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민석 의원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2.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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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교체는 서울시장 후보부터”
"김민석은 이제 끝났다!” 지난해 5월 그가 쇄신의 표적이 된 동교동을 두둔하고 나섰을 때 민주당 안팎에서는 비난의 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1년도 안되어 정가에는 김민석 아니었으면 특대위 안을 도출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판이 자자하다. 쇄신파 사이에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가 이번에는 30대 서울시장에 도전할 채비를 하고 있다. 1월11일 여의도에서 그를 만났다.


왜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하게 되었나?


특대위 활동이 끝난 후 최고위원 선거에 다시 나갈지를 놓고 고민했다. 그런데 연말 연초에 서울 지역 위원장들과 당내 중진, 그리고 몇몇 대선 주자 진영으로부터 그보다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권유가 쏟아졌다. 우리 당 대선 주자들이 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보다 젊은데 지방 선거에서부터 그런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면 ‘수도권 젊은 후보’가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언제 공식 선언을 할 계획인가?


서울시장 출마는 나 개인뿐 아니라 당과 나라를 위해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다. 최대한 여론을 수렴한 후 1월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


서울시장감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관치 시절 ‘복마전’으로 불리던 서울시는 조 순·고 건 두 민선 시장을 거치면서 안정적 조정기를 거쳤다. 이제는 도시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지혜와 창의성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거론되는 다른 분들보다 21세기 첫 시장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30대 시장은 너무 빠르다는 시각도 있다.


있을 수 있는 반응이다. 시장을 ‘생활’이나 ‘안정’과 연결하는 시민들 처지에서는 정치인 김민석이 불안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면 나이와 무관하게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공무원 사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시장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똑같다. 본선 경쟁력이 있다면 당내 경쟁력도 충분하다"


초대 서울시장이 37세에 시장 직을 맡았고, 고 건 시장도 첫 도지사 때 37세였다. 클린턴은 32세에 아칸소 주지사를 했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리콴유 총리도 37세에 도시 국가 싱가포르를 짊어졌다. 따라서 단순히 젊다는 게 문제는 아니다. 나는 서울 토박이로서 15·16대 총선에서 두 번 다 서울 지역 득표율 1위로 당선되었다. 동대문에서 태어나 열대여섯 군데를 이사다녔기 때문에 서울 구석구석이 손바닥 보듯 훤하다. 고 건 시장 때는 시정인수위원회에서 일해 시정에 대한 감을 익혔다. 이렇게 꼽다 보니 내세울 게 상당히 많다.


각종 게이트로 민심이 사나운데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겠는가?


민주당은 ‘시대 교체’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해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 경선으로 대선 후보를 내고 이 후보가 새 시대에 맞는 단체장 후보와 같이 뛰면 승산이 있다.


한나라당에서도 최근 ‘시대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시대 교체라는 말을 쓰려면 새 시대에 맞는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요체는 탈 1인 보스·탈 지역주의·탈 냉전이다. 그런데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세대 교체’ 바람을 피해보겠다며 ‘시대 교체’를 끌어다 쓰는 건 좀 우습다. 더욱이 시대 교체라는 용어는 저작권이 나한테 있다.


김의원은 본선보다 예선 통과가 더 어려우리라는 관측도 있다.


시장 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본질이 같다.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뽑아주는 것이 당내 경선 아닌가? 따라서 본선 경쟁력이 있다면 당내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본다.


최고위원 선거에도 나갈 생각인가?


특대위에서 당 대표와 대선 후보에 중복 출마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실제로는 동시에 두 선거를 치르기가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최고위원과 단체장 후보에 중복 출마하는 것은 힘들기도 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


정풍파동 때 동교동을 옹호한 것이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다는 지적이 있다.


미안하지만 동교동보다는 김민석이 오래갈 사람이다. 내가 동교동 때문에 입장을 결정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나는 일관되게 ‘질서 있는’쇄신을 주장해 왔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턱대고 쇄신만 강조해서도 성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특대위에서도 가장 개혁적이면서 또한 가장 현실적인 안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결국 성공했다.


공무원 사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이번 특대위에서도 가장 개혁적이고 현실적인 안을 만들려고 노력해 결국 성공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현실’을 중시하는 것 같다.


원래 성격이다. 학생운동을 할 때도 나는 운동권의 주장이 다 옳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런 성향이 첫 선거에서 떨어지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더 강화되었다. ‘보수 세력을 껴안지 않는 개혁은 사상누각이다’ ‘실험도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주류가 중요하다’는 식의 현실적 개혁주의를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을 때 나 혼자 개정을 주장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특대위 안은 조세형 위원장과 김의원의 호흡이 맞지 않았으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이 많다. 김의원은 특히 나이 든 정치인을 잘 모시는데, 비결이 뭔가?(웃음)


그동안 조위원장과 개인적인 접촉이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 놀랄 만큼 개혁적이고 판단이 빠르고 여유가 있는 분이다. 서로 사심 없이 일을 하다 보니 호흡이 맞은 것일 뿐이다.


선거를 치르려면 쇄신파의 지원이 필요할 텐데, 관계는 복원되었나?(대통령이 총재 직에서 사퇴하고) 당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쇄신파 모두와 얘기를 나눴다. 특대위 안이 나온 것도 서로 공감대가 이뤄진 결과 아닌가.
최근 정동영 고문과 만난 것도 그런 맥락인가?


정풍 파동 이후 서먹서먹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를 놓고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지난 얘기도 하고 앞으로의 일도 논의했다.


동교동이나 권노갑 전 고문은 차기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의원이면 대의원대로, 당원이면 당원대로 딱 자기 몫만큼만 하면 된다. 쇄신안에 숨어 있는 본질은 이미 판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김심’도 없는 선거를 치르는데, 특정 세력이나 개인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96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미국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서울대 총학생회장. 15·16대 국회의원. 민주당 총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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