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파괴는 아무나 하나
  • 연용호 (창업& 프랜차이즈 편집국장) ()
  • 승인 2005.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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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클리닉]초저가 삼겹살·치킨 가맹점, 빛 좋은 개살구 많아…수익률 꼼꼼히 따져야

 
가격파괴는 이제 국내 창업시장의 대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삼겹살·치킨 등 외식업을 중심으로 저가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저가 화장품은 올해도 가격파괴형 업종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초저가 미용·피부 관리, 다이어트 클럽까지 가세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아 지난해에 이어 가격 파괴형 창업이 계속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는 해도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구매 심리는 여전하다. 가격 파괴는 불황을 넘으려는 창업 시장의 트렌드이자 고객 감성에 소구하는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격 파괴형 창업이 과연 성공의 열쇠일까? 기대 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을까? 꼭 가격 파괴형 창업에만 국한되지 않는 상식적인 얘기지만, 일부 잘되는 점포를 제외하면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가 많다. 저가 판매의 경우 매출은 높아도 수익이 낮을 수 있다. 

가격 파괴의 맨 앞에 있는 삼겹살과 치킨을 보자. 워낙 대중성이 강한 음식이라 심하게 유행을 타진 않지만, 진입 장벽이 낮아 동종 업종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약점이 있다. 또 매출 대비 수익률이 낮은 경우 박리 다매가 불가피해 점포 입지가 못해도 B급은 되어야 한다.

1인분 3천5백원짜리 저가 삼겹살집은 과연 얼마나 벌까? 동일 원가의 고기를 절반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7천원을 받는 곳과 같은 수익을 남기려면 두 배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쉬운가. 고객이 몰려들어 박리다매 전략이 먹히지 않는 한 수익은 적을 수밖에 없다.

손님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종업원이 그만큼 더 필요해 인건비 부담 또한 늘어난다. 삼겹살집은 고객이 몰리는 시간이 한정되어 테이블 회전율에 의해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점포 단위 면적도 클 수밖에 없다. 괜찮은 입지에 일정 규모의 매장을 얻으려면 점포 개설 비용이 결코 만만치 않다.

닭 100마리 팔아서 10만원 벌기도 벅차

지난해 조류독감 치명타를 맞은 국내 치킨시장이 기사회생하는 데 일조한 테이크아웃 저가 치킨점. 기존 배달 위주의 판매 방식을 테이크아웃 형태로 바꿔 인건비를 줄이고 판매가를 대폭 내린 것이 소비자들에게 먹혔다. 닭 한 마리에 보통 5천원인 저가 치킨점은 당분간 계속 생겨날 것으로 보이지만, 예비 창업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곳곳에 있다. 생닭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형사고 이후 양계 업계가 부화량을 조절한 탓이다. 최근 현장에 가 보면 리딩 브랜드조차 ‘닭 공급이 달려 죄송하게 되었다’고 써 붙인 곳이 있다.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문 닫는 점포도 나오는 실정이다.

외식업의 원가 비중은 최대 40%를 넘지 않아야 그나마 수익이 보장된다. 그런데 생닭 산지 가격이 2천원 선을 넘은 지 오래이고, 프랜차이즈 본사 물류 마진을 뺀 가맹점 공급가는 현재 3천5백원을 넘어서는 추세다. 여기에 튀김 기름·포장 박스 등 부수적 재료에다 임대료 등의 고정비를 더하면 5천원짜리 닭 한 마리 팔아 손에 쥐는 돈이 채 1천원이 안 된다. 하루 1백 마리 팔아서 10만 원 벌기도 벅차다.

한편 테이크아웃 치킨전문점은 날씨에 따라 매출 기복이 심하다. 날씨가 궂으면 배달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 퇴근 시간대에 고객이 집중되다 보니 치킨을 튀겨내는 시간에도 한계가 있다. 아울러 오로지 튀김닭 메뉴 하나만으로는 날씨 변화 뺨치는 소비 행태를 따라잡지 못한다. 매출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무슨 아이템이든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지속적인 사업을 기대할 수 없다. 저가 판매로 인한 수익 저하 피해는 고스란히 창업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가격 파괴형 창업은 상품을 공급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만 유리하고 가맹점은 불리하다는 풍문까지 나돈다. 가격 파괴형 가맹점을 창업할 때 무엇보다 주의할 점은 본사의 상품 공급가와 가맹점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점포의 입지와 목표 고객 등을 가늠해 손익분기점을 명확히 잡은 후 업종을 고르고, 어떤 여건에서도 낮은 가격의 상품 공급이 지속 가능한 본사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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