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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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없는 전당대회 논의는 꼼수"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은 요즘 동교동 구파의 공적 1호다.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한 데 이어, 동교동 구파를 '찍어내자'는 당·정 쇄신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그는 11월1일 당무회의에서 동교동계 대표 선수인 김옥두 의원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선 쇄신, 후 전당대회 논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태세다. '후보 조기 가시화'는 쇄신 분위기를 흐리겠다는 꼼수이자 자칫 불공정 경선 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1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쇄신파가 당권을 잡자는 소장 그룹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 논쟁이 권력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후보 조기 가시화·특별 기구 설치·최고위원 전원 사퇴 등 지금까지 전개된 각종 논란에 대해) 당권파든 소장파든 '약간의' 각본은 있었지만, '음모론'을 제기할 정도로 총체적인 각본은 어느 쪽에도 없었던 것 같다. 심정적인 갈등과 반발이 있는 상황에서 서로 상대방이 주장하는 것과 거꾸로 나가다 보니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동교동 구파와 중도개혁포럼이 이인제 위원을 위해 후보 조기 가시화를 주장하고 있다."


'약간의 각본'이란 것은 무슨 뜻인가?


이를테면 쇄신파가 당·정 쇄신을 주장하자 중도개혁포럼이 이를 희석하려고 특별 기구 설치안을 들고 나왔는데, 한광옥 대표가 곧장 당 4역 회의에서 이 안을 받아들인 후 최고위원회의와 당무회의를 소집해 기정 사실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 기구 설치가 유보되자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못했다. 순간적인 의도는 있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각본은 없었다는 얘기다.


최고위원 전원 사퇴 이후 이인제 최고위원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여러 정황상 한광옥 대표가 '전원 사퇴'를 염두에 두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회의에서는 한대표의 태도가 모호했다. 오히려 처음에 사퇴를 반대하던 이인제 위원이 찬성 쪽으로 돌면서 분위기가 변했고, 다들 즉흥적으로 사퇴에 동의했다. 이위원은 자기가 바라던 후보 조기 가시화가 반대에 부딪히고 당·정 쇄신이 논의되어 동교동 구파가 재기하기 힘든 쪽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괜히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 같다.


대통령이 11월3일 최고위원회의를 연기한 것이 이인제 위원의 불참 선언 때문이라고 보나?


그보다는 최고위원들이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까지 했는데 대통령이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고 외국으로 떠날 경우 민심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연기했을 것이다.


동교동 구파와 중도개혁포럼이 후보 조기 가시화를 주장한 것이 '특정인에게 유리한 카드'라고 했다. 그 특정인이 이인제 위원인가?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동교동 구파가 왜 이인제 위원을 지지한다고 보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한번 정 준 사람에게 마음이 더 가듯이 지난 최고위원 경선에서 한번 지지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다른 개혁 주자가 대선 후보가 되면 자신들을 배척하리라고 우려해서다. 하지만 그들은 이위원이 후보가 될 경우 더 동교동과 거리를 두리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만약 전당대회 논의가 민주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추진될 경우 민주당 내 파워 그룹과 지명도 있는 주자가 결합하는 정치적 꼼수로 비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구조적인 불공정 경선 시비가 일어 거기에서 뽑힌 후보의 본선 경쟁력이 확 떨어질 것이다.


"동교동계가 정치적 필요에 따라 DJ마저 쉽게 버리려는 듯해 안타깝다."


중도개혁포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모임이 발족할 때 내세웠던 것이 '지구당위원장 줄세우기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 정신으로 돌아가서 쇄신의 난관을 제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안 그러면 회원들의 마음이 떠난다.


최고위원 전원 사퇴 이후 1월 전당대회론이 떠오르고 있는데….


나는 당권이든 대권이든 전당대회에 대한 논의는 무조건 정기국회 이후로 미루자는 생각이다. 그보다는 쇄신을 통해 거듭나는 것이 먼저다. 당장 의원·지구당위원장 회의를 열어 중론을 모으고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쇄신파 진영에서는 1월 전당대회를 열어 쇄신파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지만 동의할 수는 없다. 그건 또 다른 정파적 시각이다. 지금 논의의 핵심은 재·보선에서 나타난 민심에 집권당이 대답하는 것이다. 그 정답은 즉각적인 쇄신뿐이다.


전당대회를 일찍 하면 김근태 위원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늦추려는 것 아닌가?


그렇게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뭐가 더 중요한지 사려 깊게 판단해야 한다. 빨리 대선 후보를 내 당 분위기를 바꾸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거기에는 DJ의 깃발로는 안된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나는 민주당이 DJ의 철학과 원칙을 계승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동교동계마저 조기 가시화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국면 회피용이다. 자기들이 끔찍하게 모셔온 DJ도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저렇게 쉽게 버리는구나 싶어 안타깝다.


김위원이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했지만, 당사자들은 '실체도 없는데 어떻게 해체하란 말이냐'고 반박한다.


우선 1997년 대선 당시 '임명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그 정신을 다시 확인시켜 줘야 한다. 모여서 '해체 선언'을 하고, 자기들끼리 먼저 의논하고 결정한 후 공식적으로 사후 추인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그 다음에 최고위원들이 정치적으로 책임진 것처럼 민심 이반에 연루된 당·정·청의 핵심 인사들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김근태·노무현·정동영·한화갑 4자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


정치적 노선이 다르면 '야합'이지만, 같다면 '연대'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청할 만한 요소가 있다. 그러나 세력 불리기로만 가면 안되고 개혁·평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노무현 최고위원은 김위원과 달리 당·정 쇄신에 소극적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경선에서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인 것 같다. 까놓고 말해 나 역시 동교동계의 지원은 받고 싶다. 하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국민의 요구와 대의명분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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