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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이 총리직을 2021년까지만 수행하겠다고 발표하자 독일의 청소년들이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라며 당혹해하고 있다는 뉴스를 읽었다. 이 뉴스가 오히려 나는 당혹스러웠다. 여성 총리의 장기집권은 메르켈이 처음이 아니다. 소위 영국병을 치유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지만 악명 또한 드높은 마거릿 대처도 메르켈보다 겨우 2년 짧은 11년 반을 집권했다. 하지만 대처가 물러났을 때 영국 청소년들이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는가를 물었다는 소식은 들은 일이 없다. 장기집권 말고도 메르켈의 어떤 점이 독일의 청소년들에게

2018.11.14 수 노혜경 시인

할아버지와 양성평등, 아니 성평등

할아버지와 양성평등, 아니 성평등

벌써 삼십여 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혼인한 지 60년쯤 되었을 무렵 이야기다. 나이 들어가면서 할아버지는 점점 더 완고해지셔서, 젊은 사람만 보면 꿇어앉혀 놓고 일장설교를 하시곤 했다.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다 한두 시간 정도는 할아버지 방에서 끝없이 되풀이되는 “내가 젊었을 때는”과 “요즘 젊은 것들은”을 들어야 했다. 그러자 어느 날부터, 할머니가 나서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가 누구를 조금 괴롭힌다 싶으면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맨날 하는 소리 뭐가 좋다고 아이들을 붙잡고 말 안 되는 소리 하

2018.11.06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정치하는 엄마들이 이긴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정치하는 엄마들이 이긴다

‘전국 유치원 감사 결과 공개’에 따른 파장이 크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총대를 메고’ 터뜨린 실명 공개의 후폭풍은 거셌다.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는 엉뚱한 반발이 나오다 못해 심지어 부산에서는 집단휴업이라는 가장 비교육적 방법으로 유아교육기관이 사유재산임을 주장하겠다고들 한다. 사학재단들의 횡포 이면에 감추어진 사유재산 논리가 여기서도 등장한다. 어디를 들추어보아도 마찬가지겠지만,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고름주머니가 바로 이 사유재산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주장이 아닌가 싶다. “내 돈 내 마음대로 쓰겠다는데”라는 논리다. 국고

2018.10.31 수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강자의 무지는 쉽게 폭력이 된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강자의 무지는 쉽게 폭력이 된다

2001년 9월11일 한밤중이었다. 미국 뉴욕의 쌍둥이빌딩이 비행기 한 대와 충돌해 폭발하고 무너지는 것을 인터넷으로 우연히 보았다. 두 번째 건물에 비행기가 관통하는 장면이었다. 뉴욕은 이른 아침이었고, 사건은 거의 실시간 아니면 조금 전에 발생했다. 잠시 뒤 화면을 함께 보던 누군가가 말했다. “영화 아냐?”곧이어 우리는 건물 붕괴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과 그 어마어마한 사고에 대해 염려하기 시작했지만, 그때만 해도 이것이 장차 테러로 불리며 세계를 안보라는 이름으로 경찰국가화해 버릴 일의 시작임을 알지 못했다. 21세기는 바로

2018.10.24 수 노혜경 시인

노벨평화상 받아야 할 두 한국

노벨평화상 받아야 할 두 한국

올해 노벨평화상은 전시 성폭력을 고발하고 피해자를 치유하는 데 생을 바친 인물들에게 돌아갔다. 문학상 수상자가 없었다는 사실과도 연결되어, 한층 마음이 고양된다. 문학상은, 심사를 맡은 스웨덴 한림원과 관련된 성범죄를 한림원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다른 위원들과 사무총장까지 사직해 버리는 일이 생겼고, 이에 대해 사죄 반성하는 의미에서 수상자를 발표하지 않기로 한 탓이었다. 수상 예정자에게 의혹이 제기된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고 문단 권력자들이 폭로·고발을 당하는 등의 일들이 일어났던 우리

2018.10.14 일 노혜경 시인

페미니즘이  가르쳐준  어머니

페미니즘이 가르쳐준 어머니

어머니는 숭고한 이름이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 어머니는 숭고했을까.  그림형제의 동화 중에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가 있다. 가난을 못 이긴 계모가 아버지를 쑤석여 아이들을 숲속에 버리고, 남매는 미리 뿌려둔 흰 조약돌을 따라 돌아오다가 사실을 눈치챈 계모가 조약돌을 숨기고 흰 빵을 주는 바람에 새들이 먹어버려 길을 잃었다. 숲속에서 남매는 마녀의 과자집을 발견하고 배고픈 마음에 먹어치우다가 마녀에게 붙잡혀 사육을 당한다. 마녀는 오빠를 살찌워 잡아먹

