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전자파가 내 아이 잡을라
  • 이원근 (한국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
  • 승인 2004.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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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해독, 어린이에게 더 심각…뇌종양 등 질환 유발할 수도
언제, 어디서나 터지는 성능 덕에 휴대전화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심지어 ‘고맙다, 전자파!’라는 찬사까지 들린다. 그 사이 우리나라 휴대전화 사용 인구는 2천7백만 명을 넘어섰고, 잠시라도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 하는 ‘중독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텔레비전·라디오·게임·디지털 카메라 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휴대전화는 이제 없어서는 안될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휴대전화의 인기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전자파의 잠재적 유해성도 커진다. 휴대전화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한창 담배를 많이 피우던 시절의 흡연에 대한 인식과 너무나 닮았다. 대부분 전자파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알지만, ‘설마 큰일이야 나겠어’ 하는 심정이다. 담배도 그랬다. 지나친 흡연이나중에 폐암 같은 ‘살인마’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사람들은 담배를 좋은 친구쯤으로 여겼다. 혹시 휴대전화도 담배처럼 10~20년이 지난 뒤 뒤통수를 치는 것은 아닐까.

전자파는 군용 레이더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레이더가 가동되는 상태에서 한 병사가 청소를 하다가 갑자기 사망했다. 그런데 겉은 멀쩡하고 몸속은 새까맣게 타 있었다(이 사건을 계기로 나온 발명품이 전자레인지다). 전자파는 물 분자에 충돌을 일으켜 온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70%가 물인 인간의 몸속을 여지없이 태워버린다.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하면 귀 부분이 뜨거워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휴대전화 전자파 유해 논란은 1998년 호주의 한 의학 전문지가 ‘휴대전화 전자파가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뒤 본격화했다. 다양한 사례와 동물실험을 통해 유해하다는 결과가 축적되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전자파 실험을 할 수 없고, 아직 휴대전화 사용 역사가 길지 않다는 한계 때문에 제조사들은 유해성 논란에 적극 대처하지 않고 있다.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휴대전화가 유해하다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얼마 전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 스테판 론 박사팀은 10년 이상 휴대전화를 사용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주로 댄 쪽의 청각 신경에 종양이 발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네 배 이상 높았다. 또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두 배나 높았다. 청각 신경의 종양은 제거하지 않으면 뇌를 압박하고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스테판 론 박사의 연구 결과는 휴대전화의 유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자료이다.

단말기 대는 귀에 종양 생길 확률 높아

이 외에도 뇌종양·치매·세포 파괴·두통·혈압 상승 등 전자파의 잠재적 위험성을 보여주는 연구 사례는 적지 않다. 2000년에는 영국과 캐나다 연구팀이 휴대전화가 방출하는 전자파에 하룻밤 동안 노출된 벌레(선충)가 세포 기능이 교란되는 등 생물학적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스웨덴 룬트 대학 연구팀은 쥐가 휴대전화 전자파에 2분간 노출될 경우, 혈액의 유해 단백질과 독성 물질이 뇌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어 체계에 손상이 오며, 그로 인해 알츠하이머병·파킨슨씨병 같은 뇌 질환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스웨덴의 암 전문의 하델 박사와 미국 남가주대학 로스 애디 교수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뇌종양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2.5배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헨리 라이 박사는 전자파가 DNA를 파괴해 암세포 발생을 촉진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노팅엄 대학의 데이비드 포머라이 박사는 휴대전화 전자파가 흡연할 때처럼 세포 노화를 촉진한다는 주장을 폈다.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하면 두통이 일어나고, 교감신경의 활동이 증가해 혈압이 오른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운 정보가 아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과 어린이 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휴대전화가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과 어린이 들은 마치 오락기처럼 하루종일 휴대전화를 가지고 논다. 하지만 이를 통제하는 어른은 극히 드물다. 청소년 안전 불감증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영국 태이사이드 대학 연구팀은 휴대전화를 사용할 때 인체의 단백질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두골(頭骨)이 비교적 얇고 신경계통이 발육 단계인 16세 이하 청소년과 어린이는 휴대전화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2000년부터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휴대전화 판촉 행위를 금지하고, 전자파에 대한 경고문(사용 장소·사용 시간·인체 유해성 등)을 휴대전화 단말기에 명시하도록 했다. 담배에 준하는 예방 조처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청소년들에게 더 많이 팔려고 애쓰는 듯하다. 실제 휴대전화 광고 대부분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의 주 소비자인 10대 고객에 대한 기업의 탐욕과 사회 전체의 안전 불감증이 10대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흡연으로 인해 폐암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금연 운동을 펼치는 사회는 미래 지향적 사회가 아니다. 아직 휴대전화 전자파의 인체 유해성을 100% 입증할 증거가 없으니 안심하라는 주장은 무책임하다. 왜냐하면 100% 안전하다는 입증 또한 없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이 갖고 있는 ‘장미와 가시’를 지혜롭게 이용하는 것이 첨단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다. 전자파가 인체에 해롭다는 개연성은 충분하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으로선 휴대전화 전자파의 인체 흡수를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최우선이다(위 상자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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