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방지턱’도 우르르
  •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해저환경자원연구본부 책임연 ()
  • 승인 2005.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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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로 인한 산호초 유실 심각…수산 자원 감소 불보듯
영화에서나 봄직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12월26일 인도네시아 인근에서 해저 지진으로 발생한 해일로 막대한 인명 피해가 났다. 지진 해일은 전세계적으로 쓰나미(tsunami)라고 통용된다. 쓰나미는 일본어로 나루(津)를 뜻하는 ‘쓰’와 파도(波)를 뜻하는 ‘나미’가 합쳐진 말이다. 쓰나미는 바다 근처에서 산사태가 나거나, 해저에서 지진이 일어나 해저 지각이 수직으로 움직이거나 화산이 폭발할 때, 또는 운석이 바다에 떨어졌을 때 발생한다.

쓰나미의 전달 속도는 수심 깊은 곳에서는 빠르고, 얕은 곳에서는 느리다. 예를 들어 수심 4500m 대양에서는 시속 756㎞로 거의 비행기 속도이지만, 수심 30m 연안에서는 시속 64㎞로 자동차 속도가 된다. 쓰나미는 원양에서는 파고가 낮고 주기가 길어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수심이 얕은 연안으로 다가오면 파고가 보통 3~15m로 높아진다. 지난 10년간 가장 높았던 것은 일본에서 기록된 32m였다. 그렇지만 쓰나미는 지형에 따라 더 높아질 수 있다. 1958년 7월9일 알래스카 리투야 만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로 무려 518m 높이의 쓰나미가 들이닥친 적이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통계에 따르면, 1990~1999년 쓰나미가 97회 발생했으며, 그 가운데 21회는 큰 피해를 입혔다. 역사적으로 피해가 컸던 쓰나미는 1782년 남중국해에서 4만명, 1883년 인도네시아에서 3만6천명, 1707년·1792년·1896년 일본에서 각각 3만·1만5천·2만7천 명, 1868년 칠레에서 2만6천명을 숨지게 한 것이다. 이번에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 수는 거의 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어, 사상 최악의 쓰나미 피해로 기록될 것이다.

산호초 군락 복원되려면 수십년 걸려

쓰나미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너무 크다 보니 해양 생태계 피해는 흔히 무관심 속에 지나쳐 버리고 만다. 이번에 쓰나미가 휩쓸고 간 곳은 산호초, 잘피와 같은 해초, 홍수림이 자라는 열대의 연안 해역이다. 열대 해역은 온대 해역에 비해 생물량이 많지 않아 흔히 바다의 사막으로 비유된다. 그렇지만 열대 해역 중 산호초에는 해양 생물이 많이 살고 있어 바다의 오아시스라고 불린다. 생산력도 열대 우림에 버금가게 높다.

또한 산호초는 수중 경관이 아름다워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낙원이다. 산호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산호는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쓰나미에 파괴된 산호초가 복원되려면 수십 년, 길게는 100년 넘게 걸릴 것이다.

잘피 밭이나 홍수림은 생물들이 숨을 곳이 많고, 떨어져 분해된 잎들이 먹이로 이용되기 때문에 게나 새우, 가리비, 물고기와 같은 수산 자원 생물이 번식하고 자라기에 좋은 장소이다. 잘피나 홍수림의 뿌리는 연안의 연약한 지반을 강화시켜 태풍이나 해일로부터 육지를 보호해 주는 구실도 한다. 이런 곳이 피해를 보았으니 앞으로 수산 자원이 감소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바닷가의 모래 갯벌이나 펄에는 많은 생물이 구멍을 파고 살아간다. 살 곳을 잃어버린 것은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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