식민성을 완벽하게 청산하지 못한 앞 세대와 컴퓨터와 함께 민족의 영역을 숨가쁘게 벗어나고 있는 아래 세대 사이에서 협공에 걸려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야구 주자와 같다.  90년대의 문턱에서 좌초한 2박자의 트롯 리듬에선 더 이상 문화적 동질성을 재생산해낼 도리가 없고, 3개월이 멀다하고 수입 신상품

1994.11.24 목 강헌 (음악 평론가)

대중음악 역사 바꾼 ‘신들린 기타’

대중음악 역사 바꾼 ‘신들린 기타’

대중 음악이 대중이라는 상업성과 음악이라는 예술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은 그것이 바로 ‘지금 여기’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대중 음악이 지금처럼 10대의 기호에 굴종하는 한 대중 음악의 본질적 기능은 급속히 퇴화할 것이다. <시사저널>은 음악 평론가 강 헌씨의 정기적인 기고를 통해 우리 대중 음악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90년대 한국 대중 음악의 패권을 나누어온 서태지와아이들과 신승훈의 신작 앨범이 해를 바꾸어 가며 용호상박의 접전을 펼치는 갈피에서, 최근 새로이

1994.10.27 목 강헌(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