2018.10.06 토 노혜경 시인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려면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려면

추석이 되면 해마다 언론의 단골 메뉴로 오르는 단어가 있다. 명절증후군. 다행히 올해는 남북 정상회담에 가려 이 단어가 그다지 등장하지 않지만,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며느리들뿐 아니라 결혼 안 한 젊은이들에게도, 대체로 원성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시어머니에게도 명절은 극기 훈련의 날이 되기 십상이다.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진 않지만 추석엔 남성들도 힘들다는 기사도 종종 보인다. 주된 메뉴는 “남편도 운전하느라 힘들다” “남편은 돈 때문에 힘들다” 심지어 “시가만 힘드냐 처가도 힘들다” 이런 제목도 등장한다. 웃자고 쓴 기사는 아

2018.09.24 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이중으로 분노할 일이 일어났다. 인천에서다. 인천퀴어축제가 열리기로 한 인천 동구에서, 일부 기독교인들이 예정된 축제장소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며 행사를 방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방조를 넘어 거의 박해에 가담한 수준이었다고 하고, 사태를 이렇게 되도록 행정적인 잘못을 저지른 구청장은 아직도 사태를 직시하지 못한다.  퀴어축제에 반대세력의 집결은 예견된 것이었던 만큼, 동구청은 이들이 한 공간에서 모이게 될 가능성을 처음부터 없애야 했는데 그 반대로 했다. 서울과 여타 지역의 사례로 보아 기세등등한 기독교계 일부 단체들이 폭력

2018.09.17 월 노혜경 시인

여성의 몸은  국가의 것도  남성의 것도 아닙니다

여성의 몸은 국가의 것도 남성의 것도 아닙니다

또 낙태죄 폐지를 외치게 되었다. 현재 여성들의 가장 큰 사회적 고민은 성폭력과 낙태죄인데, 많은 여성들이 길거리로 몰려나올 정도의 현안임에도 이렇다 할 정부나 국회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헌재는 위헌법률심판 판결을 미루고 있으며, 복지부가 낙태수술을 한 의사를 징계하겠다는 발표를 해서 다시 불을 질렀다. 지루할 정도로 외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연설에서 ‘출산주도 성장’이라는 신조어를 들고나왔다. 알맹이 없는 수사법의 극치다. 출산율을 높여 성장을 주도한다니, 인구가 늘면 성

2018.09.10 월 노혜경 시인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3)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3)

피해자의 신비의 또 하나의 특성은,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피해자이기에 비난받아야 한다는 뜻 또한 포함하고 있다. 피해를 당한 것 자체가 피해자의 과오라는 것이다. 피해자를 바라보는 같은 여성의 시각에도 상당한 정도로 가해자의 시선이 드리워 있다. 가부장제 사회, 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 의미는 아버지의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니던가. 엄마도 아버지의 시선으로 나를 보고, 나도 그렇다. 그럴 때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완벽하게 순결한 피해자라야 한다는 ‘피해자의 신비’는, 여성 피해자를

2018.09.04 화 노혜경 시인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2)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2)

지난주에 안희정 무죄 판결의 판결문이 지닌 문제로 전문직 여성의 노동에 대한 부정을 이야기했다. 특히 아직 여성에겐 충분히 열려 있지 않은 대표적 영역인 정치 분야에서 여성노동에 대한 몰이해를 재판부는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베티의 《여성의 신비》를 읽지 않아도 《여성의 신비》를 둘러싼 문제들을 남김없이 파악하게 해 주는 김진희의 저술에 힘입어, 여성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묶어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국가와 자본의 책략인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단일한 정체성은 지금 이 순간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정체성이다. 

