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은 당신에게 ‘독’이야”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2.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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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질환에 따라 ‘내게 맞는 운동’ 골라야…고혈압에는 유산소 운동이 ‘보약’
고혈압 환자인 이 아무개씨(57)는 얼마 전 새벽 운동에 나섰다가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다. 서정은씨(45)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3개월 동안 운동하다가 오히려 병세가 악화했다. 매일 20분씩 계단 오르기를 하면서 가끔씩 조깅을 겸한 것이 화근이었다. 척추를 연결하는 근육과 인대가 자리 잡지 않은 상태에서 충격이 큰 운동을 했기 때문에 디스크에 무리가 갔던 것이다.




이는 모두 운동이 보약이 아니라 오히려 독으로 돌변한 경우이다.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상식 때문에 무리하게 운동해서 해를 입는 경우를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래서 진영수 소장(서울중앙병원·스포츠건강의학센터)은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운동도 골라서 하라’고 당부한다. 아울러 ‘모든 운동은 건강에 좋다’ ‘운동은 땀이 흠뻑 날 때까지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버리라고 말한다.


‘개인별 맞춤 운동’은 비단 스포츠 의학에서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의학에서도 오래 전부터 체질에 따른 맞춤 운동을 강조해 왔다. 배철환 박사(강남의림한방병원)는 “소양인·소음인·태양인·태음인으로 나뉘는 체질에 따라 꼭 필요하고 효과가 높은 운동이 따로 있다”라고 말한다.


체질에 맞지 않는 운동을 했다가 오히려 질병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체질에 맞는 운동을 고르는 법은 매우 간단하다. 체질적인 약점을 보강할 수 있는 종목을 고르면 된다. 가슴 주위가 발달하고 상체에 비해 하체가 약한 사람(소양인)은 하체 단련을 위해 오래 걷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소양인에게는 산책·등산·조깅·골프 등이 좋다.


소음인은 근육 강화 운동과 수영이 좋아


반대로 상체에 비해 하체가 발달하고, 살과 근육이 적으며, 키와 몸집이 대체로 작은 편인 사람(소음인)은 상체 단련 운동이 늘 필요하다. 역기·아령·철봉 등으로 어깨 근육과 상체를 단련시켜야 하는 것이다. 특히 소음인은 땀을 많이 내는 것이 해로우므로 과격한 운동보다는 수영이 좋다.


머리와 어깨에 비해 배와 허리가 약한 사람(태양인)도 역시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보다는 수영이 좋다. 그러나 소음인과 달리 하체가 약하기 때문에 자전거 타기와 같은 하체 단련 운동이 필요하다. 체격이 큰 편이고, 근육과 골격이 발달한 사람(태음인)은 체력은 타고났지만 체질적으로 심폐 기능과 상체가 약하다. 따라서 나무가 많은 산을 찾아 삼림욕을 겸한 등산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운동법이다. 찬물에서 하는 수영은 태음인의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 배철환 원장은 “태어날 때부터 약한 부분을 강하게 만들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체질 운동법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스포츠 의학에서는 특정한 질환이 없는 한 운동 종목이나 강도를 정하는 데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다. 성격이나 취향에 맞는 운동을 적정한 강도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적정한 운동 강도는 왼쪽 <표1>처럼 계산하면 되는데, 보통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운동하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운동하면 심한 피로감에 시달리거나 빨리 늙을 수 있다. 1주일에 3∼5일 동안 30∼60분씩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스포츠 의학이 제시하는 일반인의 건강 운동법이다.


스포츠 의학에서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운동 종목을 고를 때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된다(<표2> 참조). 고혈압 환자나 고지혈증·당뇨병 등이 있는 사람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심장질환과 운동부하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들 질병은 심장질환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혈압이 160/105mmHg가 넘는 사람은 반드시 전문의로부터 운동 처방을 받아야 한다.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이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환자에게 추천하는 운동은 10~15분 간의 준비 운동과 걷기·수영·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걷기는 달리기처럼 강도가 높은 운동보다 혈압 조절에 더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살을 빼려고 운동하는 사람에게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혹사하는 운동과, 관절에 부담을 주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체지방은 운동을 통한 총 에너지 소비량에 의해 결정되므로 전신을 움직이는 운동이 체지방을 줄이는 데 좀더 효과적이다. 낮은 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최소한 20분 이상 지속하는 것이 가장 좋다. 또 배가 나온 사람은 복부 근력과 등배 근력이 약해져 요통이나 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윗몸일으키기·상체 젖히기·상체 돌려주기 따위 요부 근력 강화 운동을 꼭 겸해주어야 한다.


골다공증 환자, 체조·웨이트 트레이닝 ‘필수’




골다공증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체조·고정식 자전거 타기·빨리 걷기가 좋다. 실제 뼈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식품이나 약보다 장기간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가벼운 아령을 들거나 최대 능력의 40~50% 강도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 골밀도가 현저하게 높아진다.


서정은씨처럼 디스크 수술을 받았거나 요통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리한 운동이 치명적일 수 있지만, 반대로 이 병을 치료하고 척추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요통 환자에게 가장 좋은 운동은 체조와 수영이다. 가파른 계단 오르기·험난한 등산·테니스·스쿼시·줄넘기·배드민턴처럼 허리에 무리를 주는 운동은 좋지 않다.


지방간과 위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운동을 골라 해야 한다. 지방간 환자는 그 어떤 환자보다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 간이 지쳐 있는 상태에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간의 해독 기능과 대사 기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지방간 환자에게 빨리 걷기·자전거 타기·계단 오르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권한다. 하루 걸러 20~40분 운동하는 것이 적당하다.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은 식후 운동을 주의해야 한다. 식사한 뒤 바로 운동하면 음식물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넘어가지 못한 상태에서 근육이 수축해 소화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밥 먹고 2~3시간 지난 뒤에 운동을 해야 효과적이다. 특히 위하수와 같은 기능성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복근을 강화하는 윗몸일으키기와 수영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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