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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 짜기 장인과 ‘나카마(仲間)’

베 짜기 장인과 ‘나카마(仲間)’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것을 알게 됐어요. 그 인연으로 지금도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거랍니다.” 후지오리(藤織·등나무에서 섬유질을 추출해 실을 자아 베 짜기)를 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이와마 도시오(岩間利夫·85)씨는 그렇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는 베 짜기로 일본에서 가장 인정받는 장인들이 모여 문화재급 기모노(着物·일본 전통 옷)를 만드는 니시진의 유명한 곳에서 오비(帶·전통 옷의 허리띠로 화려한 것이 특징)를 짜는 장인입니다. 2년

2018.11.11 일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한반도로부터 전해진 ‘후지오리’ 강습회, 34년째 이어와

한반도로부터 전해진 ‘후지오리’ 강습회, 34년째 이어와

10월초의 가을 하늘이 눈부시게 푸른 날, 하늘과 맞닥뜨릴 만큼 높고 깊은 산골에 갔습니다. 교토(京都)부 단고(丹後)반도 지역의 미야즈(宮津)시 가미세야(上世屋)라는, 10세대나 살까 말까 한 산촌입니다. 교토시에서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아침 8시에 나서 전철과 버스를 몇 차례나 갈아타 겨우 점심 지난 오후 2시 즈음 도착하는 그런 산골입니다. 자동차로 가도 3시간 남짓 걸리는 곳이지요. 재해 연구의 공동연구자이면서 인도의 천연염색과 수공예 작업을 인류학적으로 연구하는 가네타니 미와(金谷美和·48)씨의 한마디에 이런 먼 곳까지

2018.10.30 화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가족 사랑이 낳은 위대한 유산 ‘사키오리’

가족 사랑이 낳은 위대한 유산 ‘사키오리’

“톤톤, 그리고 오른발을 앞으로 밀어주고 다음 오른쪽 실을 넣고 그 발을 다시 앞으로 마지막으로 톤톤!”선생님의 이런 구호에 맞춰 손과 발 그리고 머리도 써야 하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베틀 앞에서 베 짜기를 하는 풍경입니다. 민속촌이나 생활박물관의 전시품으로만 보았던 베틀 앞에 앉아 베를 짜려니 정서적으로도 왠지 특별한 경험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오모리(森)현 도와다(十和田)시의 전통공예 남부사키오리(南部裂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쿠미(巧)공방입니다. 예약을 하고 갔기에 시간 맞춰 우리를 맞이해 준 것은 남부사키오리 보존회

2018.10.15 월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도운 후세 다쓰지 변호사 추모제

일제시대 독립운동가 도운 후세 다쓰지 변호사 추모제

지난 9월9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변호사로 유명한 후세 다쓰지(布施辰治)의 사후 65년을 추모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후세 변호사는 1880년에 이시노마키(石卷)에서 중농 정도의 집안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장남이 아니기에 일찍이 도쿄로 나가 공부를 해 법조인이 됐습니다. 제가 몇 차례 소개했지만 이시노마키는 동일본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고 아직도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요. 8년이나 이 지역을 조사하고 있는 저는 그에 대한 추모행사가 있다니 반가운 마음으로 참석했습니다.이날 이루어진 추모행사로는 비전제(碑前祭)와 ‘

2018.09.24 월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조상 모시러 고향 찾는 사람들…일본의 추석 ‘오봉’ 전통 풍습

조상 모시러 고향 찾는 사람들…일본의 추석 ‘오봉’ 전통 풍습

“뭐 별것도 아닌데 보러 오셨어요? 어릴 때부터 8월15일이 다가오면 언제나 하던 일을 했을 뿐인데….” 전통식 집으로 현관을 들어서서 거실 마루 왼쪽에 자리 잡은 큰 부쓰마(佛間·조상님의 위패를 모셔놓는 방으로 주로 1층)를 열면서 우바사와 게이지(姥澤啓二·55)씨는 겸연쩍은 듯 말합니다.  태풍이 지나가고 다시 더위가 찾아온 지난 8월14일부터 16일까지 일본의 오봉(お盆·양력 8월15일로 설과 함께 가장 큰 일본의 명절)을 보기 위해 이시노마키(石巻)를 찾았습니다.  오봉은 우리의 추석이라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로

2018.09.11 화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日 ‘오픈캠퍼스’ “꼭 합격해서 우리 서클에 들어와요”

日 ‘오픈캠퍼스’ “꼭 합격해서 우리 서클에 들어와요”

일본 대학의 여름방학은 이게 끝나야 시작합니다. 입시를 염두에 둔 고등학생들을 대학이 맞이하는 ‘오픈캠퍼스’입니다. 올여름 연일 톱뉴스는 폭염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낮 외부활동을 자제하라는 주의까지 덧붙입니다. 하지만 그런 주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도 어김없이 각 대학이 치르고 있는 오픈캠퍼스에 많은 고등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학부모가 참여합니다.  지난 8월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도쿄대(東京大)에서 치러진 오픈캠퍼스에 다녀왔습니다. 재직 중인 도호쿠대(東北大)도 하루 앞서 행사가 있었고, 저도 구성원으로 모의수업을 마치고 도