2018.08.25 토 노혜경 시인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1)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1)

최초의 ‘미투’ 재판이라 함 직한 안희정 사건에 1심 무죄선고가 내려지면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이 끓어오르고 있다. 다양한 관심법과 하느님놀이스러운 지레짐작은 빼고 이 판결요지를 말하라면, “김지은씨가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는다”가 남는다.  남녀를 불문하고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에 빠져 있다. 가해자 측에서 제공하는 스토리는 사람들의 통념에 부합하(다고 여겨지)고, 피해자가 내놓은 이야기는 잘 납득하려 하지 않거나 다양한 의심을 하려 든다. 가해자의 스토리에 이상한 점이 있음을 깨닫고 느끼는 사람의 수는 적고, 구멍이 숭숭 나

2018.08.22 수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평등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평등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사진 한 장이 나를 포획했다.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살펴보아야 할 구석구석 수많은 장소들을 제쳐두고, 이번 주도 성범죄 동영상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진 한 장. 높이 쳐들린 피켓에 쓰인 글은 이러하다.  “몇 년 전 한 줌의 재가 된 내 친구는 어째서 한국 남자들의 모니터 속에 XX대 XX녀라며 아직 살아 있는가.”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에 등장한 피켓이다. 벌써 네 번째를 기록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의 핵심을 이보다 잘 요약할 수 있을까. 여성들은 딱 읽으면 아는 이 문구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2018.08.13 월 노혜경 시인

화장실 몰카가 문제가 아니다

화장실 몰카가 문제가 아니다

지난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131회를 안 보신 분은 꼭 보시라. 어이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여성이 성범죄를 당하고, 그 장면은 강간범에 의해 고스란히 촬영된 다음 웹하드에 올려져 100원씩에 팔려 나간다. 그런 영상이 있음을 알게 된 피해자가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데 드는 비용은 1건당 55만원. 결국 피해자는 자살하고, 그러자 그 동영상은 ‘유작’이라 이름 붙여져 다시 팔려 나간다.     이 모든 일들이 사업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동영상을 만드는 자, 올리는 자, 웹하드

2018.08.04 토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빵과 장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빵과 장미

만일, 자유+민주주의+공화국이라는 공동체가 그 구성원들의 자유를 지켜내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있다면 무슨 일들을 제일 먼저 할까. ‘자유’라는 개념을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찾아내는 습관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유를 ‘윤리에 저촉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할 자유’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자유라는 말의 가장 널리 알려진 격언은 존 스튜어트 밀의 저 유명한 말,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끝난다”이다. 이때 자유는 내 마음속의, 내 머릿속의, 마음껏 방종하고 사악해도 되는 그 자유가 아니라, 내가 내 이웃과

2018.08.01 수 노혜경 시인

광장으로 가는 길…서울퀴어문화축제란 한 걸음

광장으로 가는 길…서울퀴어문화축제란 한 걸음

7월14일 토요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제19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가는 길은 뜨거웠다. 광장은 만일의 사태를 염려한다는 명목으로 펜스가 둘러쳐져 있었고, 나머지 공간은 온통 반동성애를 외치는 사람들이 점령했다. 퀴어축제가 열리는 바로 옆에서 열겠다는 집회를 허가해 주지 않을 수도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사실 집회는 허가제가 아니다. 같은 날 바로 옆에서 그리하겠다는 사람들을 안 좋게는 볼지언정 국가가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히 사회의 진일보려니.  그래서일까. 축제의 장으로 들어서기 전에도 다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2018.07.25 수 노혜경 시인

‘낙태죄 폐지하라’…세상에서 가장 슬픈 자기결정권

‘낙태죄 폐지하라’…세상에서 가장 슬픈 자기결정권

7월 첫째 주말 광화문에서 울려 퍼진 ‘낙태죄를 폐지하라’라는 구호를 생각해 본다. 나의 자기결정권을, 낙태할 나의 권리를 보장하라. 참 슬픈 구호다.  1980년대 초반 천주교 부산교구의 교구공의회에서 일한 적이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권고에 따라, 전 세계 교회가 지역공동체의 문화적 특성에 맞춰 전례를 토착화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따른 교회와 신앙의 쇄신을 추구한 작업이 교구공의회다. 성직자와 수도자를 포함한 신도 대표 150여 명이 무려 5년에 걸쳐 교회의 시대적 소명, 사회와의 관계, 신도들의 삶에 관여하는 교회의 역할

2018.07.13 금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아들은 꽃으로 때려도 되나?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아들은 꽃으로 때려도 되나?

