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우승은 뉴스가 아니다
  • 이종달 (iMBC 국장) ()
  • 승인 2005.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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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여제 소렌스탐, 한 시즌 그랜드슬램에 도전…여성으로서의 삶은 불행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34·스웨덴)은 골퍼로는 더없이 행복하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누구도 그녀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까지 우승했다. 올 시즌 세 차례 대회에 출전해 모두 우승했다. 승률 100%다. LPGA 투어 5연속 우승이다.

하지만 천하의 소렌스탐은 골프 클럽을 손에서 놓는 순간, 불행하다. 아내이자 엄마여야 할 나이에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편과는 헤어졌고, 토끼 같은 자녀도 없다. 책으 따로 낼 정도로 요리 솜씨가 전문가 수준이지만 누가 먹어줄 사람도 없다. ‘골프가 나의 모든 것’이라는 말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소렌스탐은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5년 내에 LPGA 최다 우승 기록 깰 듯

이제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골프를 택한 소렌스탐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 골프 전문가들은 소렌스탐이 단일 시즌 네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진짜 그랜드슬램’ 달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로 LPGA투어 홈페이지(www.lpga.com)에서 실시 중인 ‘소렌스탐이 올 시즌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이냐’는 설문조사에서 네티즌의 61%가 ‘그렇다’고 답했다. 미국 ABC방송이 벌인 똑같은 설문조사에서도 네티즌의 63%가 소렌스탐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렌스탐도 생애 최고의 목표는 진짜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LPGA투어 통산 59승(메이저 8승 포함)인 소렌스탐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이제 시작이다. 소렌스탐은 생애 최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제 첫 단추만 끼웠을 뿐이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 4개 중 ‘겨우 1승’만 거둔 셈이다. 아직 3승이 더 남아 있다. 갈 길이 멀 수밖에 없다.

단일 시즌에 메이저 대회 4개를 모두 우승한 기록은 아직 없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도 물론 없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투어 메이저 18승인 잭 니클로스(미국)는 물론 사실상의 ‘골프 황제’인 타이거 우즈(미국)조차 이루지 못한 것이 한 시즌 그랜드슬램이다. 소렌스탐이 PGA와 LPGA 투어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사건’을 벌이기 위해 작심했다. 골프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해 획을 긋기 시작했다.
소렌스탐의 이 ‘도박’은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다. LPGA 투어에서 대적할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TV인 ESPN도 최근 홈페이지(www.espn.com)에서 ‘소렌스탐은 이기기 불가능한 선수’라고 보도했다.

 
소렌스탐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지목되었던 박지은(26·나이키골프)이 시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세리(28.CJ)도 긴 슬럼프에 빠져 있다. 소렌스탐의 그랜드슬램 달성에 걸림돌은 제거된 상황이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크리스티 커(미국)가 상위권에 있으나 소렌스탐의 적수가 아니다. 소렌스탐이 LPGA 투어 통산 최고 승수인 88승(케이시 화이트워스)의 기록을 깨는 것도 시간 문제다. 이같은 추세라면 5년 안에 이 기록도 깨질 전망이다.

올 시즌 소렌스탐은 더 강해졌다. 겨울 훈련 덕분이다. 소렌스탐은 남자도 소화하기 힘든 훈련을 견뎌냈다. 20kg이 넘는 보따리를 허리에 얹고 팔굽혀펴기를 했다. 또한 발목에 납덩어리를 차고 뛰었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는 타이거 우즈에게 절대 지지 않는다고 소렌스탐은 호언한다.

그녀의 몸은 그냥 여자의 몸이 아니다. 시즌 중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 트레이너가 만들어준 프로그램에 따라 몸을 만든다. 훈련을 열심히 한다는 박세리의 몸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독한 선수다.

통상 상금 1천6백만 달러, PGA 14위에 해당

그러나 여자로서 소렌스탐은 불행하다. 소렌스탐은 지난 2월 남편 데이비드 에쉬(35)와 이혼해 8년 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녀는 골프클럽 업체인 ‘핑’에 다니던 에쉬를 1994년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문밸리CC에서 처음 만나 1997년 1월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그동안 소렌스탐은 가정 생활과 투어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며 조기 은퇴 의사까지 내비쳤다. 에쉬는 현재 미국 네바다 주 인클라인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다.

소렌스탐은 8년간 결혼 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두지 않았다. 소렌스탐이 행복을 어디서 찾고 있는지는 모른다. 만약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인 평범한 관점에서 보면 분명 불행하다.

소렌스탐은 파경의 원인을 함구하고 있다. 골프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 LPGA 투어에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좋은 성적은 내고 있는 선수가 많다. 줄리 잉스터(미국)가 대표적인 예이다. 소렌스탐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1위 자리를 지켰었다.

남편의 빈자리는 친동생인 샤롯타가 메우고 있다. 소렌스탐은 지난 1월 PGA 투어 개막전인 메르세데스챔피언십 프로암에 참가한 뒤 사흘간 하와이의 마우이에서 샤롯타와 함께 보냈다. 소렌스탐은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샤롯타와 연못에 뛰어 들어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화려한 속에서도 쓸쓸함을 엿볼 수 있었다.

소렌스탐은 돈도 벌었다. ‘재벌’이 부럽지 않다. 주 스폰서는 캘러웨이고, 메르세데스 벤츠와 의류업체 등 스폰서가 줄줄이 땅콩이다. 올 시즌 소렌스탐은 시즌 3승으로 상금 순위 1위(66만 달러)를 달리고 있다. LPGA측에 따르면, 소렌스탐은 프로가 된 이후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을 포함해 통산 1천6백40만4천5백81달러를 상금으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PGA 투어 통산 상금 랭킹 14위에 해당한다. 마이크 위어(캐나다)나 톰 레이먼·데이비드 듀발(미국)보다 앞서며, 13위인 프레드 커플스(미국)보다 약간 적다. 더구나 LPGA 상금이 PGA 상금의 5분의 1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소렌스탐이 그 동안 승수를 얼마나 많이 쌓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소렌스탐은 2003년 이후 지금까지 38개 대회에 출전해 열일곱 번 우승했고 여덟 번 준우승했다. 특히 최근 다섯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며 1백2만5천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미 소렌스탐은 부와 명예까지 손에 넣었다. 성공한 골퍼로 기록될 것이다. 또 앞으로 이룰 기록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LPGA 역사를 새로 쓸 것이 분명하다. 그것도 깨지지 않을 기록들을 써 내려갈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소렌스탐이 골퍼로서는 성공했지만 여자로서는 실패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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