2018.08.11 토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진짜일본 이야기]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아요”

[진짜일본 이야기] “좋은 이웃이 될 것 같아요”

“이 교수님! 상량식(上樑式)을 보신 적이 있나요?”“아주 어릴 때 어렴풋이 들어본 적은 있어도 본 적은 없어요.”“한국도 그런 풍습이 있었군요. 7월19일 우리 집을 세우는데 정식으로 상량식을 올리니 꼭 보러 오세요.” 재해지역 조사로 이시노마키에 갔던 지난 6월말 산조 교사부로(三條経三郎·67)씨와 나눈 대화입니다. 그는 2011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쓰나미로 18세 아들과 집을 잃어 남은 가족과 가설주택에서 만 7년째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집을 짓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목수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

2018.07.28 토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교토대 기숙사에서 경험한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

교토대 기숙사에서 경험한 대지진과 옴진리교 사건

최근 일본에서는 옴진리교 사린가스 사건 주범 7명에 대한 사형 집행과 함께 서일본호우(西日本豪雨) 재해 뉴스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7월12일 현재 사망 200명이라는 보도가 나가고 있습니다. 당분간 인명피해는 늘어나겠지요. 또한 크고 작은 저수지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하니 비가 멎은 곳의 복구 작업도 생각처럼 쉽게 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번 호우가 서일본을 강타하기 직전인 6월28일, 저는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인 교토(京都)대학 YMCA지엔료(地鹽寮)에 있었습니다. 이곳은 1913년에 미국 선교사에 의해 세워

2018.07.15 일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자라 알과 금줄

자라 알과 금줄

장마가 시작된 6월 중순, 비 갠 초저녁 일입니다. 매일 산책하는 연못을 낀 공원 외솔길 가에 안 보이던 금줄이 쳐져 있습니다. 사방에 메시지를 적은 흰 종이도 보입니다. ‘출입금지!’ ‘밟지 말 것!’ ‘들어가지 말아주세요’라고 씌어 있는 종이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길가에 있기에 일부러 그런 표시를 해 놓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밟지도 않고 무심히 지날 만한 곳인데 이런 팻말로 궁금증을 자아내진 않을까?’ 그러면서 지나갔습니다.  약 1년 전 시사저널 1445호에 이 공원의 고양이 이야기를 했습니다.(☞'공원의 고양이를 보면 일본

2018.07.05 목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견고한 땅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견고한 땅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

“어어! 이게 뭐야. 나가야 돼? 일단 엎드려, 엎드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땅의 흔들림’이었다. 피할 공간 하나 없이 닥친 위험은 순식간에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6월18일 오전 오사카 전역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6.1의 강진. 5분도 채 되지 않은 그 짧고 굵은 체험은, 수십년 기자가 가져 온 ‘견고한 땅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기자는 당시 오사카에서 북동쪽으로 30~40km 떨어진 교토역 부근에 머물고 있었다. 오사카·교토 지역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 1위로 주로 꼽혀 온 곳

2018.06.20 수 일본 오사카 = 구민주 기자

아마추어 정신이 낳은 일본 最古의 벚나무

아마추어 정신이 낳은 일본 最古의 벚나무

“내년에 필 벚꽃은 지금 나온 잎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얼마나 풍성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나무를 올려다봤을 때 잎으로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하면 좋아요.” 벚꽃축제를 마친 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6월1일 아오모리(?森)현 히로사키(弘前)시 공원에서 인터뷰에 응한 수목의(樹木醫)이며 히로사키시 공원녹지과 직원인 하시바 마키코(橋場眞紀子)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왜 벚꽃축제 때 오지 않고 끝난 뒤에 오셨나요? 지금은 히로사키를 찾는 손님이 가장 적은 때인데….” 인터뷰를 하러 간 저에게 오히려 질문합니다.  “축제 땐

2018.06.16 토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日 인기직종 메가뱅크의 신입사원 채용방식

日 인기직종 메가뱅크의 신입사원 채용방식

“취업활동을 마쳤습니다. 이제 졸업논문에 전념하려고 합니다.” 취업활동을 이유로 매주 화요일에 실시하고 있는 연구실 세미나에 결석했던 4학년 우에니시 유헤이(上西悠平)군이 밝은 표정으로 보고합니다. 저 역시 그보다 더 밝은 표정으로 축하해 주었지요. “내정된 곳이 어디?”“○○은행요.”“그래?…축하해.” 이렇게 말은 했지만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들어가기 어려운 금융기관은 졸업생이 취업하고 싶은 기업 랭킹에서 항상 10위 이내를 차지하는 곳입니다. 제가 의외라고 생각한 것은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을

2018.06.03 일 이인자 일본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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