고등학생 때, 남자고등학교에서 정말 전설을 몰고 다니던 분이 전근을 오셨다. 탁월한 실력이 전설의 주된 내용이었지만 이런 것도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 중 졸거나 떠들거나 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학생을 향해 신고 있던 슬리퍼를 던지는 기벽이 있었는데, 절묘할 정도로 그 학생의 이마(마빡)에 맞는다는 거다. 그러면 해당 학생은 공손히 그 슬리퍼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는 선생님 앞으로 나아가 신겨 드리고 손바닥을 맞고 돌아가야 한단다.  바로 이웃한 고등학교의 전설이라 우리도 익히 들었다. 그 신비한 무공이 우리 학교에선 언제쯤

2018.07.09 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어린이책이 덜 팔린대요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어린이책이 덜 팔린대요

요즘 들어 1987년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아마도 지난주 다녀온 2018서울국제도서전에서 들은 한마디가 꼬리를 물고 새끼를 친 결과이지 싶다. “성장세를 유지하던 어린이책 시장이 작년부터 축소되고 있다 합니다.” 지속되는 저출산의 여파일까?  대성황을 이룬 도서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젊은 여성관객이었다. 페미니즘의 약진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리라. 어린이책의 퇴조와 페미니즘의 약진에 상관관계가 과연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저출산의 이유가 성차별적 한국 사회에 여성들이 저항한 결과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기 때문이라

2018.07.03 화 노혜경 시인

난민(難民)보다 훨씬 더 두려운 난민(亂民)

난민(難民)보다 훨씬 더 두려운 난민(亂民)

6월20일은 세계 난민(難民)의 날이었다. 제주도에 들어온 500여 명의 예멘 난민을 배척하는 일각의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무려 30만 명의 동조자를 얻으며 한국인의 양심에 칼을 겨눈 날이기도 하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이 난민 문제에 대해 온정적인 손길을 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까지도 의구심이 듭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유엔난민기구는 6·25전쟁 때 한국전쟁에서 발생한 난민을 돕고자 만들어진 UNKRA가 그 모태다.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6·25전쟁 난민이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

2018.06.26 화 노혜경 시인

6·13 선거서 탄생한 8만3000명의 ‘신지예’들

6·13 선거서 탄생한 8만3000명의 ‘신지예’들

페미니즘은 언제나 운동이었지만, 그 운동이 현실정치의 영역으로 진입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모든 페미니즘 사조들은 당대의 가장 심각한 정치적 도전이었고, 인권의 신장이라는 본질적 의제에 천착하는 정치적 실천이었다. 그럼에도, 선거에 페미니즘 이슈가 등장한 것은 극히 최근이다. 그것도 겨우 구색으로 등장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시장이라는 어젠다를 들고나온 신지예 후보가 선전한 일이 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무려 8만3000명의 서울 시민이 신지예에게 투표한 것이다. 이 8만3000명을 8

2018.06.19 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딸이 독립했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딸이 독립했다

딸이 ‘독립’을 했다. 성년에 이른 자녀가 부모 집을 떠나 혼자 살기를 선택하는 일에 독립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결혼이나 전근, 유학 같은 외적 이유가 아니라 순전히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니, 달리 부를 말도 마땅치는 않다. 이로써 우리 가족도 소위 말하는 ‘정상가족’(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을 일컫던 말)이 아닌 뭐라 불러야 할지 마땅찮은 분산가족이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딸들은 어느 정도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고 어느 나이가 되면 부모를 떠나고, 아들들은 결혼할 때까진 부

2018.06.09 토 노혜경 시인

이런 것도 페미니즘? 그런데 페미니즘이야!

이런 것도 페미니즘? 그런데 페미니즘이야!

백만 명의 여자가 있으면 백만 가지의 페미니즘이 있다고 가끔 농담을 하곤 한다. 네 페미니즘이 더 옳고 내 페미니즘이 더 유용하고 하면서 페미니스트들끼리 논쟁을 하기도 한다. 페미니스트가 무서워서 페미니즘 공부를 좀 하려 해도 페미니즘이 어려워서 못 하겠다고도 한다. 사실 좀 그렇다. 놀라운 속도로 번역되는 페미니즘 책들을 사기도 읽기도 버겁고,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이 사람과 저 사람이 서로 싸우는 거야? 도무지 누가 비슷한 견해이고 이 의견들은 왜 다르지? 이 이야기는 좀 너무하지 않아?    

2018.06.03 일 노혜경 시인

카메라를 든 공모자들, 그들은 알았다

카메라를 든 공모자들, 그들은 알았다

한·미 정상회담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북·미 정상회담 같은 굵직굵직한 뉴스들이 언론매체 대부분의 지면과 시간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청와대 국민청원과 SNS가 놓지 못하고 있는 주제가 있다.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이 이례적인 속도로 수사가 진행되자, ‘몰카’ 범죄 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은 수많은 여성에 대해서는 수사가 그렇게까지 친절하고 신속하지 않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금까지 소위 ‘몰카범죄’ 또는 ‘리벤지 포르노’와도 결이 다른 범죄가 고발되었다. 피팅모델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2018.05.29 화 노혜경 시인

여자들이 극성이라 '펜스룰'이 유행한다고?

여자들이 극성이라 '펜스룰'이 유행한다고?

‘경쟁의 계절’ 선거철이 돌아왔다.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공천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면서, 여성 공천이 무참한 지경에 이른 것을 본다. 여성적 정치원리가 훨씬 더 필요하다는 지방자치 선거인데도 그렇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진입장벽이 더더욱 교묘하게 높아지는 것을 목격한다. 각종 선거에서 여성할당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고, 그 결과 선출직의 경험을 쌓은 여성들의 수도 상당히 늘어났다. 그러나 이번 공천현황을 볼 때, 단순히 숫자를 늘리자는 의미의 할당제로는 성차별적 정치현실에 변화를 이끌어오지 못한다는 것이 분명

2018.05.21 월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적여?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여적여?

인기리에 종영된 EBS의 《까칠남녀》에서 “여적여”란 말을 주제로 다룬 일이 있다. 말을 줄여서 신어로 만드는 현상을 좋게 보지 않지만, 신어가 등장한다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현상임을 뜻하기도 하므로 관심 깊게 들여다볼 이유가 된다. ‘여적여’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라고 한다. 아연하게도 이런 말이 아직도 이 대명천지에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니. 심지어 신어가 되어 있다니. 어릴 적에 툭하면 들었던 말이 저 말이었다. “여자가 여자 잘되는 꼴을 못 본다.” 나는 여자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그 전 초등학생 때도 4학년부터는

2018.05.16 수 노혜경 시인

정상 국가 북한과 비정상 가족 ‘마담B’

정상 국가 북한과 비정상 가족 ‘마담B’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평화공존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온갖 아픈 데가 한결 덜 아파온다. 최근 주취자를 구조하다 폭행당해 사망한 여성 구급대원의 실제 사망원인이 지독한 성적 폭언이 준 스트레스로 뇌세포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한 인간이 뿜어내는 악의 언어가 다른 한 인간을 파괴할 만큼 강력하다. 하물며 우리는 이렇게 악하고 독한 언어의 세례를 전쟁 후부터만 따져도 무려 65년간 뒤집어쓰며 살고 있다. 그러니 어찌 아픈 몸이 낫지 않을 수 있으랴.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상상은 막상 숫자

2018.05.10 목 노혜경 시인

여성적 언어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여성적 언어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김소월의 《진달래꽃》 화자는 여성인가? 문학사가들은 이 시의 화자가 여성이라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 이 질문을 시론 수업의 학생들에게 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물론 김소월이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시의 화자는 반드시 시인 자신과 일치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설명한 다음 물어보았을 때도, 여성 화자가 맞는다는 답변은 절반이 못 되었다. 가장 재미있던 주장은 이러했다. “무슨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도 아니고, (문학연구자들의) 편견이 심한 것 같아요.” 이 의견 자체와 별개로, 이렇게 말한 학생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무의

2018.05.03 목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도둑맞은  페미니즘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도둑맞은 페미니즘

역사적인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종전과 평화협정이라는 어휘가 뉴스로 소개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을 결정했을 때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색으로 머리를 물들이고 길거리 무대에서 파병을 반대하는 연설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고 평화가 페미니즘이라고. 그런데, 잊어서는 안 되고 복기를 제대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갑자기 깨닫는 일이 생겼다. 니나 파워라는 힘센 이름을 지닌 여성 철학자가 쓴 《도둑맞은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다. 그는 페미니즘이 두 방향에서

2018.04.26 목 노혜경 시인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잠재적 가해자 탈출하기 ②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잠재적 가해자 탈출하기 ②

이런 글이 있었다. ‘시’라고 불리긴 했는데, 이 글을 시라고 인정해야 할지 자못 고민스러운 그 ‘시’는 고인이 된 박남철의 《첫사랑》이라는 작품이다. 첫사랑의 대상이던 새침한 여고생이 자신에게 만나자는 편지를 보냈을 때 그 소녀를 죽도록 때렸다는 내용인데, 많은 이들이 환상이 깨어진 아픔을 폭력으로밖에 표현 못하는 사춘기 소년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식의 고평을 하는 것을 보았다. 당최 첫사랑 소년의 감성이 왜 폭력적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십분 양보해 그런 평가를 인정해 준다 치더라도, 박남철은 자신이 소녀를 때렸다고 말하지

2018.04.19 목 노혜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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